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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중심 통일론 30년, 이제 '동독'에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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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너머 사람들을 만나다 ①] 독일 신연방주 사람들을 만난 이유는?
이대희 기자, 이재호 기자(=베를린) 2018.10.06 11:30:54


올해 초만 해도 이 같은 반전이 일어나리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남북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해빙의 물꼬를 텄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중요한 변수인 북미관계 역시 화해의 전기를 맞았다.

지금 필요한 건 공존과 교류의 길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세밀히 닦는 것이다. 그간 북한은 어떤 한국인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한국에는 남극만큼이나 먼 땅이었다. 한국이 사실상 섬이었던 까닭이다. 이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남북이 진정한 이웃이 되어야만 그 다음(통일)을 본격적으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 통합'이 먼저 선행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정부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교류가 시작된다면 정부는 필연적으로 뒤로 물러나게 된다. 시민 각자가, 인민 각자가 교류의 주체가 된다. 이제 질문을 준비해야 할 때다. 과연 우리는 북한과 교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오는 2019년은,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지 꼭 30년째 되는 해다. 그 30년간, 이를테면 베를린 장벽을 넘어 온 동독의 스무살 청년은 이제 50살이 됐다.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직업을 구했고, 어떻게 서독사람들과 어울려 살았을까?




**교류는 상호 동등히 이뤄져야 한다**

<프레시안>은 지난 9월 7일부터 약 이주일에 걸쳐 독일을 둘러봤다. 정확히는 독일 신연방주, 즉 옛 동독 지역을 돌아보았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모두 동독 체제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만난 이유는 간단하다. 분단 시절 동서독이 얼마나 달랐는지, 재통일 후 두 체제가 어떻게 하나로 융합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를 개개인 삶의 여정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독일 재통일은 어느 정도 익숙한 주제다. 모두가 대략적인 재통일 이야기를 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로부터 1년여 후인 1990년 10월 3일, 분단됐던 서독과 동독은 다시 하나의 독일로 통일됐다. 서독의 동독 흡수 통일이었다. 독일은 급박했던 재통일의 비용을 치르느라 한때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고생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탄탄한 통일 국가로 다시 섰다. 지금도 유럽 경제를 견인하는 선진국 독일의 역사에 관해 우리가 익히 들어온 줄거리다.

이 이야기에서 빠진 내용이 사람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이어진 동서독의 교류를 서독 정부, 서독 체제 중심적으로 들어왔다. 서독 정부가 이른바 '동방정책'을 이어왔고, 때맞춰 소련을 정점으로 한 공산 체제가 무너졌기에 재통일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실제 사람의 이야기는 빠져 있다. 통일은 당시 극단적으로 다른 체제를 살던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동서 교류가 정말 동독 사람들에게 통일에의 열망을 불러일으켰는지 등의 이야기를 통일의 약자였던 동독의 입장에서 우리는 정리해보고자 했다.

통일 후 교류의 경험 역시 중요하다. 동서독 통일 후 이어진 동서 독일 사람들의 교류는 일방적이었다. 서독 자본이 주역이었고, 서독 정치가 주역이었고, 서독 사회가 주역이었다. 흡수 통일의 결과다. 동독은 철저히 조연에 머물렀다. 그 차이가 잘못된 교류로 이어졌다. 독일은 지금도 이 격차를 극복하는 중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반면교사다. '흡수통일은 안 된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강자 주도의 일방적 교류는 안 된다'는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남북한 사람이 동등하게 교류할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통일로 북한 시장이 열리면 남한에도 일자리 기회가, 추가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식의 통일 설득론은 자칫 북한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만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다른 체제는 다른 사람을 만든다**

물론 독일과 한반도 사정은 다르다. 이제는 둘의 역사가 다르다는 점 때문에 두 분단 상황의 동질성이 오히려 논의되지 않을 지경이다.

다른 체제는 다른 사람을 만든다. 오늘날 북한을 '우리의 이웃'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오늘날 청년세대 중 일본인, 미국인, 유럽인보다 북한사람을 더 가까운 이로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북한에는 이제야 기초적 자본주의 체제가 이식되고 있다. 자생적으로 피어난 '장마당 자본주의'다.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체제다. 한국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최선봉에 선 나라다.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 밀접하게 접목된 나라다. 시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낸 경험을 한 민주주의 국가다. 이처럼 다른 체제가 70년 이상 잦은 교류를 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이어졌다. 우리가 남북 교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건, 화성인과 금성인의 만남이다.

때로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펴야 숲이 살아난다. 정부가 숲을 조성하지만, 나무를 건강하게 자라게끔 하는 힘은 민간에서 나온다. 우리는 독일의 사례에서, 민족 통일의 당위론 차원에서 오직 큰 이야기만 하다 놓친 세밀한 이야기들이 결국 커져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친구 사이에서, 연인 사이에서 작은 갈등이 큰 싸움으로 벌어지는 것과 같다. 한국 사회는 이에 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동독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최대한 세밀히 정리할 것이다. 그들의 삶을 통해 동독에서,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과거사를, 북한의 오늘을, 미래에 평화로운 공존이 보장되는 한반도를 상상해보고자 했다. 동독인의 삶을 거울로 삼아, 우리는 다가올 교류의 시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인터뷰이 각자의 관점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각자의 삶만큼이나 제각기다. 그럼에도 화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남북 교류에의 단초를, 반면교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11편의 이어질 이야기는 크게 통일 당시 성년이었던 이들의 이야기, 통일 당시 청소년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로 나뉜다. 마지막으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독일 분단이 낳은 아주 특별한 기업사 한 편도 준비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 바란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12765&ref=twit#09T0
추천 0

작성일2018-10-05 20:40

sansu님의 댓글

sansu
독일 통일의 최종 결정은 미국의 리건과 쏘련 연방의 고바초프에 의해 내려진것이 었고, 리건이 베를린 장벽에서 외친 "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 in 1987. 그 이후에 독일 통일은 아주 급속도로 진행 됐던것입니다.

가이님의 댓글

가이
이데올로기의 관점에 따라서 사회시스템의 우열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동독이 나은가 서독이 나은가? 그것은 관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제가 주장하는 것은 그런 관점자체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열이 아니라, 그냥 체제가 다른것이란 인식. 그게 우리의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아야 합니다.

독일보다 더 오랜 분단의 시간을 가져온 우리민족의 경우는 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전체주의적 교육을 받아온 세대들이 있기에
현실에서는 동독과 같은 통일은 매우 어렵고 많은 혼란을 줄것이 명백합니다.

남과 북 대다수의 사람들이 각자의 체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거부감이 줄어들어야 가능합니다.
허나 현실은 이곳 게시판만 봐도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갑니다.

구름나그네님의 댓글

구름나그네
얼마전 발표한 인구 분포를 보니..
70대 이상의 노인 분들이 500만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상태로 10년만 지나면 웬만한 이념논쟁은
없어지리라 희망합니다

Bboolee님의 댓글

Bboolee
그대신
김성태, 홍준표, 양승태, 태극부태대 같은 자들이 [깅상도, 절라도 편가르기들이 착각된 기득권세력](소위 닥그네 따위의 집단)으로 떠벌리는 현상황의 잔존자들이 있는한
[깅상도, 절라도, 니북]으로 편가르길 또 할 것이다.

다행이 그 썪은 자들이 '일찍 섞어 없어지면' 다행이려니와
매우 염려되는 '시궁창 충들'이다.

껌은고양이뇌로님의 댓글

껌은고양이뇌로
'
한국인 둘이 모이면 정당 세개를 만들어낸다는 웃지 못 할 우스개 소리가 있듯..

좌파가 다 사라져도
남은 우파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리어 또 다시 이념전쟁은 시작되고

그 강경파가 온건파를 다 제거시켜도
역시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은 또 다른 개혁과 진보라는

같은 듯 같지 않은 다를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념을 만들어 자신만의 영역을 추구하려는
아주 쉬운 말로 밥그릇 쟁탈전의 명분을 만들어 내 가고 있다는 것..
- -

껌은고양이뇌로님의 댓글

껌은고양이뇌로
노인들이 사라지면 수구꼴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젊은 수구꼴통들이 노인이 되며 여전히 같은 DNA를 스물스물 내뿡는 것이 인간인 것..

젊다고 수구꼴통이 아닌 것이 아니고
노인이라고 다 수구꼴통이라고 할 수 없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나이로 또 지역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몇몇 꼴통들이 설치는 곳이 바로 이 요지경 세상..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라 하듯..
이겨야 권력을 쥘 수 잇는 것이고 그것을 휘둘러 볼 수 있는 것이니

트럼프의 야망도 그에게 권력을 쥐어 준 우리가 곱게 당하는 현실처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상대를 죽이고 손에 쥐어야 하는 정치꾼들의 권력투쟁..

어느 한쪽이 사라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한국적 관념보단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구조의 밸런스를 유지시켜 운영되는 미국처럼

어짜피 주둥이로 먹고 사는 한국의 정치꾼들도 그것을 아는 것들 끼리
서로를 인정하고 밸런스를 맞춰 국정을 운영하는 용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헛된 꿈일지라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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