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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nding(이 건 당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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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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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도에 문산의 선유리라는 곳에 거주했다.
미 2 사단 포병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기지촌인데, 나는 그런 분위기가 웬지 모르게 당겼다.
내가 머물던 집에는 방 여러개를 기지촌에 관계된 아가씨들이 세 살았다.
자연스럽게 그 녀들과 친해졌는데, 인정이 많아서 음식을 같이 나누고 그 녀들과 애인 관계로 있던 미군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녀들 중에 한 명인 순이는 특별히 나를 오빠라 부르며 잘 따랐는데 애인이 미군 사병 앤드류이다.
앤드류는 나와 친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나를 경계하는 듯 했다.
어느 날 앤드류가 한국에서의 근무를 끝내고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가 귀국하기 전에 순이와 혼인 신고를 하고 미 대사관에 페티션을 넣었다.
순이가 얼마 후에 미국 들어갈 꿈에 부풀어 있는 중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이가 기쁨에 넘쳐 앤드류에게 임신한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뜻 밖에 앤드류로 부터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통보 받았다.
나와 특별히 친했던 것을 의심하고 임신한 애기는 나와의 사이에서 비롯됨을 의심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그 동안 적금을 들고 있었는데 때 마침 만기가 되었다고 수령해 가라는 연락이 왔다.
백 만원이다.
서울 시내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서울 사는 예쁜 조카들을 불러냈다.
둘째 누님의 딸 들인데 모처럼 주머니가 두툼하니 한 턱 내고 싶었다.
술을 전혀 못하는 조상님들 덕에 나는 한 잔도 못하고 조카애들만 실컷 퍼 마시게 하고 누님 집에서 하루 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선유리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순이가 통곡을 하며 울고 있고 친구들이 순이를 위로하고 있었다.
내용인 즉은
앤드류가 순이의 임신한 것을 자기 아기로 인정하지 못하므로 미국에 들어 올 비행기 표를 보내 줄 수가 없단다. 순이가 들어오던지 말던지 혼자 알아서 하란다.
하지만 돈이 없는 순이는 당장 해결책이 없었다.
그 때 내 주머니에는 여전히 몇 만원 모자라는 백 만원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 돈을 몽땅 순이에게 주었다.
순이가 너무 많은 돈에 망설이기에
이 걸로 비행기 표 사고 여행 가방과 함께 시댁에 가져갈 선물도 사고, 혹시 앤드류가 마중 나오지 않으면 택시라도 타고 집에 까지 찾아 가라 했다.
도착하면 전화하라는 당부와 함께....
마치 여동생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적선했다.
그리곤 애를 낳을 때까지 꾹 참고 견디라고 했다.
태어난 아이가 자기를 닮은 노란 머리의 혼혈 아이가 태어나면 결백이 증명되겠지...
그렇게 순이는 떠나갔다.
기지촌의 특성이 좀 묘한 공동 의식이 있어서 내가 순이에게 베푼 일이 소문이 났다.
자주 가는 중국집에서는 한 달 동안 나의 음식 값을 받지 않겠단다.
다방도 그렇고,심지어 이발소에서도 돈을 받지 않는다.
정말 호강했다.

83년도 겨울이 되었다.
그 동안 순이로 부터는 계속 연락이 없었고 어느 덧 모든 걸 잊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결혼을 했고 나 역시 이미 미국에 가족 초청으로 먼저 들어간 와이프와 편지로 연락을 하며 비자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업무상 미군 부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부대 레스토랑 안에 슬럿 머신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떤 미군 병사가 슬럿 게임을 하다가 뭐가 터졌나 보다.
기계도 엄청 시끄럽고 미군 병사는 괴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긍금하여 다가가 보니 이 녀석이....
앤드류였다.
25샌트 스럿에서 천불이 터진 거 였다.
내가 팔장을 끼고 쳐다 보자 그 때서 날 알아 봤다.
나를 와락 끓어 안고 반가움을 표했다.
순이는?....
순이가 잠시 후에 아이들 두 명의 손을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순이가 나를 보자 나를 끓어 안고 울고 있다.
애를 둘이나 낳는데 많이 세련되어 보였고 예뻐졌다.
애들을 보자 첫 째가 아들이고 두 살 터울로 딸을 낳았다.
이 아이가 내 아들 맞나?..하고 농을 걸었다.
앤드류가 맞다고 맞장구 쳤다.
내게 미안함과 감사를 표했다.
순이의 말이
처음 미국 사우스 캐로리나에 도착했을때 아닌게 아니라 앤드류가 마중을 나오지 않아 택시로 주소지까지 찾아갔단다.
애 태어나기 전까지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허구헌 날 눈물로 지내다가 다 때려치고 고국으로 귀국하고 싶었단다.
드디어 아이를 낳았다.
노란 머리의 앤드류를 꼭 닮은 아들을 낳았다.
앤드류로 부터 엄청난 변화를 느꼈다.
뭔 넘의 남자가 마누라를 위해 온갖 것을 다 한다.
톼근하고 애 보는 거 부터 심지어 마눌 옷 입히는 것도 자기 맘에 드는 것만 입힌다.
취미가 마눌 예쁘게 꾸미는 거란다.
얼마나 귀찮게 세세하게 배려하는지 피곤해 죽겠단다.
행복에 겨워 귀찮음을 느낄 때 쯤 한국에 가고 싶어서 앤드류에게 얘기하자 앤드류가 한국 근무 신청을 했단다.
벌써 앤드류가 하사의 계급이다.
어제 한국에 입국했고 오빠 찾아 선유리에 나가서 수소문 중이었단다.

때는, 미국 이민할 때 일인 당 천불인가 밖에 소지할 수가 없을 때였는데 3천불 정도를 가져갈 방법이 묘연했다.
순이가 나의 고민을 듣고 앤드류의 뱅크 어카운트를 이용하여 송금하자고 했다.그리고 내게 빌린 돈도 갚을 능력이 되니 이제 송금할 때 같이 해야 겠단다.
그리하여, 5천불을 송금하고 따로 천 불을 들고 들어 왔다.
미국 오기 전에 앤드류 식구와 몇 번 더 식사를 같이 했고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아쉽게도 이사 중에 분실했고 이젠 추억의 동생 부부로 영원히 남아 있다.
내 아들 녀석도 지금 쯤 35 살의 멋진 녀석으로 성장했을 건데....

보고싶다.

작성일2014-04-25 12:20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해피엔딩을 축하드립니다.. ^^

읽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만남과 이별은 언제나
반갑고 아쉬운 일이지만

보고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등단을 할 수 있을만큼 가슴이 아리는
사연들이 많겠지요..

그런데
호언장담하시던 이자는 못받으셨네요
이자가 포함된 이부를 기대합니다.. ^^;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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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at님의 댓글

bplat
이미 이자를 받았지요.삼천 불에서 이천 불을 합쳐 오천불을 송금했으니 충분하지 않나요.
당시는 환율이 750 원~780 원 정도였거든요.

시애님의 댓글

시애
따뜻한 마음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담긴
bplat님의 훈훈한 글 덕분에
잠시나마 슬픔을 잊고 입가에 미소를 띄웁니다.
님의 넉넉한 열린 마음이..
행복한 한 가정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멋진 인생을 사시는 모습...
이곳에서 자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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