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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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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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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 윤강로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만을 보면서 
오래오래 
기다려 보았나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로 
세상에 매달려 보았나 
바라보는 눈매에 추워 보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에 시달려 보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되어 스친 것들을 
잊어 보았나 
삶이 소중한 만큼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를 
사랑해 보았나 

++

사람이 살다보면 뜻하지않은 여러가지 봉변을 당할수도 있는 법
그중에서 맞는다는 것처럼 기분 나쁘고 자존심을 상하는 일도 없을것이다.

따귀나 죽통수등 주로 물리적으로 맞을 경우에는 상대에 따라서 아주 죽는 시늉을 하거나
아니면 정신을 차려서 바로 응징을 하는 등 판단을 바로해서 상황에 대처를 할수있지만
바람을 맞았을 경우에는 그 대처 방법이 상당히 애매모호 내지는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우선 첫번째 바람을 맞았을 경우..
주머니에 한푼도 없이 서울곰탕 집에서 덥썩 곰탕 한 그릇 미리 시켜먹고
밥 사줄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다 바람을 맞았을 경우에는 솔직히 이야기 하고 외상을 하거나
평소 운동께나 했을 경우에는 문간에 주간지를 집으러 가는 척 하다가 죽기 살기로 튀는게 상책..

또 다른 바람을 맞았을 경우..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맞으면 지구를 떠날 확률이 매우 높아짐으로 되도록이면 피하고
봄바람 이나 가을바람처럼 솔솔 선선한 바람은 밥 먹은 직후 맞으면 졸릴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주로 공복이나 낮잠을 자도 괜찮은 환경과 시간을 선택해서 맞는 것이 좋을듯,,

그리고 가장 원통,분통한 바람..
돈 쓰고 애 쓰고 몸도 열심히 써서 어떻게 잘 해보려던 여친이나 남친이 바람이 난 경우
상대는 바람이 난것이지만 나는 바람을 맞은 꼬락서니가 된것..
난 개인적으로 팔백구십일번의 이런류의 바람을 하도 많이 맞아봐서 이제는 무덤덤 하지만
처음으로 이런 바람을 맞은 사람들은 정말 환장할 일인 것이다..

우선 평소에 세컨드 여친이나 남친 후보가 있을경우 앞뒤 가리지 말고 재빨리 바꿔탄다.
그 마저 없을 경우에는 식음을 전폐 하고라도 새로운 애인을 찾기에 물불을 가리지 말아라.
것도 외모나 주머니 사정상 불가능 한 경우에는 머리를 깎고 빨리 속세를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그나마 종교심이 약해 이것마저 불가능 할 경우에는..
그냥 세월이라는 약을 마구 먹어대며 추억이라는 둥, 옛 사랑이라는 둥, 등등의
진부한 유행가를 염불처럼 웅얼거리며 밤 마다 때로는 낮에도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에 의지하고
나는 애초부터 독신 주의자였노라고 사방 팔방 주위에다 소문을 내는 방법이 방법이라면 방법일까..

아무튼 바람은 가급적 안 맞는 것이 제 명대로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이천십팔년 시월 십육일 저녁 여덟시쯤.. 
  팔백구십일번째 바람을 맞힌 녀인네 생각이 나 목이메어 막걸리 한 잔 하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