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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언어 성폭력”이 왜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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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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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juna.kr/xe/oldmain/9887626


ㅡ 링크 들어가면 실제 음성 나옵니다

얼마 전, 김구라가 약 3년 전 인터넷 방송하던 시절에 하리수와 이효리에 대해 했던 악담(?)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김구라가 주류방송에 진출하여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게 되면서, 딴지일보의 유료 인터넷 방송인 '웹토이' 에서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을 진행할 때 했던 말들이 요즘 문제가 된 것이다. 하리수씨와 이효리씨는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때 지껄인 말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는 노코멘트하는 듯 하다. 단지 김구라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 게스트로 나온 하리수씨가 "그거 듣고 한 대 치고 싶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앞으로 또 그러면 죽는다." 라고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이야기했을 뿐이다. 이 라디오 방송에서 김구라는, 하리수씨 면전에서 "매체 특성에 맞게 방송을 하다 보니까 그랬다. 그리고 원래 주변에서 좋은 소리만 해주는 것도 본인에게 안좋다" 라고 매우 당당한 변명을 했더랬다.



내가 자주 가는 한 레즈비언 인터넷 카페에서 어느 회원이,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방송에 나온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3년 전 김구라의 인터넷 방송을 퍼다 놓았고, 그걸 들은 많은 회원들이 김구라와 황봉알의 언어의 폭력성에 분개하며 답글을 달아 놓았다. 그래서 나도 듣고야 말았다. 김구라가 인터넷으로 저질스런 방송을 했다는 것은 이래 저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토록 심각한 언어 성폭력일 줄은 몰랐다. 이걸 3년 전에 몰랐던 것이 원통스럽다. 방송내용을 대략 옮겨보면 이렇다.



"요새 사이비냄비 하리수가 인기인데, 황봉알씨는 박경림과 하리수 중에 자야 한다면 어느 냄비를 선택하겠느냐?" 라고 김구라가 황봉알에게 묻고, 황봉알은 이에 대해 "진짜 냄비 박경림과 술을 좇나리 먹고 기절시켜 돈을 생탈 깐 다음, 그 돈으로 하리수를 만나서 술을 사준다. 하리수를 기절시켜 하리수의 빨통(가슴)을 보고, 인공보지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살펴보고 벌려보고 내 손으로 딸딸이를 친다(자위한다)" 라고 답한다.



이 방송을 들은 하리수씨와 박경림씨의 기분이 어땠을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한낱 성기로만 집중되고, 성기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취급 당하고,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라면 마음대로 침범하고 짓밟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기분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구라나 황봉알이 나 같은 여자를 대상으로 그런 성폭력을 했다면 피해자인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불행히도 하리수씨나 박경림씨는 이런 피해를 공식적으로 문제화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못하다 (남자 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면 문제는 달랐을 것이다). 그걸 알았기에 김구라와 황봉알은 그토록 쉽게 짓밟았는지도 모르겠다.



김구라와 황봉알의 인터넷 방송을 듣고 나니 필자가 활동하던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 의 사이버테러 피해 사건이 기억났다. 2001년도에 '월장' 이 대학 내 군사주의적 예비역 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고, 그 기사가 전국의 예비역들에 의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전국의 예비역들이 개떼같이 월장 홈페이지로 몰려들어 게시판에 온갖 욕설과 협박으로 도배를 해놓았었다. 서버가 다운될 지경이었다. 당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의 대다수가 성적인 욕설이었다. 지금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아 억울하지만, '네 보지에 수류탄을 박고' 라든가 '네 보지를 (어떻게) 찢어서 (어떻게) 하고' 등의 내용이었다. 그 글들은 여성이 어떤 말이나 상황에서 공포와 모욕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알고 쓴 글들이었다. 그것이 놀라웠다. 언어 성폭력은 그냥 욕설이 아니다. 그것은 목적의식적이다. 가해자들은 어떤 언어가 여성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대 여성에 대한 지배력과 자신의 지위의 우월성을 확인한다.



언어 성폭력이 성적인 욕설의 수준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가부장제적이기 때문이다. 남성에 의한 언어 성폭력은 그것의 잠재적인 현실화 가능성 때문에 피해자에게는 '구체적, 현실적' 공포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월장' 에서 가장 중심적인 사이버 공격을 받은 멤버는 학교 수업 들어가는 것도 조심해야 할 상황이었다.)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 성폭력을 당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방어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은 피해자가 상시적으로 피해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내가 알던 지인이 밤늦게 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3명의 남자에게 집단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나는 그 사건을 접하고 나서 밤늦은 귀가길이 항상 두렵다. 온갖 불길하고 공포스러운 상상이 그 순간의 나를 지배하고, 거기서 헤어날 길은 없다. 내가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길을 맘 놓고 다닐 기본권마저 이 땅의 여성들은 갖고 있질 못하다. 그래서 남성에 의한 언어 성폭력과 여성에 의한 언어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김구라와 황봉알은 그 인터넷 방송을 들은 여성들을 혀로 강간한 셈이다. 나는 그 방송을 들으면서 나도 하리수씨나 박경림씨와 같이 그들에게 한낱 성기일 뿐이며 언제든지 침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해야 했다. 그래서 이 방송을 3년 전에 알지 못한 것이 분통하다. 지금은 내가 피해 당사자도 아닌데다 3년 전의 일이라 법적인 대응은 어렵다. (그러나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이 피해 당사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체를 통한 언어 성폭력이 불특정다수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기에 관련 입법이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하리수씨나 박경림씨가 나서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3년 전에 그런 방송을 돈을 내고 회사에서 듣고, 집에서 듣고, 조깅하며 듣고 (생활의 활력소라며 김구라의 방송을 다운받아서는 조깅하며 듣는다는 남자의 블로그도 있었다), 그렇게 들으면서 낄낄대고 즐거워할 수 있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요새도 김구라를 지지하는 남자들이 있다. 최근 김구라의 옛날 방송이 인터넷으로 떠돌면서 그걸 들은 많은 여성들이 분개하고, 김구라를 방송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구라의 당시 방송은 매체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었다느니, 김구라가 정치권에 대해서도 시원한 비판을 많이 했다느니 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남자들이 있다. 옹호하는 것이야 당신들의 자유겠지만,



글쎄. 당신이 단순히 김구라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언어 성폭력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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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9-2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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