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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하철은 포기" 아시안 혐오범죄 뉴욕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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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4


미국 주요 대도시 아시아계 증오범죄  
1년새 145%↑…뉴욕 833%나 늘어  
흑인 인권단체 "우리도 함께 맞서야"



뉴욕 맨해튼 48번가 /사진=임동욱 특파원
뉴욕 맨해튼 48번가 /사진=임동욱 특파원

화요일이던 3월30일(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 뉴욕 맨해튼 42번가의 포트오소리티 버스터미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저지의 주요 도시들와 뉴욕시티를 잇는 버스에서 승객 십여 명이 내렸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승객 중 절반은 기자를 포함한 아시아계였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약속 장소인 53번가까지 걸었다. 곳곳에는 뉴욕 지하철 입구가 있었지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지하철 등에서 종종 발생한다는 소식에 겁이 났다. 과거 수백번도 더 탔던 이곳의 지하철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는 '아시안 증오범죄'(Asian hate crime) 소식을 보고 난 뒤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너디노 증오&극단주의 연구소가 발표한 '반아시아 증오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6개 주요 대도시에서 발생한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중폭행 이상)는 120건으로, 2019년(49건) 대비 145% 증가했다. 도시별로 볼 때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뉴욕으로, 1년새 833% 증가했다.

미국 주요 도시별 증오범죄 현황 /사진=CSUSB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보고서

미국 주요 도시별 증오범죄 현황 /사진=CSUSB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보고서
미국 주요 도시 내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건수 /사진=CSHE 보고서

미국 주요 도시 내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건수 /사진=CSHE 보고서
최근 만난 지인들도 '뉴욕에선 지하철을 타는 대신 걷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낮에 맨해튼 길 한복판에서 60대 아시아계 여성이 잔혹하게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걸 보면, 사실 걷는 것도 안전한 수단은 아니다.

뉴욕 맨해튼 49번가 거리 /사진=임동욱 특파원
뉴욕 맨해튼 49번가 거리 /사진=임동욱 특파원

코로나19(COVID-19) 여파 탓인지 행인들은 많지 않았다. 맨해튼 중심가인 브로드웨이는 길을 오가는 행인들로 통행이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날 근처 직장인들 외에는 길을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맨해튼의 도로도 한산했다. 뉴욕 보행자들의 관례적인 '무단횡단은 여전했지만,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길에서 만난 뉴욕 교통경찰은 핫도그를 파는 노점상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바로 옆 행인들은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유유히 건넜다.

맨해튼의 상징인 센트럴파크에는 봄이 왔다. 많은 뉴요커들은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러 공원으로 나왔고, 앞으로 찾아 올 관광객을 기다리는 말과 마차들도 벌써부터 대기 중이다. 이미 한 커플은 마차를 타고 공원 투어를 시작하는 참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다시 42번가를 향해 걸었다. 스마트폰에 찍힌 걸음수는 이미 1만보 이상이다.

뉴욕 브라이언 파크에 나온 뉴욕 시민들 /사진=임동욱 특파원
뉴욕 브라이언 파크에 나온 뉴욕 시민들 /사진=임동욱 특파원

뉴욕공공도서관 앞 브라이언트 파크. 공원 내 벤치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벌써부터 윗옷을 벗고 맨몸으로 탁구를 치는 사람들과 커피를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그리고 주인을 따라 나온 견공들로 붐볐다.

간신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문득 지금까지 아시아계로 보이는 행인을 거의 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자의 이동 경로, 시간, 그리고 관찰력 부족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왠지 편하지 않았다. 심리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불안감은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

뉴욕한인회 관계자는 "많은 한인들이 최근 예방차원에서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과연 왜 우리는 이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걸까. 이를 바로잡으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공립학교들은 인종차별 금지 및 최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자료 등을 준비해 각 학생들의 가정에 안내하고 있고, 주요 미디어들도 최근 사태를 비중 있게 다루며 폭력행위를 비판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미 한국대사와 총영사들은 최근 화상회의를 열고 상황 및 대응책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흑인 인권단체 100 Suits가 3월25일 뉴욕 퀸즈에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 회장이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욕한인회 홈페이지
흑인 인권단체 100 Suits가 3월25일 뉴욕 퀸즈에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 회장이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욕한인회 홈페이지

뉴욕한인회는 지난달 25일 아시안 증오범죄와 차별에 대한 대응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또 같은 날 흑인 인권단체인 '100 슈츠(Suits)'도 한인 미용업체 매장 앞에서 아시안 증오범죄 반대를 외치는 행사를 열었다.

흑인 인권단체들도 최근 발생하는 사태에 우려한다. 최근 발생하는 아시안 증오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로, 전국행동네트워크(National Action Network, NAN) 설립자인 앨 샤프톤(Al Sharpton) 목사는 지난달 18일 아시안 인종차별 반대 기자회견 연설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홀로 남겨둬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이 사태를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서는 안 되고, 크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프톤 목사는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 범죄에 함께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증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가 증오에 대한 대항에 분명하고 개방된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흑인 인권지도자 앨 샤프턴 목사가 3월18일 아시안 인종차별 반대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욕한인회 홈페이지
흑인 인권지도자 앨 샤프턴 목사가 3월18일 아시안 인종차별 반대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욕한인회 홈페이지

이에 대해 찰스 윤 뉴욕한인회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흑인 사회에 영향력이 높은 리더가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의미가 크고 한인사회에 큰 위로가 된다"며 "어려울 때는 서로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한인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뉴욕이 충격에 빠지자 어려움에 빠진 1600여 가정을 5개월간 도왔고, 흑인 커뮤니티 장학금 지급, 푸드뱅크 지원 등 다른 커뮤니티 지원에도 나선 바 있다.

윤 회장은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인종혐오 범죄는 가해자의 정신적 문제 등도 있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목소리를 높여 이런 사태가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소수민족들은 이런 사태를 겪으면 목소리를 크게 내는데, 아시아계는 상대적으로 목소리 내기를 꺼리는 것 같다"며 "다른 민족과의 연대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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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4-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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