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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 노루ㆍ꿩 급사 등 ‘재이(災異)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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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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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이(災異) 즉 자연계의 재해나 이변 현상을 ‘재이’라 하여 경외해 왔다. 홍수ㆍ충해ㆍ가뭄 등 인간생활에 큰 해를 끼친 것을 ‘재(災)’, 일식ㆍ혜성ㆍ동물의 이상한 행동 등 정상적인 현상과는 다른 것을 ‘이(異)’라고 불렀다.

천자(天子) 등의 인간계의 부덕함에 대해서 하늘은 먼저 재해를 내리고, 이어서 괴이(怪異)를 내린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계의 이상한 현상과 인간계(특히 위정자)의 도덕적ㆍ정치적인 양태를 연결시켜 후자를 원인으로 한 결과, 전자가 발생했다는 인간관계설을 재이설이라고 한다.

또한 재이와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반대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상서(祥瑞) 또는 부서(符瑞)가 있다. 그것은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의미로, 천자 등의 위정자가 도덕적ㆍ정치적으로 선을 행하는 경우, 하늘이 그것을 어여삐 여겨 내리는 길조(吉兆)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기린ㆍ봉황ㆍ감로(甘露)ㆍ서운(瑞雲) 등을 가리킨다.

21세기 과학문명으로 무장한 현대인에게 재이나 상서 증상은 ‘이변’ 정도로 가볍게 취급된다. 인공지능(AI)ㆍ3D프린터ㆍ가상현실(VR)ㆍ사물인터넷(IOT) 등 이른바 4차산업혁명기의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가끔 나타나는 재이 현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최후의 날에 ‘재이 증상’이 나타났다. 그 이전에도 몇 차례 더 있었다. 박정희는 이날 오전 충남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한다.

그날 삽교천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을 수행했던 신현순 씨의 증언.

행사를 마친 각하께서 전용 헬기편으로 도고온천에 도착할 때 그곳 호텔측에서 우리에 가둬 키우던 노루 한 마리가 헬기 굉음에 놀라 뛰다 철책에 머리를 부딪쳐 즉사했지요. 선발팀으로 행사 전에 경호 요점을 체크하면서 호텔 사장에게 “노루들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종용했으나 안 먹혔어요.

게다가 여기서 헬기 3대 중 1대가 고장나는 불상사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호텔에서의 오찬은 예정대로 열렸지요. 그 지역의 한건수 신민당 의원도 오찬에 참석했는데 대통령은 오찬장을 떠나면서 야당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일을 의식한 듯 “한 의원만이라도 국회에 들어오시오”라고 말을 건넸지요. 내가 들은 각하의 마지막 말이었어요.

10ㆍ26사태를 전후하여 발생한 재이 증상은 더 있었다.

이보다 1주일 앞서 당시 (청와대) 경호과장이던 함수룡 씨는 매우 기분 나쁜 일을 겪는다.

“이른 아침 경호관 숙소로 꿩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숙소 벽에 머리를 부딪고 죽어버리는 거예요. 우리는 직책상 육감을 중요하게 여겨 지난밤 꿈자리가 나빠도 동료에게 알려 경계 태세를 더 강화하곤 했어요. 나는 누가 볼까봐 꿩의 시체를 얼른 치워버렸습니다. 기분이 찜찜했어요.”

함씨는 10ㆍ26 당일 저녁 청와대 본관 경호 책임자로 근무하게 된다. 그는 이날 사건 발생 직전 또 한 차례 ‘징조’ 같은 일을 겪는다.

“궁정동에서 첫 총소리가 나기 5, 6분쯤 전이었습니다. 초소 근무자가 “본관 지붕 위에 이상한 것이 날아와 앉아 있다”고 보고해왔어요. 적의 폭발물이 아닌가 싶어 급히 나가봤더니 날이 어두운 가운데도 두 세살 난 어린애만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지붕 꼭대기에 앉아 꾸르룩 꾸르룩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부엉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0년대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해왔지만 근처에선 처음 보는 동물이었지요. 어쨌든 위험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시 당직실로 들어오려는 순간 어디선가 탕, 탕 하고 총소리가 연달아 터지더군요.”

이때가 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2분이었다.

함구룡 경호 5과장은 처음에는 가끔 있는 오발 사고려니 생각했다. 그러다가 ‘두 발을 연달아 오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외곽 초소에 알아보니 ‘궁정동 방향’이라는 보고였다. 수경사 30경비단 상황실에 문의해도 그 이상의 상황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1972년 12월 27일 박정희가 유신대통령, 그러니까 통합 네번째 대통령(제8대)에 취임하던 날이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취임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바람 한점 없는 밀폐된 실내 체육관이었다. 사실 대통령취임식은 중앙청 앞 광장에서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경호상의 문제 때문에 실내로 변경되었다. 통일주체대의원과 극히 제한된 인사들만 초청됐고 밖에는 삼엄한 경계가 쳐졌다. 박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마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취임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상 옆에 세워둔 거대한 국기게양대가 흔들흔들하더니 중간에서 탁 꺾여졌다. 태극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취임사를 낭독하던 박 대통령이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장내는 잠시 수라장이 되었다. 제4공화국이 출범하는 순간의 이 해프닝은 이를 지켜본 이들에게 상서롭지 않은 조짐으로 새겨졌다.

                    [1979년 10월 26일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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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10-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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