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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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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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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


그거 한번과 굴비를 바꾸던 시절.
우리에게도 이렇게 아프게 힘든 시절이 있었던가..

먼 나라 전설처럼 들리는
가난, 배고픔, 서러움의 지난 현실들..

무슨 기적이 있어서
배 터지게 먹고 마시는 시절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부작용...
당뇨, 비만은 이미 식상한 단어들...

종교, 사상, 이념의 갈등에
기적은 기적을 행하였음에 땅을 치고 후회하고...

배 부르고 등 따신 계집과 사내의 후예들은
굴비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하고 뒤로도 하고...

그렇게 굴비처럼 천천히 말라가는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아닌지...

이제는
개똥벌레의 사랑의 등도 볼수없고
마시고 싶은 밤이슬도 사라져 베짱이도 노래를 멈춘 밤

오늘날의 사내와 계집은
무엇때문에 서로를 끌어안고 목이 매일까....

대한민국의 굴비는
지금 가장 절실한 무엇과 바꿔지고 있을까....

김가가 나름 심각한
오늘의 씨나락...

아! 또 심각한게 있다.
아무리 아무것도 아닌 거라지만
영자언니야 내 이름 돌리도~~~ ㅠㅠㅠ..





작성일2013-04-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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