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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1-09-24 03:00수정 2021-09-24 03:34

구태의연한 친일 애국심 논쟁 되풀이
정치이념 앞세운 정부, 국민생활 개입-통제
청와대 전권 행사에 공직자 자율성 빼앗겨
언론 자유-자율성 통제하는 언론법 철회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얼마 전 여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야권 대선 주자인 한 후보에게 당신의 증조부가 친일을 한 사람인데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캠프 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친도 일제 때 공직에 있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해방될 때 대통령의 부친이 24세였는데…, 친일을 하였을 리도 없고 했으면 얼마나 했겠느냐는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사실이 그렇다. 국민들은 백선엽 장군도 같은 나이였는데 왜 문제 삼느냐고 항변한다.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은 지금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살아 있는 노인들은 ‘일제강점기에 살아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친일, 항일 싸움은 그만하지. 할 일이 그렇게 없는가’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는 관심 밖 얘기들이다.

그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이 선택한 경제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산업혁명 직후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대적 요청의 산물이다. 그로부터 150년이나 세월이 흘렀다. 경제는 노사관계나 계급투쟁의 과정을 끝내고, 국제무대의 시장경제로 전환한 지 오래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상식적인 개념을 끌어들인다면, 기업을 통한 성장주도에서 국민의 소득증대가 가능하다는 시대가 전개된 지 오래됐다. 우리와 같은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4년 반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당 안에는 그런 경제 방향을 유지하려는 후보자들이 있다.

이런 불행한 과정을 밟는 동안 우리는 과거 고정관념에 집착하거나 지나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미래로 갈 수 없다는 상념에 빠졌다. 역사의식의 빈곤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는가. 국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과거라는 터널 속으로 되돌아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국민과 젊은 세대들은 창조적인 미래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100년 동안 오늘을 건설한 선구자들의 정성 어린 노고를 저버리는 우를 범한 것 같다. 과거라는 우물에 빠져 미래를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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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밀려난 야권 대선 후보가 국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했다. 이에 집권층에서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대통령이 되려고 나섰는가,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야당의 후보자가 되었느냐고 반박했다. 일부 국민은 어느 편이 옳으냐고 묻는다.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가. 국가가 할 일과 국민이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대통령은 국가적인 책임을 맡아야 하고, 공직자들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은 세금을 내고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주권자다. 공직자나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도 있고 책임을 따질 권리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바른 길이다.

현 정부는 정치이념을 갖고 출발했기 때문에 국민생활 전체에 개입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통령 중심의 청와대가 전권을 행사했다. 장관들과 공직자들은 심부름을 잘하면 그뿐이었다. 오죽하면 원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의 지령을 받은 책임자가 반대 의견을 진술하는 공직자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득권의 고정관념이 되면 공직자들은 자율성을 빼앗기고 국민들은 의지와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 종말은 어떻게 되는가. 북한과 같은 비운을 맞게 된다. 민주국가 지도자는 공직자의 자율성과 국민이 세계무대에서 창의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왜 이런 걱정을 하는가. 더 소중하고 건설적인 사회질서가 붕괴되며 국민들의 선한 선택과 노력이 정부 실책으로 인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시야를 넓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사회질서와 정신적 가치의 혼란 상태를 살펴보자. 지금과 같이 윤리 질서가 흐트러지고 사회악이 보편화된 적이 과거에 없었다. 법치국가에서 정의가 사라지고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병들어 가고 있다.

다시 한번, 국민의 자율성과 선한 질서를 위해 요청한다. 언론의 자유와 자율성을 통제하는 언론중재법은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그 목적과 동기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인지 정권 유지를 위한 발상인지를. 국민들은 그런 법이 없어도 선한 언론과 도덕질서를 회복할 자신을 갖고 협조할 것이다. 정부를 믿을 수만 있다면 협력을 거부할 국민은 없다는 애국심을 공유해 주기 바란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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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9-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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