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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식생활과 재혼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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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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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일상적인 청와대 식생활은 비교적 검소하고 담백했던 것 같다.

부인 피살 후에는 3일에 한번꼴 정도로 젊은 여성들과 질펀한 파티를 열면서 크게 달라졌다. 박정희는 집권 초기에는 지인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막걸리를 즐겨 마시고 농촌 시찰 때에는 농민들과 어울려 곧잘 막걸리를 마시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정권이 장기화되고 권력이 강화될수록 주도와 주량도 달라졌다. 막걸리 대신 고급 양주를 주로 마셨다.

청와대 출입기자 중 육영수를 많이 취재했던 한 언론인의 기록을 통해 박정희의 식생활 일면을 들여다 보자.

청와대의 조촐하고 담백한 구미는 아주 간단한 양식 아침 메뉴에서 시작된다. 이를테면, 토스트ㆍ프라이 에그ㆍ밀크 또는 호트 케이크ㆍ보일드 에그ㆍ사과주스ㆍ침실엔 대개 일품식 국수ㆍ스파게티ㆍ떡국 또는 비빔박이, 정오의 식탁을 꾸미는 메뉴들이다.

저녁에 차려지는 것은 재래식 한식, 생선회나 초회 등 몇 가지 찬에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를 반드시 곁들여져 식탁머리에 구수한 구미를 돋구게 한다.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박 대통령은 고기 대신 생선, 그것도 굽거나 조리거나 하지 아니한 날 것을 즐겨든다. 역시 날 생선으로 만든 식혜도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한 가지, 돌가자미나 은어 등 소금에 절인 잔잔한 생선에 좁쌀밥과 무생채, 고춧가루ㆍ마늘을 보태어 버무려 김치처럼 담은 이 겨울철의 별미는 경상북도와 함경도 해안 지방의 고장요리다.

해산물 중에 또 한 가지 반겨드는 것은 바다가제 - 진수성천이 풀코스로 차려져 나와도, 양식은 별로 달가와하지 않은 박 대통령도 이 ‘새우의 사촌’만은 깨끗이 처치한다. 그 성미처럼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에 기우는 박 대통령은 한편으로 철저한 ‘된장 당(黨)’이다.

“된장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밥 먹은 것 같지 않다.”

우거지나 아욱을 거리로 넣은 된장국이나 호박ㆍ풋고추를 썰어넣은 보글보글 끓인 된장 알뚝배기가 흔히 청와대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까닭이다.

박 대통령의 주량은 많은 편 - “각하, 한 잔 올리겠습니다.” 주석의 멤버가 10명이면 한 잔 씩 헌주한다 해도 열 잔, 웬만한 주호가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처지이긴 하나, 요즘은 저녁 식탁에서의 반주를 제하고는 통체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반주의 양은 대체로 청주 한컵 정도, 국산 정종 같은 것을 애음한다. 양주는 별로 당겨하지 않는 편인데, 어쩌다 마시게 될 때에는 스카치 워어터나 마트니를 든다.

부인과 사별한 후 박정희에게 재혼을 권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민우 신민당 총재의 증언.

“76년 3월 내가 국회부의장에 피선된 뒤 정일권 국회의장ㆍ구태희 부의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박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 자리에서 ‘웬만하면 속현(재혼-필자)하시지요’라고 대통령에게 권했습니다. 비록 나는 야당에 있지만 나라를 위해 진지하게 말한 것이었지요. 사람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상적인 가정이 있어야 바깥 일을 원만히 꾸려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 대통령은 농담 비슷이 받아들이더군요. ‘아이구. 이 부의장이 좋은 사람 소개하면 가지요’라면서 말입니다.”

이동원 전 장관도 재혼을 권했다. 그의 기억.

“영부인이 돌아가신 얼마 후 박 대통령이 초청해서 점심식사를 같이 한적이 있어요. 그때 우리 집사람이 병으로 입원 중이었는데, 대통령께서 ‘부인이 병상에 누워 있다는데 곁에서 잘 좀 도와주어. 나도 집사람이 간 뒤로는 생전에 못해준 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라고 말하셨어요. 내 마누라는 아직 살아 있는데 상처한 분이 그 걱정을 해주니 마음이 안됐더군요. 그래서 “각하, 살아계신 분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와대 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지 일반 사람들은 모르지만 저는 알지 않습니까. 옛말에도 열 효자보다 악처 하나가 낫다지 않습니까”라고 은근히 운을 뗐지요. 그러자 박 대통령은 씩 웃으며 “이 장관, 날 위해 보아둔 사람이라도 있어?”라셔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제 마음이 안돼서…”라고 대답하니까 각하는 “모두들 그러데”라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이 걱정들은 많이 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천거했다든가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마음에 두었다든가 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생전에 청와대에서 가족식사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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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10-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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