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다루기 힘든 악마견




Q : 저희 집 개가 너무 말을 듣지 않아요…

A : 3년만 있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Q : 3년만 있으면 말을 잘 듣나요?

A : 아뇨. 당신이 적응합니다.





악마견에 대한 우스갯소리입니다. 말썽을 피우고 집안을 온통 폐허로 만드는 개들을 악마견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좀 더 강하게 지옥견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애완동물이 아닌 ‘수양동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같이 살기 위해선 하루 하루가 인내의 나날이죠.

왜 특정견종은 다른 견종에 비해 더 말썽을 많이 부리고 주인의 속을 썩일까요? 그 이유는 덩치가 작아 집 안에서 키우고 있지만 사실 그 견종들이 대대로 사냥개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토끼, 쥐, 족제비 같은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개량되었던 견종이었죠.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왕성한 호기심과 많은 활동량이 필수다 보니 유전적으로 말썽을 피울 확률이 다른 견종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 마디로 사냥개를 실내에서 키우다보니 당연히 말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 그럼 대체 어떤 아이들이 주인의 뒷목을 잡게 하는 말썽꾸러기들인지 한 번 알아볼까요?





5. 닥스훈트





짧은 다리로 유명한 닥스훈트가 5위입니다. 특이한 체형 때문에 영미권에선 소시지 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이한 외모 때문에 매력을 느껴 분양 받았다가 후회를 하기도 하는 견종이죠. 닥스훈트가 악마견에 뽑힌 건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실체 간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스꽝스럽게 생긴데다 다리도 짧아 얌전하고 활동량이 적고 힘도 약할 것 같지만, 사실 닥스훈트는 이름부터가 닥스(오소리 der Dax)훈트(개 der Hund), 오소리를 잡기 위해 개량된 수렵견입니다. 짧은 다리와 긴 허리는 오소리나 토끼 같은 동물들이 땅굴로 도망갈 때도 추격해 잡을 수 있도록 개량된 탓이죠.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다 자란 닥스훈트는 눈으로 봐도 두드러지는 근육과, 중형견 못지 않은 발달된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성격이라 잘 짖고 무는 성질이 강합니다. 턱힘이 상당히 세기에 비슷한 몸집의 다른 견종과는 달리 크게 다칠 수가 있어 어렸을 적부터 훈련을 잘 시켜야 합니다.

다리가 짧다고 활동량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그 짧은 다리에도 자신보다 훨씬 큰 개들보다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닥스훈트. 야밤에도 거실을 운동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견종이니, 키울 때는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을 시켜줄 수 있는지 어렸을 적부터 확실히 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4. 슈나우져





다른 개들과 달리 다소 심드렁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이한 표정이 참을 수 없이 귀엽다며 사랑을 받는 견종입니다. 털이 거의 빠지지 않고 튼튼하고 잔병치레가 적습니다. 쾌활하고 사람을 무척 좋아하며 애교도 많고 애착이 강하죠. 여기까지 말하면 애완견으로 그야말로 제격인 견종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튼튼함이 문제가 됩니다. 지나치도록 튼튼하죠.

슈나우져는 소형견이면서 중형견의 파워를 내는 견종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잘 먹이면 중형견 수준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일단 보이는 것은 물어뜯고 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 물어뜯는 버릇이 슈나우져가 악마견에 상위 랭크되는 이유입니다. 보통 다른 강아지들은 물어뜯는 물건이 특정 물건(장난감, 인형, 운동화)로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 슈나우져에겐 그런 게 없습니다.

식탁다리, 핸드폰, 화장지, 키보드 등등 슈나우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를 개껌인 줄 압니다. 식탁 다리를 물어뜯어 부러지게 만들지를 않나 화장지를 물어뜯어 온 집안을 하얗게 만들지 않나. 새로 산 핸드폰을 흠집 투성이로 만들지 않나.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손상된다는 것이 슈나우져 견주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입니다. 슈나우저는 애초에 독일어로 주둥이(snout)를 뜻한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그 외에 영역의식이 강해서 어렸을 때부터 복종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온 동네가 떠나갈 듯이 짖어댄다는 점. 사람에겐 착하다지만 성격이 드센 편이기에 산책 중에 동네 강아지만 보면 공격을 하려 든다는 점도 슈나우져를 기를 때 문제가 되는 점입니다.

다만 머리가 상당히 좋은 견종이라 훈련만 잘 시키고 개껌을 많이 사다주면 얌전한 개로 키울 수 있습니다.





3. 코카 스파니엘





소형견의 한 종류로 귀가 크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뛸 때마다 펄럭거리는 귀가 매력포인트지요.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완용이 일반화되었지만 코카 스파니엘 역시 키우기 시작한 목적은 사냥용이었습니다. 우아한 외모 때문에 기르기 시작했다가 견디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견종이기도 합니다. 유기견 중 코카 스파니엘이 많은 것은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외모만 보고 분양을 받았다 견뎌내질 못하는 것이 이유 중 하나라 합니다.

사람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성격도 활달하다는 것은 장점인데 그게 지나치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주인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밖에 나가기만 하면 우렁차게 짖어대고, 사람만 보면 반갑다고 온 집안에 오줌을 찔끔찔끔 흘리며 뛰어다닙니다. 배변훈련이 되고 나서도 기분 좋을 때는 오줌을 흘려댑니다.

본래 사냥견이었다는 점, 그리고 활달함이 지나치다는 점은 다른 악마견들과 비슷하지만, 순위가 더 위에 랭크된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말을 안 듣고 교육도 잘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견종들이 교육만 잘 시키면 얌전한 천사견으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코카 스파니엘은 그 ‘갱생’이 힘들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됩니다.

그렇지만 코카 스페니엘도 관리하는 방법이 다 있습니다. 기력은 넘치지만 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주 놀아주거나 산책을 자주 시키면 지쳐서 잠들기 때문에 말썽이 조금 덜해진다고 합니다.





2. 비글





서양 애견계 격언에 이른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비글을 선물했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엎드려 빌며 당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일반적인 견종 중 최고의 악마견으로 꼽히곤 하는 비글입니다. 비글(Beagle)은 ‘요란하게 짖는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대부분 비글을 소개하는 글에서 하나같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가정견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다른 악마견들도 활동성이 강하지만 비글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조금 넓은 평수의 공간을 확보해놓으면 말썽이 덜해지는 여타의 견종과 달리 비글은 50평이고 100평이고 상관없이 집 안을 초토화시키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힘이 센데다 코카 스페니얼과는 달리 지구력도 강해서 하루 종일 흥분해서 뛰어다니며 주인을 괴롭힙니다. 심지어 똥싸면서도 오줌싸면서도 뛰어다니기도 한다니 정말 집 안에선 키울 수 없는 개인가 싶기도 합니다. 실외에서 기를 때도 고충이 많다는데 실내에서 키우려니 골치를 썩게 됩니다.

해외의 견종 클럽이나 견종정보사이트에서는 비글의 운동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Needs plenty of exercise

-High energy level or High exercise demand

-2 Hours a day or more


하루에 2시간 이상, 많은 힘/운동량을 요하는 운동을 많이 시켜주어야 한다. 비글의 운동량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운동의 개념도 달리해야 합니다. 다른 강아지들이 같이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 운동이 되지만 비글은 말 그대로 사람이 같이 뛸 정도로 격렬하게 해야 운동이 됩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다른 개들은 한 번 혼내면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접근하거나 피하기 마련인데 비글은 혼을 내도 주인에게 놀아달라고 달려듭니다. 낙천적이고 주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점은 매력이기도 하지만, 훈련에 있어 장애가 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비글을 실내에서 키우는 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일입니다. 본래 집안에서 기르도록 되어있는 개가 아니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충분한 공간이 있을 때 키워야 할 것입니다. 맞지 않는 공간에서 지니게 되면 주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개 역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1. 잭 러셀 테리어





우리나라에선 기르는 사람이 드문 탓에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양의 애견인들 사이에선 여타의 악마견들 위에 군림하는 사상 최강 최악의 Demon Dog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19세기 영국의 목사이자 유명한 수렵견 브리더인 잭 러셀이 땅굴 속으로 숨어든 여우를 잡을 목적으로 기존의 여우 사냥개인 폭스테리어를 개량해서 소형화한 견종입니다. 다른 악마견들이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개량된 종임에 반해, 잭 러셀 테리어는 덩치 큰 여우와 싸워도 지지 않도록 개량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대형견에 맞먹는 엄청난 체력과 점프력. 테리어 종 특유의 까탈스러움과 높은 지능, 민첩함, 독립정신, 장난기, 집요함, 무모함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습니다. 사냥에는 가장 적합한 조건들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집에서 기를 때는 가장 최악의 조건으로 작용하지요.

잭 러셀 테리어가 유명해진 것은 짐 캐리가 주연했던 코미디 영화 ‘마스크’에서 주인공의 애견 역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잭 러셀 테리어를 분양받은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후에 비극으로 작용합니다. 이듬 해 영화 속 귀여운 이미지만 믿고 무작정 분양받았다가 넘쳐흐르는 에너지와 수렵 본능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대량으로 유기된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잭 러셀 테리어가 유기되었는지, 이 견종만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 셸터가 미국 곳곳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몸집은 작아도 털이 많이 빠지고 체질적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상당히 똑똑하기에 어릴 적부터 전문 훈련사에게 위탁해 교육을 시키면 악마견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는 하나, 개가 요구하는 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방치해 두면 주위 기물이 가구를 파손하는 등의 파괴본능은 훈련으로도 없앨 수 없다고 합니다. 산책할 때도 도로로 갑자기 뛰어나가거나 좁은 구멍 속으로 파고드는 일이 많아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꼭 줄을 메고 산책 때도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할 최강의 악마견입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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