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내내 담임은 女선생님..문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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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광주교육대학교 도서관에서 100여일 앞둔 임용고시 시험일정에 맞춰 빼곡한
공부계획을 적은 계획표를 책상에 붙여놓고 한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교대 졸업식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 모(36) 씨는 초등학교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6학년이 되는 자녀가 이번에도 여자 선생님 반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여자 선생님과 공부한 셈이다. 최 씨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요즘 부쩍 거칠어지고 성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여자 선생님이 싫다기보다 남자 선생님이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성비가 너무 한쪽으로 쏠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총 62명의 선생님이 있는데 남자 선생님이 9명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2일에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초등남교사가 느끼는 역차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5년 차 남교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학교에 남교사가 적다 보니 온갖 비선호 업무(힘든 것, 복잡한 것, 학교행사)는 거의 다 우리가 맡는다"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데 남자라는 이유로 담임은 1년밖에 못해보고 교사들이 기피하는 체육 전담만 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씨처럼 남교사를 원하는 학부모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또 힘든 업무나 고학년 담임 배정이 남교사에 집중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자교사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초등학교 남교사 실태를 짚어봤다.
◇임용고사 발표 때마다 반복되는 '남자교사 할당제 논란'
초등학교에서 남교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8학년도 서울 국공립 초등교사 합격자 가운데 남성 비율은 11.1%였다. 이는 전년보다 4.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최근 서울지역 초등교사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을 보면 2013학년도 14.1%, 2014학년도 14.3%, 2015학년도 11.0%, 2016학년도 13.4%, 2017학년도 15.5%로 20%에도 못 미쳤다.작년 4월 1일 기준 서울지역 전체 초등교사(사립 포함) 2만9천191명 가운데 남성은 3천870명으로 13.3%에 그친다. 특히 교장·교감과 수석·보직교사 등을 제외하면 일반 정교사의 92.3%가 여성일 정도로 여초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서울 공립 중등교사 합격자 역시 10명 중 7명이 여성이다. 전체 합격자 935명 중 여성은 725명(77.5%)으로 지난해(75.5%)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 때마다 '남교사 할당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9년 교직 사회의 '여초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당시 서울 시내 초·중·고 학부모 1천56명을 대상으로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80.6%가 찬성했으며 현재 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들의 73.9%가 찬성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비슷한 시기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원 89%가 남교사 할당제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남교사 할당제 번번이 무산
남교사 할당제에 대한 논의는 교육계와 국회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2008년 6월 서울시교육청은 남교사 할당제를 추진했지만, 당시 교육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2009년 2월에도 교과부에 관련 내용을 재검토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2011년 12월 발의된 남교사 할당제 법률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남교사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높다. 교사생활 30년 차인 김 모(58) 씨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남교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현재 교사의 남녀 성비는 괴멸적인 수준"이라며 "여성 편향적 교육으로 치우쳐져 있고, 군 가산점이 폐지된 이후로 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교사가 적다 보니 내부에서 남녀차별이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생활 4년 차인 박 모(31) 씨는 "학예발표회 때 남자 선생님 두 명이 강당 의자 수백 개를 설치하고 치웠다"며 "PPT 영상을 틀기 위해 건물을 10회 이상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고, 당일 육체노동을 남교사들이 다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전국 10개 교육대(제주대 교육대 포함)가 모두 입시 요강에 성비 적용 선발 정책을 적용, '남성 교사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통계에도 드러나듯 여성 교사 쏠림현상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손형국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현재로서는 우수한 남성을 교직으로 유인할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며 "남교사를 늘리기 위해 남교사 할당제 도입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2003년부터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쪽이 합격자의 70%를 넘지 않게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실시됐지만, 유일하게 교직 사회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중잣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사 임용에 남녀비율 강제하기 어려워
하지만 여전히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교사의 전문성을 성별로 평가할 수 없고, 시험성적으로 결정되는 교사 임용에 남녀비율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 남교사 할당제 도입은 교사의 질적 하락이나 역차별 논란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6년 5월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도입했던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공립 중등학교 교사임용 시험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위헌소송에서 위헌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장호중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에 따라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한 성의 비율이 30%가 넘지 못할 경우 이를 맞추기 위해 선발 예정 인원보다 많이 뽑게 된다"며 "하지만 포괄적인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달리 교직의 경우 선발과목이 정해져 있고 현장에 필요한 인원이 제한돼 있어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남교사 할당제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10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자기가 꼭 원해서 지원하는 거면 몰라도 할당제까지 하면서 남교사를 뽑을 이유가 있느냐"며 "오히려 아이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여자 선생님들이 세심하게 교육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직의 여성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통현상이다. OECD 주요 국가의 여교사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 미국은 87.1%, 독일은 86.8%, 영국은 84.5%, , 프랑스는 82.1%, 일본은 64.8%였다.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나 관련 기관이 인위적으로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직 교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우수한 남교사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교단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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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2-0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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