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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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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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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절대권력은 중앙정보부와 국군보안사가 외곽을 맡고 청와대 경호실이 내곽을 책임지고 군부는 전두환의 보안사 구조로 운영되었다. 그래서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정부장 사이에 암투가 치열했다. 절대권력자의 총애를 둘러싸고 벌어진 2인자 경쟁이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슬듯이, 음습한 권력의 뒤칸에서는 ‘구더기’가 들끌기 마련이다.

박 정권 말기에는 차지철의 위세가 김재규를 압도했다. 그의 호가호위는 가히 거칠 것이 없었다.

5ㆍ16혁명 당시 육군대위였던 차지철은 2성 장군 출신으로 군의 대선배인 김계원 비서실장을 “내 방으로 좀 내려오세요”라고 하는가 하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에게 급히 보고하는 것도 때로는 “각하의 몸이 불편하니 오늘은 보고할 수가 없다”고 막기도 했다.

그 대신 차 실장은 개인 정보조직을 이용하여 중앙정보부보다 앞서 대통령에게 수시로 정세보고를 했다.

김재규 부장은 차지철의 이러한 횡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이러한 차지철 실장을 김재규 부장보다 훨씬 편애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였다.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옆 궁정동의 중앙정보부 밀실,

“탕! 탕!”

두 발의 권총소리는 초저녁 궁정동의 적막을 깼다.
간발의 차이를 두고 십수 발의 총성이 콩 볶듯이 뒤를 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2분, 박정희 대통령은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탄에 맥없이 쓰러졌다.
박정희의 절대통치 18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형님, 각하를 좀 똑바로 모십시오.”
“각하, 이 따위 버러지 같은 놈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정치가 올바로 되겠습니까.”
“차지철이 이놈!”
“탕!”

김계원 비서실장과 박정희 대통령에게 마지막 ‘건의’를 올린 김재규는
곧바로 차지철을 향해 권총을 뽑아들었다.

순간 연회석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차지철은 권총을 낚아채려고 오른팔을 내밀었고 동시에 김재규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은 차지철의 오른손 팔목을 꿰뚫었다.

“김 부장, 왜 이래, 왜 이래…….”
“이거 무슨 짓들이야!”
“탕!”

차지철과 박 대통령의 고함소리는 곧이어 터진 또 한 발의 총성에 묻혀버렸다. 김재규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쏜 총탄은 박 대통령의 오른쪽 가슴 윗부분을 뚫고 들어가 등 아래 쪽 중앙부위를 관통했다.

1961년 5ㆍ16으로부터 79년 10ㆍ26까지 만 18년 5개월 10일 동안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해 온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격으로 생애를 마감하고 1인독재의 막을 내렸다.

박정희의 신임을 받던 김재규는 이 무렵 정보업무 수행과정에서 무능하다는 이유로 박정희로부터 몇 차례 힐책을 받은 데다,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나 건의가 차지철 경호실장에 의해 번번이 제동이 걸리는 등 박정희와 차지철에게 불만이 쌓여 있었다. 마침 궁정동에서 박정희와 만찬을 함께 할 기회가 생기자 이 기회에 암살하기로 결심,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하는 한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김정섭 중앙정보부 차장보를 궁정동 별관에 대기시켰다.

이날 저녁 6시 5분경 만찬이 시작되었고 식사 중 박정희가 부마사태를 중앙정보부의 정보부재 탓으로 돌려 김재규를 힐난한 데 이어 차지철이 과격한 어조로 그를 공박하자 흥분한 김재규는 밖으로 나와 2층 집무실에서 권총을 갖고 만찬회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직속부하 박흥주와 박선호에게 “총소리가 나면 경호원을 사살할 것”을 지시, 7시 35분경 차지철과 박정희에게 각각 2발씩 쏘아 두 사람을 절명시킴으로써 18년간의 1인독재정권과 유신체제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김재규는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했다.

사건 직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김재규를 대통령 살해범으로 체포하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취임하여 27일 새벽 4시를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 사건으로 김재규ㆍ김계원ㆍ박흥주ㆍ박선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고,김계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은 80년 5월 광주항쟁의 와중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박정희의 장례식은 11월 3일 국장으로 거행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김재규는 법정에서 10ㆍ26거사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민주혁명이었다고 진술하면서, 자신이 유신의 심장부를 쏘았기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 “캄보디아에서 300만이나 희생시켰는데 우리는 100만이나 200만 명 정도 희생시키는 것쯤이야 뭐 문제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고 진술했다.

박정희의 죽음은 유족과 측근, 유신정권 그리고 각종 특혜와 감투를 썼던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지만, 그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투옥ㆍ수감중인 그리고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에게는 복음이었다. 아돌트 히틀러의 죽음에 대해 <뉴스위크>는 “이번 한 번만은 죽음이 인간의 입술에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고 보도했었다.

유신정권이 얼마나 허약한 구조였는지, ‘1인 의존집단’에 불과했는지는 그의 사망과 함께 유신체제가 붕괴된 것으로 입증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신쿠데타 이후 “유신만이 살 길이다”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던 정상배들, ‘유신예찬론’을 폈던 언론인ㆍ학자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유신체제가 아무리 당위성과 시대적 명분론을 내세웠어도 결국 ‘박정희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박정희의’ 1인 권력구조였음이 드러났다. 민주주의를 허물고 그 터에 세운 가건물이 사상누각이었음을 그의 사망과 함께 입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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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10-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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