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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건설 현장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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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난 민노총의 민낯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 다른 조합 현장 퇴출 방안 담긴 민노총 내부문건
⊙ 현 정부 창출에 기여한 민노총에 찍혔다간 업체 경영 위험할 정도
⊙ 더 투쟁적인 민노총에 가입하는 게 유리 분위기
⊙ 反美 기조 ‘자주통일’ 운동 막후 기획도
⊙ 美 제국주의로부터 南 해방하고, 北의 선진화한 산업기반 바탕으로 노동자 해방하자는 게 자주통일
⊙ “자주통일 운동역량 강화 위해 ‘노동자겨레하나’를 백방으로 강화”(전국회의 내부문건 中)
⊙ 인지도 있는 사람 내세우지만, 실무는 주사파 핵심이 직접 챙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건설사 등 업체를 압박, 다른 조합의 고용을 막는 방법 등이 담긴 문건이 나왔다. 민노총의 소위 고용 갑질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내부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민노총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운영위원회가 작성한 ‘2021년 2월 1일 경인건설지부 운영위원회 의결사항’ 문건에는 업체가 민노총 소속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실력행사를 하라는 ‘명(命)’이 담겼다. 비(非)민노총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압박 수단까지 자세히 적시돼 있었다.
 
 
  非민노총 현장 퇴출 방안 문건
 

《월간조선》이 입수한 민노총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운영위원회가 작성한 ‘2021년 2월 1일 경인건설지부 운영위원회 의결사항’ 문건.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팀들이 현장에서 작업이 어렵도록 메모도 작업 등 기타 한노건산 팀(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팀의 줄임말)이 진행해야 할 작업량에 대해서 우리 조합팀이 일할 수 있도록 물량을 쟁취하고 현장에서 가급적 출력하지 못하게 조치한다.
 
  ②타워크레인 지부에 이미 협조 요청을 한바, 현장에서 타워 기사와 팀들이 소통하여 한노건산 쪽으로 타워가 돌아갈 수 없도록 유도한다.
 
  ③각 현장 분회장들은 선임분회장을 중심으로 매일 단종 사측과 면담을 통해서 최대한 빠르게 한노건산 팀들을 퇴출할 것을 요구하며, 민주노총으로 해당 팀들이 조직을 전환할 시에는 퇴출 요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발언한다.〉
 
  민노총 노조원 기용을 위해 이미 고용됐거나 근로계약을 준비 중인 한국노총 노조원을 퇴출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말고, 매일 건설사를 압박하는 것도 병행하라는 것이다.
 
  문건에는 이런 조직화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조직을 전환하지 않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및 기타 노조 팀에 대해서는 퇴출 투쟁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한국노총 노조원에게 민노총 가입을 권유, 한국노총에서 민노총으로 배를 갈아탄 노조원의 경우 일자리를 준다’고도 했다.
 
  다만 ‘기존 민노총 조합원들의 고용이 모두 완료된 후 일자리를 배치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문건 내용 이행 정황 포착
 
  각 현장 분회장이라 불리는 민노총 간부들은 문건의 내용을 이행했을까.
 
  《월간조선》과 탐사 전문 인터넷 매체 ‘뉴스플로우’(대표기자 전혁수)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민노총 간부들이 문건에 나온 내용을 이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한진중공업의 부산 서구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간부 A씨는 해당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고 살수차 투입을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표면적으로는 서구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노총 조합원 B씨가 민노총과 레미콘 제조사 간 임금 단체협약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민노총 조합원에게 일감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B씨는 한진중공업의 협력업체인 청해진건설과 정식 계약을 맺고 서구 현장에 투입된 상태였다.
 
  민노총은 세종의 청해진건설 공사 현장에도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레미콘 공급을 끊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청해진건설을 압박해 부산과 세종의 현장 일감을 민노총 조합원들이 차지하게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투쟁해주신 덕에 민노총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게 됐다”
 
  ‘뉴스플로우’로부터 입수한 한국노총 영남본부 간부와 청해진건설 관계자의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청해진건설 관계자는 “민노총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현장(청해진건설 세종 현장)에 있는 민노총 소속 노동자의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며 “레미콘 공급을 강제로 끊으니 (부산 현장을 주관하는) 원청사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원청사인 한진중공업 관계자도 “민노총에서 청해진건설의 세종시 현장에 민노총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세종시와 관련 없는 부산 현장의 레미콘 공급을 끊겠다고 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떤 노조 조합원이 투입되든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양쪽이 부딪히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청해진건설은 부산 현장에서 B씨를 철수시키고 세종 현장에 민노총 조합원을 고용했다. B씨의 빈자리는 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간부들의 공동명의 크레인이 메웠다.
 
  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민노총 대전세종건설지부 소속 조합원 C씨가 “부산지부에서 청해진건설 부산 현장 투쟁을 해주신 덕분에 대전세종지부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일하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두 손 들 수밖에 없는 이유
 
  민노총의 채용 갑질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과 비(非)민노총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어떤 공사장에선 민노총 간부 사무실을 따로 차려주고 책상과 냉난방기 등 집기까지 넣어줬다. 민노총에 찍혔다가는 업체 경영이 위험할 정도여서 항의하거나 소송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민노총에 잘못 걸리면 하루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두 손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비조합원은 “민노총이 크레인과 레미콘, 펌프 등 건설 현장 내 장비와 인력을 대부분 장악한 상황에서 건설업체도 민노총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린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공사 현장에서는 일자리를 일정 비율에 따라 민노총, 한국노총, 비조합원에 나눠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어느 한쪽에만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조합이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2017년 초부터 민노총이 자기 조합의 몫을 늘려달라고 건설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아예 모든 일감을 민노총이 가져가겠다는 식으로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공기를 맞춰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민노총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민노총이 건설 현장 고용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민노총 요구 다 들어주다시피 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과 과거 민노총 지도부. 문재인 정부는 민노총 요구를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사진=뉴시스
  민노총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 현장에서 더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노총은 광우병 사태, 촛불 시위 등에서 돈과 인원을 동원해 문재인 정권을 만든 핵심 세력이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확대 등 민노총 요구는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특별사면해주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말 ‘민중 총궐기’를 비롯해 폭력 집회를 12건 주도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다.
 
  당시 시위로 경찰관 90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52대가 파손됐다. 서울 도심이 무법천지가 됐다. 한 전 위원장의 사면을 민노총이 줄기차게 요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눈에 밟힌다”고 했다. 그러더니 형기를 7개월 남긴 한 전 위원장을 가석방한 데 이어 사면까지 했다.
 
  경찰은 민노총이 관공서를 제집 안방처럼 점거하고 기업인에게 린치를 가해도 지켜보기만 했다. 국회 담장을 무너뜨린 폭력 시위를 벌인 뒤 경찰 조사를 받고는 경찰서 정문 앞에서 ‘인증 샷’까지 찍어도 속수무책이었다. 전국 검찰청사와 지방노동청을 돌아가며 무단 점거했고, 심지어 검찰총장이 이들을 피해 뒷문으로 퇴근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작년 11월 법원은 소속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압박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건설 현장 출입을 막은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건설 현장 출입을 막은 민주노총 간부 중 한 명은 2019년 6월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법원은 또다시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정당 당사를 점거하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린 민노총 간부들 또한 집행유예와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 정부 창출 과정에서 활약한 민노총이 ‘촛불 청구서’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서 건설 현장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는 지적이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서 양대 노조, 특히 민노총이 최대 권력 집단이 된 데에는 우리나라 제1 노총 지위에 오른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원래 우리나라 제1 노총은 한국노총이었다. 한국노총은 해방 직후인 1946년 문을 열었다. 70년 넘게 가장 많은 노조원이 가입해 있는 집단이었다. 민노총보다 온건하다는 게 주지의 평가다. 노사정(勞使政) 대화에도 참여했다. 때로는 어용이라는 욕도 먹었다. 그렇지만 한 번도 ‘제1 노총’ 지위에서 내려온 적은 없다. 지위에 맞게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서 민노총보다 더 많은 위원을 배출하거나 추천하는 권한을 누렸다.
 
  민노총은 후발 주자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1995년에야 결성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크고 작은 ‘불법’ 파업은 민노총이 대부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한국노총(87만2000명) 조합원 수는 민노총(71만2000명)보다 16만명이 더 많았다. 하지만 문 정부 2년 차를 거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민노총이 조합원 25만6000명을 더 끌어들이는 동안, 한국노총은 6만1000명 늘리는 데 그친 것이다. 1946년에 설립된 한노총은 72년 만에 제2 노총으로 내려오게 됐다. 2019년에도 민노총 조합원 수는 104만5000명으로 집계, 한국노총(101만8000명)보다 많았다. 당시 발표한 노조조직률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빠져 있다. 전교조는 2020년 대법원에서 합법 노조로 인정돼 법외노조이던 2019년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교조 조합원은 5만여명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이다. 전교조 조합원을 합산하면 한국노총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文 정부 출범 후 민노총 약진 배경
 
  민노총이 약진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펼친 친(親)노동정책이 민노총에 훨씬 유리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다. 그러자 정규직 전환을 노린 비정규직들이 노조 가입을 서둘렀다. 당시 2800여 명이었던 민노총 소속 인천공항 비정규직 조합원은 2018년 12월 4200여 명으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 140여명이 민노총과 손잡고 6주간 투쟁한 끝에 정규직, 즉 ‘준공무원’ 신분을 약속받기도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온건·합리 성향 한국노총보다는 강경하게 투쟁하는 민노총 문을 두드리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하는 근로자가 많아 노조조직률과 조합원 수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해직자 복직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도 민노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09년 경영 악화로 해고된 쌍용차 해고자 119명을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복직시켰다. 2006년 해고된 KTX 여승무원 100여명은 운동권 출신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을 내세워 특별 채용 방식으로 복직을 허용했다. 이 밖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종 근로자들도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영향을 받아 노조 설립에 나섰는데, 더 투쟁적인 민노총에 4000여명이 가입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 정부에서는 민노총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민노총의 활동 목표는 노동자의 권익 향상이다. 그런데 친북(親北)·반미(反美)·반일(反日) 집회에 단골로 참여한다. 노동자의 현장 관심사와 무관한 정치 이슈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처럼 민노총은 다 계획이 있었다. 민노총 내 최대 계파인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는 자주통일운동을 막후에서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또한 전국회의 내부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자주통일운동’ 막후 기획
 
  ‘전국회의 울산지부 2016년 평가 및 2017년 사업계획’ 문건에 따르면 전국회의는 ‘자주통일 역량 강화’를 민노총 울산지부의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전국회의는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 계열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NL 운동권의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복수의 인사는, 전국회의 문건에 등장하는 ‘자주통일’이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통일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민노총에 침투한 주사파 운동권이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남한을 해방하고 통일을 이뤄 북한의 선진화된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노동자를 해방한다는 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민노총은 2007년 7월 노동자통일 토론회 자료집에서 “연방제 통일 방안이야말로 자주적 평화 통일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통일 방안”이라고 밝혔다. 연합제에 대해선 “두 개의 나라로 고착하고 외세 개입을 용인함으로써 자주 원칙을 훼손한다”고 적었다. 또 “연방제 자주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당면 투쟁 과제는 그 모든 것의 걸림돌인 주한미군 철수와 국보법 폐지”라고 밝혔다. 1980년 발표된 북측 연방제는 ‘1민족·1국가·2정부·2체제’의 연방국가를 목표로 한다. 남북이 정치·외교·군사 등에 독자적 권한을 갖는 방식이다. 민노총은 오랜 기간 북한의 연방제와 일치하는 통일 방안을 내세우는 셈이다.
 
 민노총 내 최대 계파 전국회의의 실체

지난해 말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승리한 양경수 위원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국회의 내 ‘경기동부연합’ 소속이다. 사진=뉴시스
  문건을 보면 전국회의 울산지부는 2017년 사업계획 중 하나로 “자주통일 운동역량 강화를 위해 노동자겨레하나를 백방으로 강화하자”고 밝혔다. 세부 목표로는 ▲노동자겨레하나 운영위-대의원 강화 ▲노동자겨레하나 회원 확대 사업 1000명 달성 ▲강제징용노동자 사죄 배상 운동 ▲1만 조합원 교육사업 ▲노조 통일위원회 설치 ▲노조 내 자주통일 사업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주통일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회의, 민주노총, 노동자겨레하나의 자주통일 운동 강화를 위한 지휘력을 끌어올리자”고 했다. 전국회의 울산지부는 2016년 성과의 하나로 “노동자겨레하나를 중심으로 지역 통일선봉대 활동이 부활했고, 일상적인 자주통일 사업과 투쟁, 자주통일 활동가가 발굴 육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노총의 이런 기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승리한 양경수 위원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마찬가지로 전국회의 내 ‘경기동부연합’ 소속이기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 이렇게 밝혔다.
 
  “백만 조합원들은 ‘거침없이 투쟁해 새 시대를 열라’는 준엄한 명령을 저희에게 주었다. 그 뜻,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할 것이다. 이제 사상 처음으로 제1 노총이 ‘준비된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양 위원장이 당선된 민노총의 위원장 선거에서는 부정이 확인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020년 12월 15일 “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와 지부 산하 조직에 선거관리 규정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조합원들에게 기호 3번인 양경수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권유하고, 실제 3번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노총은 내부 규정으로 특정 조직이 선거에서 중립을 어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투표 역시 비밀투표가 원칙이다.
 
  노동자와 무관한 정치 관여

전국회의 울산지부 관계자들의 단체 대화방에 공유된 민주노총 조합원 명단 파일.
  경기도건설지부의 한 조합원은 《조선일보》에 “나도 기호 3번을 찍으라고 전화 받았다. 그쪽(3번)이 용인, 수원 기반이라 무조건 지지하라고 했다. 일감을 받지 못할까 봐 억지로 (투표)했다. 노조원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라고 했다.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누군가로부터 압박 전화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자체 선거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회의 관계자들이 민노총 조합원 명부를 빼내 진보정당인 민중당(현 진보당)의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018년 3월 전국회의 울산지부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명단이 담긴 파일 수건이 공유됐다. 6월 지방선거를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유한 파일은 ‘학비 조합원 2선거구’ ‘건설 명단 180205’ ‘울산건설기계지부 1803’ ‘플랜트 남구-정리1’ ‘건설기계 남구’ ‘기계건설 북구’ 등이다. 파일명으로 살펴봤을 때, 민주노총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플랜트 지부, 전국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 등이다.
  전국회의 소속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SNS용 굴착기 명부 보냅니다” “SNS용 레미콘, 펌프카, 지게차 명부 보냅니다. 530명이나 되니 숫자가 많네요” 등의 내용이 있다.
 
  민노총 조합원 명부 유출에 가담한 전국회의 울산지부 관계자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노총 활동에 집중하자고 주장한 민노총 간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위 유출자 중 한명으로 보이는 관계자는 “민중당을 통해 친일·숭미의 적폐를 청산하자”고 했다.
 
 
  노동자겨레하나

겨레하나 사이트 캡처.
  문건에 나온 내용 중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전국회의가 자주통일운동의 핵심으로 지목한 ‘노동자겨레하나’다. ‘노동자겨레하나’는 2004년 NL 운동권 주사파의 정파 가운데 하나인 ‘인천연합’이 주도해 설립한 겨레하나의 분파 중 하나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에 물꼬가 트였고, ‘인천연합’을 중심으로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세우기 사업 ▲평양치과병원 사업 등 대북사업이 추진됐는데, 이 목적으로 겨레하나가 설립됐다. 원래 겨레하나의 정식 명칭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였는데 2019년 이름을 겨레하나로 변경했다. 겨레하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사장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였던 조성우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지도위원이다. 이 밖에 김중배 전 MBC 사장, 권낙기 통일광장 고문,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고문·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도와 실무는 주사파가 담당”

지난해 8월 14일 ‘민주노총 비상시국선언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노총 21기 중앙통일선봉대. 사진=조선DB
  일명 ‘조국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추진위원장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겨레하나의 서울 지역본부인 ‘서울겨레하나’의 대표다.
 
  김 교수는 여권의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집권세력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선거 결과를 ‘민심의 이반’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국부적으로 설명할 뿐”이라며 “더 큰 요인은 대중이 ‘부패하고 타락한 욕망의 경제학’에 손을 들어준 대목이다. 정의를 위한 공적 윤리가 없는 세력에게 기회를 준 것은 이른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차원’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언론이 이 모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이로써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일체의 정책은 위기에 몰렸다”고 했다. 그는 “언론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거 패배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의 형이자 개신교 목사이기도 하다. 겨레하나는 서울뿐만이 아니라 인천, 파주, 대전·충남, 전북,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 울산, 경남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다만 이름을 올린 유명인사들이 겨레하나의 핵심은 아니라는 게 NL 운동권 핵심 인사들의 설명이다. 이적단체로 분류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겨레하나는 대중조직이고 이런 경우 전면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실세가 아닌 얼굴마담”이라며 “지도와 실무는 주사파 핵심 인사들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겨레하나를 설립한 인천연합의 간부로 활동했던 관계자도 “인지도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세우고 실무는 주사파 핵심 활동가들이 직접 한다”며 “인천연합은 대중을 ‘적극적 대중-우호적 대중-적대적 대중’ 3단계로 분류하는데, 앞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적극적 또는 우호적 대중 정도 수준에 포함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국회의 울산지부는 적극적인 정치 관여를 위한 사업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국회의 울산지부는 2017년 사업계획으로 “제2의 6·15시대, 진보적 정권교체, 지방선거 전 진보대통합정당 건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하여 대중운동 역량 강화에 강력한 참모부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위해 “민중의꿈 회원 확대 및 현장 당 조직 강화에 돌파자로서 역할을 다하자” “민중의꿈 분회 건설, 현장 정치 활동의 모범 확대를 통해 새로운 당 운동을 실현하자” “민중의꿈 노동자 회원 3000명을 확대하자” “지방선거 전 민중주체의 진보통합정당 건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진보정당의 확고한 성장을 이룩하자”고 적었다.
 
  통합진보당 부활 우려
 
  ‘민중의꿈’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남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농민운동가 출신 고(故) 강병기 전 부지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을 지낸 김창현 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던 단체다. 실제 문건에 적힌 대로 ‘민중의꿈’은 2017년 9월 3일 ‘새민중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을 창당했다.
 
  창당 당시 새민중정당의 당대표는 김종훈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원내대표는 윤종오 민중당 의원이 맡았는데, 인적 구성·강령 등에 비춰봤을 때 ‘통합진보당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 《월간조선》은 내부문건 내용 등과 관련해 민노총의 입장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조선일보》 계열사인 《월간조선》 취재엔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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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5-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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