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아베 삼대 그리고 나

페이지 정보

박정희

본문



한겨레신문 길윤형 기자가 번역한 <아베 삼대>를 읽고 있다. 역대 최장의 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수상 아베 신조. 그의 태생적 본질을 아버지 아베 신타로, 할아버지 아베 간의 삶과 정치적 행적과 더불어 추적하는 책이다. 

지금의 한일 갈등 국면이 없었다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책이다. 전쟁 가능국가(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이것은 곧 대외 침략 가능 국가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다)를 향한 헌법 개정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아베 신조. 그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행의 분쟁 성격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의 163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전 재무상 후키다 아키라(기시 노부스케와 아베 신타로의 최측근)의 인터뷰 내용이다.

질문 : 기시 씨는 한국과 관계가 깊었지요?

답변 : 기시 선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박정희)를 매우 귀여워했습니다. 그도 기시 선생을 의지했습니다. 애초 (박정희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죠.”

기시가 누구인가?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로 그에게 극우보수의 정치관을 이식한 인물. 자유당과 민주당을 합당시켜 오늘날 왜곡된 일본 정치 시스템을 기초 세운 거물 정객. 도조 히데키 전쟁내각의 장관이었으며 2차대전 종료 후 A급 전범으로 체포되어 복역한 인물. 쇼와(일왕 시대)의 요괴라 불리우며 일본의 현실 정치를 주물렀던 희대의 모사꾼, 바로 그 기시 노부스케를 말한다.

기시는 1957년 수상에 취임했고 1960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막후에서 오랫동안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최고 실력자가 된다. 박정희가 5.16쿠테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찬탈한 해가 1961년이다. 

그러니 "기시가 박정희를 매우 귀여워"하고 "박정희가 기시를 의지"했던 시기는 한국과 일본이 '한일협정'을 맺고 이른바 국교정상화를 실행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책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위의 인터뷰 대목이 마음 속에 둔중히 울린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는 하다.(한승동이 쓴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는 두 인물의 은밀한 상관관계를 정면으로 조명한 역작이다.) 

역사학자 한홍구는 전한다. 1961년 11월 12일 쿠테타 성공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한 박정희가 도쿄 아카사카의 어느 요정에서, 기시를 비롯한 일본 내 만주 인맥들을 만나 유창한 일본어로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고.

"나는 정치도 경제도 모르는 군인이지만 명치유신 당시 일본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지사들의 나라를 위한 정열만큼은 잘 알고 있다. 그들 지사와 같은 기분으로 해볼 생각이다."

일찍이 정한론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 조선 침략의 주범 이토 히로부미 등이 박정희가 말한 그 지사(志士)들이니 그 이상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한일 현대사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전직 일본 관료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저 한 마디는 의미와 무게가 또 다르다. 너무나 적나라하고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저 한 마디야 말로 박정희 등장 이후 박근혜에까지 이어진 굴욕적 대일 관계의 기괴한 비밀을 푸는 열쇠인 것이다. 무엇보다 1965년 (현재 사태의 뿌리가 된) 한일협정이 왜 그토록 졸속적이며 매국적으로 진행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일본 수상에게 귀여움을 받은 한국의 철권통치자. 이 희비극 같은 장면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있을까.

박정희를 "애지중지" 귀여워했던 늙은 요괴는 박이 부하에게 총 맞아 죽은 8년 후까지 천수를 누리고 91세에 세상을 떠났다. 만약에 저 세상이 있다면 거기서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못다한 정을 나누고 있을 것인가? 

일그러진 이 땅의 현대사가 새삼 서글퍼지는 월요일 오후다.


추천 2

작성일2019-12-13 18:32

rainingRiver님의 댓글

rainingRiver
일본의 극우, 전범들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의 친일 매국노들도 득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일베충 버러지들은 친일 매국노 짓을 하면서
그게 애국이라고 바락발악 우기고 있다.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237 전국 라면 인기 지도 인기글 pike 2023-10-07 1382
16236 지도로 보는 동북아시아의 역사 인기글 8 원조다안다 2023-10-23 1382
16235 루나 코인 권도형 근황 인기글 1 원조다안다 2023-11-26 1382
16234 사이즈가 너무 커 항구에 정박할 자리다 없다는 제프 베조스의 500밀리언짜리 요트 댓글[1] 인기글 pike 2023-12-04 1382
16233 너무나 뻔뻔한 횡포 댓글[4] 인기글 1 무화과 2024-01-08 1382
16232 한예슬 몸매 인기글 pike 2024-04-01 1382
16231 잠자리에서 인기 많은 남자되는 방법 댓글[1]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4-04-02 1382
16230 요즘 미쳤다는 오키나와 물가 수준 인기글 pike 2024-05-03 1382
16229 답변글 예수 믿는 놈들의 GR 발광 인기글 비내리는강 2017-12-21 1381
16228 페이스북, 비트코인등 가상화폐 관련 광고 '전면 금지' 인기글 pike 2018-01-31 1381
16227 점심값 1만원..커피·술·택시비까지 도미노 인상에 허리 휘는 직장인 인기글 pike 2018-03-08 1381
16226 답변글 오! 무한개도... 잘했어...! 앞으로, 너는... 계속 이렇게만 해... 조잡한 시궁창 글쓰지 말고...… 인기글 2 나이롱 2018-09-05 1381
16225 자본주의 대표 나라들의 경제 돌아가는꼴 댓글[1] 인기글 dongsoola 2019-09-14 1381
16224 공동 참회문 인기글 1 충무공 2019-10-03 1381
16223 일용할 양식 댓글[1] 인기글 1 칼있으마 2019-10-06 1381
16222 "얼굴도 내밀지 않은 일본정부, 불법행위 만천하에 입증할 것" 댓글[2] 인기글 어제뉴스 2019-11-15 1381
16221 아마존 핫딜 & 할인 코드(11/21) 인기글첨부파일 chandler 2019-11-21 1381
16220 쇼군충무공 풍신수길의 조국은 대일본제국이다 댓글[6] 인기글 1 rainingRiver 2019-12-28 1381
16219 모택동의 숨겨진 진실 인기글 충무공 2019-12-28 1381
16218 1월 개봉 댓글[1] 인기글 충무공 2019-12-29 1381
16217 탈북자들을 믿을수 없는 좋은예 댓글[1] 인기글 dongsoola 2020-01-15 1381
16216 최근 적십자사가 믿을 수 없다며 놀란 이유 -위기에 강한 한국인 특징 보여준 상황 인기글 안개 2020-03-10 1381
16215 미국, 4·15총선 결과 알고 있다 댓글[1] 인기글 충무공 2020-04-10 1381
16214 속보 : 문재인 정부 대 국민 발표 인기글 충무공 2020-04-11 1381
16213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복지부 보건차관 신설 인기글 푸다닭 2020-06-03 1381
16212 진중권, 비공개청문회 추진에 "썩지않은 사람 찾기 어려운 모양" 인기글 2 jorge 2020-06-22 1381
16211 반기문 전 유엔 총장, 백선엽 장군 서울 현충원으로 모셔야 인기글 2 DrPark 2020-07-13 1381
16210 정직하게 잘 자라는 돌 나물을 보면 이곳의 우파들의 일상이 보인다.호박..오이 댓글[7] 인기글첨부파일 1 자몽 2020-08-26 1381
16209 돈과 인종차별자인 도날드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를 위한 노래 인기글 1 TopBottom 2020-08-30 1381
16208 가족 아프면 12주까지 유급 병가…주의회 통과 인기글 pike 2020-09-02 1381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