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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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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계단 / 김충규

우체국 앞의 계단에
나는 수신인 부재로 반송되어 온
엽서처럼 구겨진 채 앉아 있었다
빨간 우체통이 그 곁에 서 있었고
또 그 곁에는 늙은
자전거가 한 대 웅크려 있었다
여름의 끝이었고 단물이 다 빠져나간 바람이
싱겁게 귓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하여
나는 편지 혹은 엽서를 안 쓰고 지낸 지
몇 해가 지났다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애써 기억의 밭에 파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길 건너편의 가구점 앞에서
낡은 가구를 부수고 있는 가구점 직원들,
그리움도 세월이 흐르면 저 가구처럼 낡아져
일순간 부숴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낡은 가구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정 그리워서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면
내 이마에 우표를 붙이고 배달을 보내리라
우체국의 셔터가 내려가고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갔다 여름의 끝이었고
나는 아직 무성한 그리움의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

편지 / 이메일만 쓰는 남자

이 밤, 당신에게 다시 편지 한 통을 부칩니다.
도착 날짜가 언제인지는 나도 모르기로 했습니다.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아니면 몇십 년 후쯤
수백 번, 수천 번의 그리움이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 통을 받겠지요

당신은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천천히 내쉬는 한 숨처럼
당신에게 내 마음도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행여 눈물이라도 날까, 차마 지는 노을을 바라보지 못해
내내 노을을 등지고 서서 쓴 편지라면 내 마음을 아시겠지요

이 밤, 당신에게 다시 편지 한 통을 부칩니다.
도착 날짜가 언제인지는 내가 확실히 압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수신인과 발신인이 같은 편지,
게다가 우표도 안 붙인 편지를 당신께 또 부칩니다.

이제 내 마음 속에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만치 당신께 부친 편지들이 가득합니다.





추천 7

작성일2020-06-18 21:47

JHKo님의 댓글

JHKo
매일 좋은시와 좋은음악에 늘 감사드려요
특별히 오늘은........

장파이콜님의 댓글

장파이콜
음악 들으면서 눈호강했습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늘 응원해 주심에 저도 감사 드립니다 JHKo 님

Eva Cassidy의 Fields of Gold 노래중에 유일한 HQ/HD 동영상 입니다.
음질도 좋고 영상이 약간 어지러운 듯 해도 그중 제일 좋아서 올려 봤습니다 장파이콜님

jusung님의 댓글

jusung
천사 시인님
멋진 글 즐감 합니다.
짱 짱 짱 왔따 짱 입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jusung 님께도 정말 감사 드립니다.
제가 즐기는 시인들의 시와 좋아하는 음악을
혹시라도 좋아 하시는 분들과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려봅니다.

다들 평안 하신 밤들 되십시요 ^^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칼님도 보고 계신거 제가 다 압니다.
이제 그만 쉬시고 나오셔서 제 글에 태클 부탁 드립니다.

칼님 태클이 그리울줄은 차마 생각도 못했습니다 ㅎㅎ..

상식님의 댓글

상식
사타구니 벅벅 칼님....? 칼국수 장사 마치면 곧 들어옵니다. 갈데가 없어요... 안 그래도 사람들 못 만나 심심해 죽는데 어디가서 놀겠어요? 노래방 처럼 시간당 80불 받는 곳도 아닌 여기가 제일 좋지요.. ㅎㅎ
처음엔 천사가 왜 실망을 해서 목을 맷나? 했는데.... 님의 포스팅을 볼수록 질리지 않는 향기가 솔솔 납니다. 갓 뽀송보송하게 잘 빨아 말린 침대시트와 베개 커버를 새로 깔고 잠을 청하는 행복한 기분입니다. 다시 생각하니.... 누군가 그리워 목이 메는 천사...님이 맞네요... 해버굿데이 에블바디!

장파이콜님의 댓글

장파이콜
칼있으마 성리학 씨즌 #4로 오실겁니다.
가을이 오면 그 생각들이 꿈틀대실 텐데.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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