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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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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와
저 리가

자존심이라는 트로피를 놓고
열 여덣 아홉쯤의 꼬마들이
10원짜리 고무공으로
리대항 축굴 하고 있었고

숙제 안 해 왔던 몇은 매미처럼
유리창에 매달려 윤을 내고 있었고

아이들의 잡다한 소리들로
마치 불이 난 듯 한 호떡집을
그냥 지나가야는 아이들은
달콤한 침을 꼴깍꼴깍 넘기며 지나가고 있었고

일찌기 난
소질이 계발되고 발굴되고 개발하여진
타고난 재능을 썩히려 들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로
전빵에 쭈구리고 앉아
뽑기로
노름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며

한글을 천천히 깨치기로 해
받아쓰기에서 낙방하곤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는
친구 맨붕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
.
돈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난
다 털릴때까지
오지 않는 친구 맨붕이를 만나러
교정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이 다 빠져 나가고 없는
가을 학교 교정은
그저 휑 했다.

노름으로
호주머니가 빈털털이가 되었으니
더 그래 뵈었던 거였지 않았나 싶지 싶다.

주머니는 빈털털이가 되었어도
오줌보는 꽉 차
화장실을 가려 화단을 가로지르다
얼래?
언제 꽃들이 다 졌댜?

아이들처럼 화사했던 꽃들을 본 것 같기도 한데
꽃은 다들 어디로 가고
어깨 늘어진 줄기의 잎사귀들만
마지막 숨통을 부여잡고
안 내어 놓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어차피 다 털린 거
오줌보까지 털린다고 달라질 인생이겠나.
마지막으로 다 쏟아 부을려고
화단을 건너려는 순간,

눈에 화악.

한 무리만
새파란 잎사귀 위로 화단에 우뚝 서선
자주색 꽃을 피워내고 있어
살곰살곰 가 보니

와, 국화였다.

흡흡,

향을 맡고 난
그 자리에서
뇌사상태에 빠질 뻔 했다.
아, 또 색은 어떻고.

순간,
전업을 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쓰바,
학교에다 바친 월사금이 얼마여.
이정돈 괜찮은겨.

무리의 가장자리에 있는 녀석을 툭,
잡아당기니 쉬 뽑혔다.

도둑으로의 전업은 모험였지만
의외로 짜릿했다.

짜릿한 쾌감도 잠시,
무서운 공포가 엄습했다.

어쩌면

궹이로 구렁이를 죽여
구렁이 주를 담가 장복을 하며
마눌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사 아저씨 덕에
소풍가는 날엔 비가 온다는
전설을 만들어 낸 그 아저씨가

궹이를 들고
날 잡아
칼주를 담가 장복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국화 뿌리 몇 갤 가방에 넣곤
맨붕고 지랄이고
집으로 집으로 뒤도 안 돌아 보고
존나 뛰었다.

집에 당도해 뒬 돌아 보니
다행이 미행하는 잔 없었다.

휴~~~

고생보따리를 마루에 던져 놓고
서리 녹은 쪽을 골라
발목만큼 파곤
장물을 암매장하며 빌었다.

제봘 살아서
우리 내년에 보자 이?
.
.
.
.
.
어쩌면 내게 국화는

노름꾼으로 성장하지 않고
도둑으로의 바른길을 걷게 해 준
고마운 은혜의 꽃인 거고

추억인 거고
고향인 거다.

국화를 보고 있노라면

난 지금
미국에 없다.~~~
.
.
.
.
.


추천 0

작성일2018-09-17 06:38

young김영님의 댓글

young김영
칼님 글을 읽으면 옛날생각이 납니다.
제가 유일하게 open 하는  글은 칼님과 목멘천사님 글입니다.
아무렇게나 쓴거 같애도 글속에 항상 뭐가 있읍니다.
연세 드신분들 글은 역시 다릅니다.
목멘님 글은 오래전 부터 빠지지 않고 읽었으나 어제 처음 댓글이란걸 달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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