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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심 Beregis Avtomobil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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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엘다르 랴자노프의 [차조심]입니다.
1966년이니, 브레즈네프 정권이 막 시작될 무렵의 작품이에요.

영화의 주인공은 유리 데토츠킨은 사고 이후 약간 정신이 혼란스러워진 보험회사 직원입니다. 이 사람은 언젠가부터 차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볼가라는 같은 차종의 차만 훔치는데, 이게 당시 소련 엘리트들이 많이 타던 차였다고 하더라고요. 데토츠킨은 오로지 나쁜 사람들의 차만 훔칩니다.

너무 높은 사람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적당한 소악당들의 차요. 그리고 차를 판 돈을 모두 고아원에 기부하지요. 그런데 하필이면 데토츠킨의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막심 포드베레조피코프는 데토츠킨과 같은 아마추어 극단 소속입니다. 둘은 한참 [햄릿]을 연습 중이지요.

랴자노프의 다른 다른 대표작들이 그렇듯, 풍자 코미디입니다. 1960년대 소련 사회가 당시 대중에게 어떻게 보였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당연히 노동자들의 천국은 아니에요. 부정부패는 당연하고, 뻣뻣한 관료주의 시스템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계급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데토츠킨은 정말로 하찮은 로빈 훗이에요. 너무 하찮아서 영화 후반까지는 경찰과 희생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존재도 알지 못하지요.

당시 소련에서 엄청나게 강도 높은 사회비판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볼가 차만 훔치는 설정도 당시엔 아슬아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직설적인 비판은 랴자노프의 개성과도 맞지 않지요. 그 대신 들어가는 것은 중종 짓궂지만 따뜻한 눈으로 보는 소련 서민들의 정교한 묘사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영웅과 악당으로 단순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아요. 어느 쪽은 더 야비하고 어느 쪽은 더 선한데 둘 사이의 경계선은 분명치 않습니다. 다들 대체로 고만고만하고 서글프고 웃기지요. 그 올망졸망한 느낌 때문에 영화는 굉장히 귀엽습니다. 그리고 그 엉뚱한 귀여움의 중심엔 데토츠킨이 있습니다.

이노켄티 스모크투노스키가 데토츠킨을 연기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2년 전에 코진체프의 [햄릿]에서 햄릿을 연기했다는 걸 알고 보면 후반부의 [햄릿] 공연이 더 하찮아 보입니다.

대놓고 미국식 필름 누아르를 패러디하면서 "모두들 탐정 이야기를 좋아하지요."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정말 그랬는지, 당시 소련에서 범죄물의 비중이 얼마나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아,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카 체이스 장면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마초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귀여우면서도 선량해요. 경찰과 도둑 모두 학교 앞에서는 안전운전을 하는. 이 불만족스러운 세계에서도 불완전하고 엉뚱한 상태로 그 선량함이 남아있다는 게 이 영화가 제시하는 희망이겠지요.

랴자노프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차조심]은 내수용 영화이고 해외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련내에서는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고 어딘가엔 데토츠킨의 동상도 있다고 해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영어 자막이 있습니다. 아주 약간 느리고 중간중간에 구멍이 있긴 하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jZ33mMmfvaM

추천 1

작성일2020-10-08 15:38

결론은미친짓이다님의 댓글

결론은미친짓이다
추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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