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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제70주년 행사에서 배우 유승호가 낭독한 기념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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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다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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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윤택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이기에 되새기고자 옮깁니다.


친구에게. 허락하신다면, 나는 당신을 친구라 부르고 싶습니다.

1950년 짧은 생이 멈춘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기에 난 당신을 친구라 부르며

당신의 그날을 눈앞에 펼쳐보려 합니다.

친구여, 갑작스러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집을 나서던 순간, 얼마나 두려우셨습니까

서둘러 따뜻한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서며 얼마나 목이 메셨습니까

친구여, 그런데도 당신은 낡은 군복에 소총 한 자루 움켜쥐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지옥 같은 전장에 도착한 당신은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때론 태양을 짊어진 듯 뜨거운 폭염 아래서, 때론 수통의 물마저 얼려버리는 칼날 같은 겨울바람 속에서,

전우들의 죽음을 넘어 끝없이 전진했습니다.

친구여, 그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어떻게 견뎠습니까.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두려움은 어찌 이겨내셨습니까.

포탄처럼 날아드는 번뇌와 서글픔은 또 어찌 삼키셨습니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엔, 누굴 떠올리며 눈을 감으셨습니까.

친구여, 당신이 총탄을 피해 몸을 숨겼던 낡은 집은, 이제 학생들이 뛰어노는 학교가 됐습니다.

잠시 가족의 사진을 꺼내보던 고단한 행군로는 이제 젊은이들의 자전거 길이 됐습니다.

다시 돌아가지 못한 고향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도시가 됐습니다.

친구여,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전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리는 또 이렇게 윤택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2020년 6월 25일 영웅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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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6-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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