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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학자 조주경, 2000년 서울서 어머니 상봉한 뒤 당국 비판에 자살 (4년전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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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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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만날 때 눈물 보였다고 집중 성토당해
“‘사회주의가 다 뭐요?’ ‘(이 땅에) 사회주의가 있나요?’ 70세 노학자 조주경(趙周璥) 은 울먹이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더 긴 얘기가 필요치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말 하지 않아도 다 안다. 그것이 어찌 조주경 한 사람만의 생각이겠는가.
‘내 젊은 시절 한 발짝 잘못 디뎌서…’ 이렇게 말할 때에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손과 몸마저 부르르 떨었다. 한 때 잘못된 생각으로 북쪽을 선택한 자신의 경솔함에 대한 자책과 회한을 그는 온몸으로 토해냈다. 평소 과묵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렇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북한에서 사망한 조주경 박사의 동료 학자가 전해주는, 조 박사가 죽기 전 발언과 모습이다.

경북 영양 출신인 조주경은 사회주의 이상을 꿈꾸던 가슴 뜨거운 청년이었다.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0년 의용군으로 낙동강전선에 투입됐고, 팔공산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한쪽 팔을 잃었다. 이후 사회주의 이상을 좇아 월북했다. 오직 외아들 하나 믿고 사는 홀어머니도 그의 이상을 막진 못했다.
2000년 8월 16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개별 상봉 자리에서 신재순 할머니가 아들인 북한 수학자 조주경 김일성대
 교수에게 금목걸이를 걸어주고 빰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 교수는 상봉시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당국의 비판을 받고 수면제를 먹은 뒤 자살했고 어머니 신씨도 2004년 세상을 떴다./사진공동취재단
2000년 8월 16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개별 상봉 자리에서 신재순 할머니가 아들인 북한 수학자 조주경 김일성대 교수에게 금목걸이를 걸어주고 빰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 교수는 상봉시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당국의 비판을 받고 수면제를 먹은 뒤 자살했고 어머니 신씨도 2004년 세상을 떴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23세부터 모교 교단에 섰다. `확률적분방정식'·`해석수학'·`통보론' 등 50여 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고, 80여 건의 과학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30대에 박사, 40대에 교수, 50대에 공훈과학자·후보원사, 60대에 원사·인민과학자가 됐다.

2000년 여름. 조주경은 서울에서 있을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반세기 가까이 헤어져 살아온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어머니 생각만 하면 만감이 교차했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 말로 다할 수 없었고, 미안함과 송구함도 그에 못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북으로 와서 나름대로 유명한 학자로 출세한 만큼, 그런 아들을 보고 어머니가 얼마나 대견해할까 생각하니 뿌듯함도 없지 않았다. 평양을 떠나기 전 그는 김일성종합대 수학역학부 재학시절부터 50년 동안 어머니를 그리며 틈틈이 써놓았던 편지를 꺼내 하나씩 펼쳐보았다. 당장 전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사진도 몇 번이나 다시 골랐는지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사진으로나마 어머니에게 단란하게 사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0년 8월 15일부터 3박4일간 서울에서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 때 조주경(68세)과 그의 어머니 신재순(申在順, 88세)씨의 만남은 누구보다 극적이었고, 그만큼 남다른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일찍이 남편을 잃었던 신씨는 외아들 조씨가 떠나버린 뒤 20여년 전부터 부산에 있는 절에 머물며 아들을 위해 매일 부처님께 빌었지만 아들이 전쟁 통에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2000년 8월 16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개별 상봉 자리에서 신재순 할머니가 아들인 북한 수학자 조주경 김일성대 교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00년 8월 16일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개별 상봉 자리에서 신재순 할머니가 아들인 북한 수학자 조주경 김일성대 교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만나고 평양으로 돌아온 뒤 조주경은 딴 사람이 된 듯했다.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아예 말을 잊은 듯했다. 생기발랄해야 할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되도록 피했다. 서울에서의 3박4일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충격' 이상이었다. 그 사이 그가 듣고 보고 느낀 것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고 돌아온 뒤 김일성종합대학 당위원회에서 당한 호된 비판은 찢어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서울에서 어머니를 만났을 때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조주경도 어머니를 만나는 자리에서 가능한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만나는 그 감격적인 순간에도 감정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에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북한당국은 천륜을 사상으로 막으려 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김일성종합대학 당위원회에서 사람들은 조주경을 집중 성토했다. "서울에서 어머니를 만나니까 그렇게도 좋던가?" "그동안 누구 덕에 교수·박사 되고 세계적인 수학자로 컸는데, 거기서 눈물을 보이는가. 다 수령님과 장군님 덕 아닌가." "낳아만 주었지 어머니가 너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나."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는 온갖 지탄과 질타가 쏟아졌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언제부터인가 그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인가? 아무리 고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답만 나왔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남조선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은 질시와 수모만 해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전공인 수학공부 하나만을 붙잡고 꿋꿋이 견뎌냈다. 어쩌면 그것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하는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은 경우가 달랐다.

그 즈음 그에게는 퇴근길에 남산병원에 들러 안면제(수면제)를 받아오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그는 받아온 약을 몇 개씩 남겨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따로 약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가족들은 물론 병원관계자들도 모르고 있었다.
2000년 8월 8일 조주경(68) 김일성대 교수의 어머니 신재순(88) 할머니가 아들을 만날 기쁨에 젖어 간절한 마음으로 합장했다./김용우 기자
2000년 8월 8일 조주경(68) 김일성대 교수의 어머니 신재순(88) 할머니가 아들을 만날 기쁨에 젖어 간절한 마음으로 합장했다./김용우 기자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안면제 과다복용'. 그동안 모아놓은 수면제를 한꺼번에 먹고 자살한 것이다. 북한에서 자살은 하나의 심각한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수령님과 장군님이 계시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에서 자살이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평범한 주민도 아닌 유명한 학자가. 가족들은 알아서 사인(死因)을 비밀에 부쳤다. 당국은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부고는 없었다. 조주경 쯤 되는 인물이면 공식 부고를 내고 애도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당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시신을 평양 형제산구역의 애국열사릉에 안장하는 것으로 '예우'했다. 북한에는 우리의 국립현충원 격인 묘지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평양 대성산에 있는 혁명열사릉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산구역에 있는 애국열사릉이다.

한 고위 탈북인사는 "북한이 조주경 박사의 죽음을 심장마비로 오도하고, 그의 시신을 애국열사릉에 안장한 것은 시쳇말로 그를 두 번 죽인 셈"이라며 "김정일이 죽은 사람까지 이용해 먹었다"고 분개했다. 

북한의 대외홍보용 월간 잡지 <금수강산> 2004년 7월호에 조주경이 생전에 어머니를 그리며 써놓았던 편지와 유족사진이 소개됐다. 조 박사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평양을 떠나기 전 펼쳐보던 예의 그 편지와 사진이다. <금수강산>은 조주경의 편지와 사진을 소개하면서 그가 이미 사망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언제, 어떤 사유로 사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금수강산>은 "조주경은 눈을 감지 못하고 갔다고 한다. 아마 고령의 어머니 모습을 죽어서라도 눈가에 담아보려는 듯"이라고 적었으나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조주경의 어머니 신씨는 이 잡지가 발간된 날인 7월 12일 부산의 친척 집에서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앞으로 빨리 통일이 돼 어머니를 모시고 하루라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빌겠다"던 그 아들이 어머니 먼저 세상을 하직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조주경이 서울에서 어머니를 극적으로 만나고 난 뒤 작성한 마지막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불쌍한 나의 어머니…가슴이 찢어져요…. 아 어머니, 함께 살자고 떨어질 줄 모르던 어머니, 통일을 그토록 빌던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아요."
추천 2

작성일2018-03-22 14:59

트럼프노벨상님의 댓글

트럼프노벨상
북미대화가 성공해서
통일이 되야지
이런일이 없다.

맨날 자유한국당은 통일추진하는 세력을 종북이라고 몰아부치기나하고
북한을 적대시하니깐
저런일이 발생하는거.

캘리님의 댓글

캘리
정권이 바뀌면 줄줄이 부엉이 바위로 갈참인데 뭘~~
아니면 말고 마인드 정권의 말로 불 보듯 뻔~~

장파이콜님의 댓글

장파이콜
에구구..........  마음이 아프다.

북한정권 죽일 놈들

캘리님의 댓글

캘리
미국이 좋은것이 한국에서는 지위 학벌 수준들을 맨발 벗고도 못 쫓아갈 인간들이 미국에서는 신분 상관없이 감히 아무에게나 들이 대는꼴이란..공순이 공돌이 주제들이..ㅉㅉ

유샤인이 찍사면 어떻고 법관이면 어떤가..
환경에따라서 열심 주관적으로 사는것이 현명한것인것을..
주제도 안되는것들이 나불대기는..출신들 함 까봐라..

캘리님의 댓글

캘리
아들 사진이 더 나이들어 보이네 난 부부인줄 알았다..
이게 북한 실상이다 소위 교수라는 사람의 허우대가  에효..

비내리는강님의 댓글

비내리는강
저런 걸 보고도,,,
전쟁 일으켜 달라고 백악관에 청원하는 새퀴들이,,,

바로
일베충 버러지 새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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