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사랑방
*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아, 가을인가!- (김동길 교수) -[펌] + 이별의 노래 -박목월 (영어자막판)

페이지 정보

유샤인

본문


 


R E D forest°° by Namtan Sp - Photo 126111085 - 500px (Germany):

◆ 2016/08/30(화) -

아, 가을인가!- (김동길 교수)

해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런 주제로 생각도 하고 이런 주제로 글을 쓰게 됩니다.

“아, 가을인가!”

내가 가을에 태어난 탓으로 가을바람을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조상들이 농경사회를 살면서 추수하는 기쁨도 누렸겠지만 가을이 가면 엄동설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1951년, 6.25 사변이 한창이던 부산 피난시절에, 내 나이 스물넷이었는데, 당시 부산에 피난 와서 보수동의 어떤 큰 창고를 가교사로 개조하고 서울의 진명여학교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교장은 이세정, 교감은 박용경, 나는 영어교사로 취직하여 2학년 담임이 되었습니다.

뒤에 유명한 성악가로 이름을 날린 바리톤 조상현은 음악교사였는데

어느 가을 날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박목월이 시를 쓰고 김성태가 곡을 붙인 ‘이별’이었습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그러나 일 절 부르고 나서는 물론, 이절 삼절을 부르고도

매번 되풀이하는 후렴은 이렇습니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그 때 내가 사랑하던 어린 제자들 효숙이, 양자, 영희, 은숙이, 진순이는 한결같이 이화여대 영문과에 진학하였고, 다 미국에 살고, 효숙이만이 캐나다에 사는데 더러는 칠십을 넘어 팔십이 됐을 텐데,

영희는 병들어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가 구십이 다 된 걸 알면 다들 깜짝 놀라겠지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

이 노래가 들려오면 언제나 나는 부산 보수동의 그 진명 창고 교실과

예쁜 내 제자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보고는 싶지만 볼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가을바람이 싸늘 붑니다.

초가을의 어느 날,

나도 그렇게 조용히 떠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거듭거듭,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WkIMy5Glujs

http://www.newlifeforum.us/xe/videos/9267#1

작성일2016-09-05 14:05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F 사랑방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76 The Sound Of Silence 인기글 시애 2014-10-28 9274
1975 좋은친구님 아이디 문제...죄송합니다. 댓글[7] 인기글 SFKorean 2011-12-20 9267
1974 Toxic 인기글 시애 2014-09-30 9255
1973 시험 댓글[4] 인기글 김기자 2013-02-05 9248
1972 바람 편지 인기글 시애 2014-09-27 9244
1971 청량리 예수 댓글[9] 인기글 김기자 2011-12-21 9241
열람중 아, 가을인가!- (김동길 교수) -[펌] + 이별의 노래 -박목월 (영어자막판) 인기글 유샤인 2016-09-05 9225
1969 육탁 댓글[2] 인기글 지가람 2013-11-29 9224
1968 그래도 괜찮죠? 인기글 시애 2014-11-23 9220
1967 미국 경찰 4 댓글[15] 인기글 bplat 2014-05-25 9219
1966 억울해..... 댓글[2] 인기글 아무것도아닌 2013-03-12 9218
1965 멜랑꼴리 댓글[2] 인기글 김기자 2013-06-20 9215
1964 사랑의 전설 인기글 시애 2014-10-15 9210
1963 만남의 느낌 인기글 시애 2014-10-24 9208
1962 잊혀진 역사....고추 인기글 김기자 2013-06-14 9207
1961 눈이 멀었다 인기글 시애 2014-09-26 9197
1960 약속 인기글 시애 2014-11-30 9197
1959 임 오시던 날 -노천명 On The Day My Dearest Came 유샤인 영역시 인기글 유샤인 2016-04-16 9195
1958 미국 경찰 2 댓글[31] 인기글 bplat 2014-05-20 9192
1957 철학이란... 댓글[6] 인기글 김기자 2013-07-11 9191
1956 조등 (弔燈) 댓글[39] 인기글 김기자 2012-09-13 9189
1955 넌.. 댓글[11] 인기글 시애 2014-06-23 9183
1954 Von Guten Mächten- Siegfried Fietz 선한 섭리에 (독일어, 영어와 한글자막 Ger… 인기글 유샤인 2018-06-21 9183
1953 Sweetest Sin 인기글 시애 2014-10-14 9182
1952 허물을 벗으며.. 댓글[6] 인기글 김기자 2013-09-17 9175
1951 갈대 인기글 시애 2014-09-25 9174
1950 사랑하는 당신 인기글 시애 2014-11-24 9174
1949 아엠 쏘리 미국에서 가장 먼져 배우는 말이다 댓글[1] 인기글 니오 2011-10-24 9163
1948 둘리삿또.님~ 댓글[4] 인기글 에스더 2011-10-23 9151
1947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댓글[4] 인기글 시애 2014-07-15 9140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