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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전통시장의 몰락`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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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전통시장의 몰락' 변화가 없다


[전통을 혁신하다 시장의 대변신1회-③]전통시장의 위기, 대형마트 출현·바뀐 소비자층에도 상인들의 장사 방식과 시장 시설은 '예전 그대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동우 기자


20일 저녁시간과 21일 점심시간 두 차례 걸쳐 찾은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물건을 사는 손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패딩을 여미고 빠르게 시장 골목을 지나쳤다. 강남권 대표 전통시장이라는 명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독한 불경기라고 입을 모았다. 불과 3~4년 전에 비해서도 매출이 30%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다. 새마을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김모씨(45)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줄어든 것이 눈에 확 띌 정도"라며 "손님이 줄며 당연히 매출도 줄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파는 정모씨(56)도 "어제만 해도 매출이 현금 15만원, 카드 30만원에 불과했다"며 "이런식으로는 하루 종일 장사해서 가게 임대료 등 빚만 늘려가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되는 이유로 고객층의 고착화를 꼽았다. 새롭게 시장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고 예전부터 찾아오던 단골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날도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손님 대부분은 50~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의류·신발을 파는 최인섭씨(56)는 "오는 분들만 계속 오고 새로운 손님이 없다 보니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사람들은 시장에 와도 분식 같은 먹거리만 조금 먹고 갈 뿐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시장 모습/사진=김민중 기자


20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시장은 오전 5시부터 문을 열었는데 6시간이 지나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은 상인이거나 시장을 거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행인이 대부분이었다.


평면적 약 1만8800㎡에 점포 700개가량(노점 약 380여개 포함)이 있었지만 그중 3분의 1 정도는 휴점 중이거나 폐점된 상태였다. 전반적으로 적막한 가운데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이 주정을 부리는 소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었다.


남문 인근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과일가게 주인은 "장사가 온종일 안 된다"며 "주변에 백화점이 생기고 나서부터"라고 말했다.


영등포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판매 품목이 한정적이다. 시장 곳곳을 다녔지만 대부분 음식점 혹은 옷가게였다. 음식점들만 따로 보면 거의 다 순대국, 소머리국밥 등을 팔고 있어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옷 가게의 경우 노인들이 주로 입는 옷이나 작업복 등을 주로 팔았다.


상품을 보면 구매욕이 생겨야 하지만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인근 고층 아파트에서 거주한다는 김철중씨(35)는 "여기 오면 사 입거나 먹을 게 별로 없고,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시장 앞을 지나가던 회사원 김연수씨(32·여)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등의 노력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시장 자체의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20일 오후 서울 길음시장. 곳곳에 빈점포가 눈에 띈다. /사진=방윤영 기자



20일 오후 찾은 서울 길음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년간 길음시장상인회 회장을 맡았던 박금순씨(58)는 "상인들이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없다"며 "눈 앞에 이익만 쫓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길음뉴타운이 형성된 뒤 주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위기의식을 느끼지만 현실에 안주한 채 변하려는 노력은 없다는 지적이다.


박씨는 "주변 대형마트가 들어선 것을 탓할 게 아니다"며 "경쟁 환경과 고객층의 변화에 따라 시장도 변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시장에 정부가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봤자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40년 역사를 지닌 길음시장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5분 거리, 아파트·주택 단지 한 가운데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장점을 살려 손님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변화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너졌다. 상인 대부분이 노년층인 탓에 변화를 싫어하고 비협조적 경향이 있어서다. 일부 상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나와는 상관 없다'거나 '내 장사에 방해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 발전이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시장 내 청년상인을 유치해 구매력 있는 20~30대 고객층을 이끌려는 시도가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길음시장은 지난해 청년상인 5명을 유치했으나 번번이 기존 상인과 번번이 부딪히는 통에 현재는 2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데 먼지가 날려 장사가 안 된다', '보상금을 달라'는 등 기존 상인의 민원은 청년상인들의 정착을 어렵게 했다.


길음시장에서 방향제를 판매하는 청년상인 김은주씨(35)는 "시장 방문객이 워낙 먹거리 뷔페, 플리마켓 등 이벤트를 시도했지만 기존 상인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제대로 해 본 게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길음시장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며 "먼저 나간 청년상인처럼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길음시장의 현 상황은 심각하다. 전성기 때 하루 방문객이 100명이었다면 이제는 1명 수준이다. 매출 역시 하루 10분의 1로 뚝 떨어졌다. 빈 점포도 늘었다.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수준이지만 들어오려는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다. 여수 수산시장, 대구 서문시장, 인천 소래포구시장 사례에서 보듯 안전과 화재에 취약한 점도 전통시장이 고객을 끄는 매력을 반감시켰다.

20일 오후 찾은 서울 길음시장 내 빈점포 모습/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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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1-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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