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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도, 시멘트도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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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전주동물원 코끼리 ‘코돌이’를 보내며



떠나기 전 체중이 1톤 가까이 줄어 많이 야위었던 모습의 코돌이.1월20일 낮, 코돌이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전주동물원에 살던 1990년생 수컷 아시아코끼리, 코돌이가 세상을 떠났다.

코돌이는 지속적인 발 건강 문제로 2011년 이래로 다섯 차례 쓰러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코돌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전주시, 전주동물원, 동물단체, 국내외 수의사 등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으나, 코돌이는 연말에 체중이 1톤 가량 빠질 정도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애니멀피플은 코돌이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전주동물원 관계자와 한국 동물원 코끼리 전수 조사를 했던 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박정희 공동대표의 말을 듣고 코돌이의 지난 생을 돌아봤다. 코돌이가 폐사한 뒤 한국에 남은 17마리 동물원 코끼리의 현재도 함께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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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물원 거쳐 2004년 전주 정착


올해는 코돌이가 한국 나이로 딱 서른살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시아코끼리는 야생에서는 50~60년, 동물원 등 사육장에서는 절반 수준인 30~40년 정도 산다. 사육장 환경이 좋다면 그보다 오래 살기도 한다. 2003년 폐사한 대만의 장수 코끼리 ‘린왕’은 86살까지 살았다. 

코돌이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왔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거쳐 2004년 전주동물원에 터전을 잡았다. 코돌이는 유독 훈련이 어려웠던 개체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전주동물원을 방문했던 홍콩 오션파크 코끼리 전담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는 코돌이가 기질은 온순하나 소심하고 내성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주동물원 진료팀과 사육사가 누워 있는 코돌이를 일으키려 다독이고 있다.그런 성격 탓인지 코돌이는 유일한 전주동물원 친구였던 1995년생 암컷 코끼리 ‘코순이’와도 썩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둘은 15년을 함께 살았지만 늘 벽을 사이에 두고 지냈다. 체중이 5톤에 달했던 코돌이는 아시아코끼리 중에서도 아주 큰 편이었는데, 2~2.5톤 나가는 코순이에 비해 2배 정도 컸다. 코돌이는 코순이와 처음 합사를 한 날 코순이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당시 3~4시간 정도 둘이 같이 있었는데, 코순이가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분리했다”고 말했다. 이후 방사장에서 담을 사이에 두고 지내던 두 마리는 그래도 가끔 코로 장난도 치고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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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이동 탓, 트럭 보면 숨기도


힘이 세고 덩치도 큰 코돌이에게도 무서운 것이 있었다. 코돌이는 트럭만 보면 구석으로 숨었다. 동물원 관계자는 “아마 트럭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다닌 기억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코끼리는 지능이 높고 감정이 풍부한 동물이다. 기억력도 뛰어나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코돌이는 수많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코돌이는 사육사들, 진료팀 등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과는 사이가 좋았다.1978년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시설 보수가 원활한 동물원은 아니었다. 코끼리사 또한 상태가 열악했다. 코돌이는 2017년 코끼리사에 흙과 모래를 깔아주기 전까지 늘 시멘트 바닥에 서 있었다. 코끼리는 수천㎏의 몸무게를 네 발로 지탱하고, 자연에서는 하루에 수백㎞씩 이동한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은 코끼리의 발에 쉽게 상처를 내고, 좁은 전시장은 후퇴할 공간을 허락하지 않아 정형행동(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행동)을 유발한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2017년 전주동물원 코끼리사 바닥에 처음 흙이 깔렸을 때, 코돌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시멘트 바닥을 흙바닥으로 바꿨는데, 모래 목욕을 하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표정이 평소와 완전히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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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바닥에 시달리며 발 질환


코돌이는 눕지 않는 코끼리이기도 했다. 옆 방의 코순이는 하루에 몇 시간씩 누워서 쉬다 일어나곤 했지만 코돌이는 힘들면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벽에 몸을 기댄 채 서 있곤 했다. 박정희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누우면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돌이는 2011년과 2015년 양 앞발바닥 염증 때문에 두 차례 쓰러졌다. 동물원은 크레인을 동원해 코돌이를 일으켰다. 

2015년 방문한 홍콩 오션파크의 코끼리 전담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가 코돌이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전주시와 동물원, 동물을 위한 행동 등은 코돌이를 좀 더 환경이 좋은 해외 생츄어리로 보내는 걸 고민하기도 했지만, 2015년 코끼리 수의사 파올라 마르텔리는 “옮기는 동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환경에 비해 의외로 건강 상태 관리가 잘 돼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넘어지는 횟수가 잦아졌고, 식욕도 급격히 감소했다. 코돌이는 평소 하루 80㎏ 이상의 건초, 과일, 사료 등을 먹었다. 하지만 1월 들어 식사량이 20~30%까지 줄었다. 박 대표는 “사탕수수부터 대나무, 건초를 끓인 죽까지 코끼리가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만들고, 구해오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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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놓는 것 같았다”


동물원 사람들 몇몇은 자발적으로 야근에 나섰다. 올 겨울 내내 코끼리가 지내는 내실 복도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코돌이를 돌봤다. 마지막 밤이었던 19일 다시 한번 ‘쿵’ 소리가 났다. 동물원 진료팀은 코돌이에게 수액을 놓고, 크레인으로 세우기를 시도했지만 코돌이는 5~10분 가량 서 있다 다시 쓰러졌다. 한 차례 더 수액을 맞은 후 10분 정도 몸을 일으켰으나 가망이 없어 보였다. 

동물원 관계자는 “그때, 코돌이가 스스로 놓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안될 것 같다고 포기하자고 했을 때도 늘 이겨내고 일어나줘서 고마웠는데, 그러면서 가버리니까…”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된 코돌이 곁에서 울었다.

코돌이는 코끼리사 인근에 묻혔다. 동물원은 시간이 지나고 코돌이 골격을 표본화해 교육용으로 전시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코돌이를 표본화한다면 그 목적은 부적절한 환경에서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전시되는 코끼리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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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7마리가 더 산다


코돌이가 떠나고 한국의 동물원에는 17마리의 코끼리가 남았다.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40년 이상 국내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 사는 43살 복동이는 현존하는 국내 동물원 코끼리 중 가장 오래 전인 1976년 인도에서 건너왔다. 서울대공원에 사는 54살 사쿠라는 생후 7개월 때 태국에서 일본으로 팔려 간 뒤 살던 동물원이 폐업하며 2003년 한국에 건너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2016년 서울대공원에서 희망이가, 2018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리가 태어났다.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가장 크고,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다. 자연에서 코끼리는 모계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고, 하루종일 장거리를 이동하고, 기온이 영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사는 동물이다. 이런 생태적 습성을 생각한다면, 한국 동물원에 사는 대부분의 코끼리는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동물을 위한 행동에 따르면 2017년 보고서를 내던 당시 전시된 코끼리들 모두가 정형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단체는 “감금 상태는 생태적, 진화론적으로 코끼리의 보통의 삶을 전례 없이 파괴했다”고 보고서에 썼다. 한 수의사는 “2년 사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고착화된 정형행동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동물을 위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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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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