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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전쟁영웅 백선엽은 없다 /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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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00719163605405

오승훈
전국팀장

1945년 2월, 일본 도쿄 남동쪽에 위치한 이오섬(이오지마)은2차 세계대전 최악의 전장 중 하나가 됐다. 이오섬에 상륙한 미군 3만여명 중 2천여명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에는 2만4800여명이 전사했다. 5일이면 함락 가능하다는 미군 수뇌부의 오판이 낳은 처참한 결과였다. 미 군부는 분위기를 역전시킬 계기가 필요했다. 6명의 미군이 이오섬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사진을 애국주의 상징으로 활용한 이유다. 미 정부는 사진 속 군인 중 전사하지 않은 3명을 전쟁기금 마련을 위한 홍보활동에 동원한다. 성조기를 꽂는 사진은 신문, 잡지, 역사서, 영화, 티브이 쇼 그리고 동상으로 재생산됐다. 군부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영웅주의 프로파간다였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들은 영웅으로 불리는 것을 괴로워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의 내용이다.

한국전쟁의 영웅 만들기는 어땠을까.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전쟁영웅이 되는 과정은, 살아남은 자가 스스로를 영웅화한 한편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실제 참전 장성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백씨의 한국전쟁 공적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육사 2기 출신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야전을 두루 거친 노병 박경석 장군(88·예비역 육군 준장)이 대표적이다. 1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6·25 전쟁사를 모르는 정치인들과 일반인들은 마치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이 인민군을 다 막아 대한민국이 구출된 것처럼 얘기하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240㎞나 되는 낙동강 전선에서 한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 즉 8개 사단이 합심해서 방어해낸 것인데 그중 일부분이었던 백선엽이 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개탄했다.

박 준장은 다부동 전투 승리에는 미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미 공군이 B29 폭격기로 융단폭격을 퍼부은데다, 한미연합군 8개 사단을 지휘한 미군 워커 대장의 불퇴전 결의가 승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당시 워커 장군은 “사수하느냐 죽느냐의 선택밖에 없다. 여기서 밀리면 수많은 전우가 죽게 된다”고 후퇴를 용납하지 않았다. 워커 대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박정희 정권은 이후 ‘워커힐 호텔’을 만들었다.

“훗날 일각에서 백선엽이 낙동강 전선을 혼자 사수한 것처럼 과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한 박 준장은, 백씨를 영웅화한 이는 백씨 자신이라고 했다. “그는 군복을 벗은 뒤 박정희 정부 때부터 30년간 전쟁기념관에 사무실을 두고 출근하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을 자원해 맡았다. 당시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고, 백선엽 장군이 내신 6·25 관련 책이니까’라며 덮어놓고 찬양했다. 그러나 참전 장군들은 다 안다. 그분들은 백선엽 장군을 영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셀프 영웅화였다는 얘기다.

개전 당시 개성 1사단을 지휘한 백선엽이 제대로 응전도 못 하고 패주하는 바람에 서울이 조기에 함락됐다고도 한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백선엽 명예원수(5성 장군) 추대를 막아낸 주역이다. 자신이 평생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일제 앞잡이였던 백씨가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가 될 순 없다’고 어기차게 반대했다. 채명신, 박정인, 이대용 장군 등 참전 군 원로들도 그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셀프 영웅화에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의 역사 만들기 장기 프로젝트가 결합해 전쟁영웅 백선엽을 창조해낸 셈이다. 친일 전력에 동양 최대 사학비리인 선인학원 연루, 아들 명의로 서울 강남역 초역세권에 시가 2천억원 상당 빌딩 소유, 부인 명의로 시가 200억원의 이태원 자택 소유. 이런 흠결을 눈감게 만든 것이 그의 한국전쟁 공적이었으나, 이제 그마저도 믿기 어렵게 됐다. 그가 영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끄러움 없이 그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영웅 백선엽은 없다.
추천 2

작성일2020-07-1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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