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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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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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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 이병률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얼 말을 걸다보면 걸다보면
 
시월과 십이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로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살고도 싶은 여전히 저 건너일 것이므로
비와 태양 사이
저녁과 초저녁 사이
빛이 들어 마을이 되겠지
 
그렇게 감옥에 갇혔으면 하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혀 사전을 끌어안고 살거나
감옥에 갇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나 줄줄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기억하는 일 말고도
무슨 죄를 더 지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성냥을 긋거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세상을 끊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태어나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


기억


기억에서 사라져라 사라져라
주문처럼 외치고 기도처럼 간절해도
아직도 기억에서 남아서, 바위처럼 남아서
어두운 밤 차가운 바람이 되고
달빛이 되고 별빛이 되고
길위를 빠르게 건너가는 옆집 고양이가 되었구나.

추억이 되기에는 너무나 멀고
망각이 되기에는 아직도 싱싱하니
그냥 기억은 그리움이라 하자.

또 한번 절망의 가슴을 치며 나 혼자 아픈 이 밤을 지새도
그냥 기억은 그리움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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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10-29 22:48

노가다님의 댓글

노가다
오늘은 어떻게 댓글을 드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
시를 하나 퍼다 올려봅니다.


가을 편지 원평/서인석.

깊어가는 낮 달도
보일 듯 말 듯.
서서히 저물고 있는
가을 하늘 아래
임이 그리워 가을 편지를 씁니다.

떨어진 잎사귀 불러 모아
퍼즐 맞추듯.
하나둘 꺼내어
그대와의 추억들을
그리움으로 담아 편지를 씁니다.

세월 흐름 속에서도
잊혀 지지 않고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가을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또 다른 계절을 그리워하겠습니다.

찢어진구두님의 댓글

찢어진구두
모든 물질은 온도에 비례하여 수축도 되고 팽창도 된다 합니다.
추운면 움츠려지고
더우면 팽창을하고.

사람의 마음도 그리한가 봅니다.
이제 찬 바람이 불어오니
가슴은 움츠려지고
그 작은 가슴에 있던 그리움들이
작은 가슴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은 덤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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