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사랑방
*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아내와 나 사이 - 이 생진님의 시, 낭독, 굴퉁이의 받걷이 Between my wife and me - Poet Yi Sae…

페이지 정보

유샤인

본문

https://www.youtube.com/watch?v=Z-j-nRdgqIs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 서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My wife is 76, and I am 80 yrs old.
Now in the morning and evening, we walk shoulder to shoulder, yet,
While living together, we quarreled a lot between us.

These days, we go into oblivion as if competing.
I went to open the window, and I stood around in front of the window.
My wife opens the refrigerator door and stands there absent-mindedly.

We're waiting to see whose memory returns sooner.
But the memory is slowly leaving the two of us.
In the end, the day when she doesn't know that I am her husband
And I, not knowing that she is my wife, will come.

The two, who knew not each other, lived on getting to know each other
And then time seems to turn us around to the state when we knew not
What would we call such an affair?
Life?
Philosophy?
Religion?
We lived in a place too far away.


영역: 유샤인 English translation by YouShine


-------------------     

지난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 詩낭송대회"가 열렸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낭송시가
바로 李生珍 詩人의 이 작품입니다.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낭송가의 떨리고 갈라지는 목소리에 실려 낭송된 이 시는
청중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젖게 하였습니다.

좋은 낭송은

 

시 속의  ‘나’ 와 낭송하는  ‘나’ 와 그것을 듣고있는  ‘나’ 를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주인인 기억이 하나둘 나를 빠져나가서
마침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나이.

나는 창문을 열려고 갔다가 그새 거기 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앞이 막막하고 울컥하지 않습니까?

시인은 차분하게 이 참담한 상황을 정리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 돌아가는 세월” 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담아 우리를 나무라지요.
거창하게 
인생이니,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마치 삶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나 한 것처럼

핏대를 올리는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 사이’ 의 거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지요.

오늘도 당신은 좋은일만 있을겁니다.

   김남호 / 문학평론가

------------
오늘은 8월.18일 목요일 입니다.
팔 福과 참 運이 겹치는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9o78evh_hw

작성일2022-11-08 20:44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F 사랑방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96 가고파 - 작곡가 김동진 지휘하의 한국남성합창단과 조수미 오페라 가수의 노래 Wanna Go -영어 번역자… 인기글 유샤인 2022-11-26 1737
2095 호주에 이민가서 동아일보 지국을 운영했던 기자출신의 동창이 쓴 글이다. 인기글 유샤인 2022-11-23 1566
2094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인기글 산울림 2022-11-22 1649
2093 ♤ 이 별 ♡ 술중독으로 패티김도 잃었고 그의 몸도 망쳤고 놀라운 재능도 일찍 잃은 길옥윤님의 슬픈이야… 인기글 유샤인 2022-11-22 1548
2092 잘못건 전화 인기글 산울림 2022-11-20 1546
2091 거짓 교리를 관용하고 참아낼만큼 내 사랑이 자비로웁도록 나는 허락받지 않았다. 인기글 유샤인 2022-11-19 1488
2090 눈물의 닭 도리탕 댓글[1] 인기글 산울림 2022-11-18 1604
2089 어느 아름다운 주부의 글 인기글 산울림 2022-11-16 1570
2088 哀切한 老夫婦의 事緣 ♣ 인기글 산울림 2022-11-14 1471
2087 십자가 - 윤동주의 시 The Cross, - A Poem by Yoon DongJu , English T… 인기글 유샤인 2022-11-12 1449
2086 우연을 영원에 매어놓고 인기글 산울림 2022-11-12 1630
2085 알몸의 어머니 인기글 산울림 2022-11-10 1511
열람중 아내와 나 사이 - 이 생진님의 시, 낭독, 굴퉁이의 받걷이 Between my wife and me - P… 인기글 유샤인 2022-11-08 1370
2083 첫 사랑이야기 인기글 산울림 2022-11-08 1383
2082 첫눈 오던날 약속을 지키셨나요 그 두번째 인기글 산울림 2022-11-06 1362
2081 첫눈 오던 날 약속을 지키셨나요 인기글 산울림 2022-11-04 1380
2080 여보 사랑해 미안해 인기글 산울림 2022-11-03 1410
2079 우동 한그릇 인기글 산울림 2022-10-25 1493
2078 Day-O - Harry Belafonte 날이 샌다 - 해리 벨라폰테 English & K… 인기글 유샤인 2022-10-23 1382
2077 감정은 왔다리 갔다리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확고하다 - 마틴 루터 인기글 유샤인 2022-10-22 1373
2076 Louise Armstrong Story 루이스 암스트롱 이야기 인기글 유샤인 2022-10-17 2051
2075 Coming Thru The Rye -JoStafford 밀밭 지날 때는 - 조 스태포드 (English… 인기글 유샤인 2022-10-17 1755
2074 자진 뱃노래 - 양금석 A Boating Song (a shanty) - Yang GeumSeok 한영자막 … 인기글 유샤인 2022-10-12 1436
2073 한계령을 위한 연가 - 시인, 문정희 A Love Song for HanGyeReong - Poetess … 인기글 유샤인 2022-09-21 1544
2072 눈물 젖은 두만강 - 심수봉 Tear drenched Tumen River - Sim SooBong 한영자막… 인기글 유샤인 2022-09-04 1736
2071 It's Now Or Never- Elvis Preseley 지금 아니면 끝내 말어 - 엘비스 프리슬리 (E… 인기글 유샤인 2022-09-01 1670
2070 첨이네요 잘부탁 드립니다 인기글 상미윤 2022-08-31 1661
2069 역사의 교훈은 아래 사진과 같은데도 당장의 미움을 덜어 보자고 아님 약간의 돈을 받고 공산화를 묵인하고 있는… 인기글 유샤인 2022-08-27 1657
2068 The Love Of God -George Beverly Shea 하나님의 사랑 - 조지 베벌리 세 Engl… 인기글 유샤인 2022-08-18 1699
2067 You are my sunshine - Frank Yankovic's Polka 넌 나의 태양, 아코디온… 인기글 유샤인 2022-08-01 1801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