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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위안부'가 없는 '위안부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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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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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가 없는 '위안부 소녀상'
 
2011년 12월에 에 서게 된 소녀상은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인정하지 않는 정대협이 생각하는 '위안부' 상의 결정판이다.
 
소녀상은 분명 성노동을 강요당한 '위안부'를 상정하는 상일 텐데, 성적 이미지와는 무관해 보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다. 말하자면 대사관 앞에 서 있는 것은 위안부가 된 이후의 실제 '위안부'가 아니라 위안부가 되기 이전의 모습이다. 혹은 앞에서 살펴본 위안부의 평균 연령이 25세였다는 자료를 참고한다면, 실제로 존재한 대다수의 성인 위안부가 아니라 예외적인 존재였던 위안부만을 대표하는 상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대사관 앞 소녀상이 실제 위안부를 상징하는 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소녀상은 마치 '위안부'의 대부분이 소녀였던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소녀 위안부'의 기억을 강화시켜 나간다.
 
소녀의 단발머리는 그녀를 단정한 학생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학교교육을 아예 혹은 조금밖에 받지 못한 이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소녀상은 실제 조선인 위안부와는 거리가 있다.
 
소녀가 맨발을 드러내놓고 있는 것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끌려갔다는 것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주먹을 쥐고 쏘아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은 '강제로 끌려간' 데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다. 말하자면 소녀상은 '저항하는 위안부'일 뿐 일본군과의 또 다른 관계는 드러내지 않는다. 혹은 그 분노가 '일본군' 이외의 존재를 향하는 것을 수도 있다는 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소녀상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저항하고 싸우는 소녀'의 모습이야말로 한국인이 자신과 오버랩시키고 싶어하는 아이덴티티로 이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녀상이 한복을 입고 있는 것은 실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리얼리티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위안부'를 바람직한 '민족의 딸'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조선인 위안부는 '국가'를 위해서 동원되었고 일본군과 함께 전쟁에 이기고자 그들을 보살피고 사기를 진작한 이들이기도 했다. 대사관 앞 소녀상은 그녀들의 그런 모습을 은폐한다.
 
그러다 보니 소녀상은, 그녀가 때로 가족을 위해 나섰던 희생정신도, 아들이 아닌 딸이 팔려가기 쉬웠던 가부장제하의 피해자성도, 그녀들을 '강제로 끌고 간' 우리 안의 가해자들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소녀상은 일본에 저항해 목숨을 잃은 유관순을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소녀상이 저항하는 모습만 표현하는 이상, 일본옷을 입었던 일본이름의 '조선인 위안부'의 기억이 등장할 여지는 없다. 그들의 또 다른 생활과 기억, 일본 군인을 간호하고 사랑하고 함께 놀며 웃었던 기억을 가진 '위안부'는 그곳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곳에는 군인을 자신과 같은 운명에 떨어진 가엾은 존재로 간주하고 동정했던 위안부도 물론 없다.
 
소녀상에는 '평화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러나 용서의 기억을 소거한 눈은 원한에 찬 눈으로 그녀를 보는 이들에게 일본에 대한 '적대'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일본보다 조선이 더 밉다'는 위안부들 역시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곳에는 '조선인 위안부는 없다'.
 
그녀들이 해방 후 돌아오지 못했던 것은 일본 뿐 아니라 우리 자신 때문이기도 했다. 즉 '더럽혀진' 여성을 배척하는 순결주의와 가부장적 인식도 오랫동안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것은 단지 성적으로 더럽혀진 기억만이 아니다. 일본에게 협력한 기억, 그것 역시 그녀들을 돌아오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말하자면 '더럽혀진' 식민지의 기억은 '해방된 한국'에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사관 앞 소녀상은 협력과 오욕의 기억을 당사자도 보는 이도 함께 소거해버린 '민족의 피해자'로서의 상일 뿐이다.
 
(중략)
 
그런 한, '피해자' 소녀들이 일본옷을 입고 일본 이름을 가진 '일본인'으로서 '일본군'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똑같은 손으로 그녀들을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위안부가 되기 전에 그렇게 어린 '소녀'를 내몬 '손' 또한 우리 안의 또 다른 손이기도 했다는 것은 잊은 채로.
 
'조선인 위안부'란 조선인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저항했으나 굴복하고 협력했던 식민지의 슬픔과 굴욕을 한 몸에 경험한 존재다. '일본'이 주체가 된 전쟁에 '끌려' 갔을 뿐 아니라 군이 가는 곳마다 '끌려' 다녀야 했던 '노예'임에 분명했지만, 동시에 성을 제공해주고 간호해주며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를 향해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던 동지이기도 했다. 그들은 '한복'을 입은 댕기머리 조선인이기도 했지만, 일본옷을 입고 일본머리를 한 청초한 '야마토 나데시코'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조선인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식민지의 모순'을 가장 처절하게 살아낸 존재였다.
 
(중략)
 
위안부가 대표하는 '식민지' 체험은 '기념'되고 현창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모순을 안고 있는 체험이다. '위안부'가 '유관순'일 수 없는 것은 그 점에 있다. 물론 일제가 만든 시스템과 인프라를 향유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모순을 내포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식민지화란 구성원 누구나가 분열증을 앓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중략)
 
정대협은 세계를 향한 운동에서 위안부를 홀로코스트와 비슷한 위치에 놓으려 하지만, 그건 그 차이를 무시한 일이다.
 
소녀상으로 대표되는 '위안부'에게 종용한 것은 실제로는 우리 자신은 일상 속에서는 잊어버리고 무관심하게 지내는 일, 즉 '민족의 딸'로 존재해 주는 일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그녀들에게 맡기고 있는 셈이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는 소녀상은 위안부 자신이라기보다는 정대협의 이상을 대변하는 상이다. 다시 말해 소녀상은 '그때의 조선인 위안부'라기보다는 '20여년의 데모'로 운동가가 된 위안부이다.
 
(중략)
 
일본에게 입은 피해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대사관 앞 소녀상은 절반의 진실을 나타낼 뿐이다. '조선인 위안부'란 조선인으로만 남아 있을 수 없었던 식민지인이었기에, 하나의 기억만을 가질 수는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소녀상은 이제 한국 안의 다른 장소(통영, 공주 등)로, 그리고 미국에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에 설립된 위안부 기림비는 '강제로 끌려간 20만 명의 소녀'란 문구를 담고 있다. 그런한 그 비는 '위안부'에 관한 대한민국의 '공식 기억(실제 일어난 사실이 아닌)'을 표현한 것일 뿐 위안부 자체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것은 일본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것이지만, 우리가 하나의 기억만을 내세울수록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이들은 또 다른 기억만을 상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각자의 기억만 고수하는 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오지 않는다.
 
(중략)
 
지금의 소녀상은 '평화'를 말한다고 하지만 그 상이 일본의 굴복만을 요구하는 한 저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소녀상은 언제까지고 평화 아닌 불화만을 만들어낼 것이다. 실제로 2011년 겨울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의 한일관계가 극단적으로 불화로 치달았던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소녀상은 우익 뿐 아니라 한국에 호의적이었던 양심적인 일본인까지도 한국에 등을 돌리거나 무관심해지도록 만들었다. 소녀상은 문제 해결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어서 박유하 교수는 본격적으로 정대협이 휘두루는 민족권력 문제를 다룬다. 아래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에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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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9-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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