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 석(石)가 노(老)가 박(朴)가 얘기 ==

페이지 정보

Mason할배

본문

== 석(石)가 노(老)가 박(朴)가 얘기 ==
--
오래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한국 땅에 발붙이고 살 때
어느 해 추석 전의 일인데 당시 난 산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의 높은 산,
유명산 이라면 무조건 이산 저산을 기어 올라가고 하던
등산광 시절 추석을 며칠 앞둔 토요일 저녁 이곳에 하루를 자면서 들은 일이다. 

얘긴 강원도 삼척 근방 한 산골동네,
여기서 태어나 60여년을 여기서만 줄곧 살고 있는
석(石)가 노(老)가 박(朴)가 성을 가진 세 동갑네기가 있었지요.

이 동네는 깊은 산 속이라 버스가 낮에 한 번, 저녁 때 쯤 한 번 들어왔다.
마침 추석 전이라 특별히 할 일도 없을 뿐 아니라 나이들도 있고 해서
딱히 할 일들이 없다보니 날만 새면 이 들은 노인정에서 만나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점심때가 되면 각자 집에 가서
식은 밥 한 그릇으로 뱃속을 채우곤 다시 모여서는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는 걸 봐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그러다 간밤에 어느 집에서 제사라도 치렀다 하면
그 날은 노인정 잔칫날이 되었다.

제사를 모신 집에서 제사 음식 이것저것을 정성스럽게 소반에 담고
호로병엔 옥수수로 만든 막걸리를 담아 이들 노인들이 드시게 가지고 오곤 하였다.

이래서 죽은 귀신들 덕분에 살아있는 세 영감이 맛있게 잡숫고 마시고 하는데
가끔은 빈속에 막걸리가 들어가다 보면 얘기들이 빗나가서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는 수가 생긴다.

티격태격 한 장면을 들은 대로 기억나는 대로 옮겨 보면
석(石) 영감 : 야, 이x, 박가야, 넌 언제 죽냐?
박(朴) 영감 : 넌 아직도 내가 왜 안 죽는지 모르냐?

석 영감 : 야, 이x아 네가 안 죽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내가 뭐 산신령이냐?
박 영감 : 이x아, 네가 죽어야 내가 너의 제사 밥을 얻어먹을 것 아닌가?
 
석 영감 :
뭐여? 이x아, 내가 죽어야 네가 죽는다고? 난 너 앞에 안 가! 이x아!

박 영감 : 저러니 돌이지. 너 성이 왜 돌인지 아냐?

석 영감 :
야 이x아, 남의 조상은 왜 들먹거려? 내 조상이 어때서? 너무 단단해서,
        야 이x아, 네가 무식해서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조상 얘기 좀 해줄게..

우리 조상 중엔 옛날 고려 말에 나라의 운이 다 해가자 벼슬길을 버리고
낙향하였는데 새 나라의 임금이 벼슬을 준다고 불러도
두 나라를 섬길 수 없다고 나가지 않자
지금의 충주에 있는 차이산 밑에 유배를 시켜 거기서 돌아가셨던 분이 계신단다.

그 선조의 함자(銜字)가 화원(花園) 석여명(石汝明)이다.
지조가 돌같이 단단했던 분이시지..
 
노(老) 영감 :
야, 이 늙은이들아, 뭐하냐? 어른이 왔으면 얼른 일어나지들 않고..

박(朴) 영감 :
어허 늙은 게 왜 왔냐? 집에 죽치고 앉아 있지....
            성도 지x 맞게 노가(奴家)가 뭐냐?  천방지축이란 말이 뭔지나 아냐?
--
이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다시 다음 날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없어지고 아침에 만나면 어흠! 이x은 인사도 하지 않고...
이렇게 산골동네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벌써 엊그제가 한국엔 추석이라 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걸 TV로 보니
갑자기 아주 옛날이 그리워져 몇 자 올려봤습니다.

옛날 어느 코미디언 말로 “일주일만 젊었으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추천 0

작성일2022-09-19 14:19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3850 90년대 까지 생존 하셨던 시인 백석 인기글 7 원조다안다 2024-03-17 600
103849 500년만에 얼음속에서 발견된 제물 인기글 7 원조다안다 2024-03-17 932
103848 경계선 지능장애를 가족으로 둔 사람의 고민 댓글[1] 인기글 8 원조다안다 2024-03-17 587
103847 악성민원으로 숨진 노동부 9급 공무원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4-03-17 550
103846 지금 중국이 나락가고 있는 이유 인기글 6 원조다안다 2024-03-17 876
103845 최근 평양 풍경 댓글[1] 인기글 4 원조다안다 2024-03-17 935
103844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정량으로 안주는 이유 댓글[1] 인기글 pike 2024-03-17 965
103843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모두가 놀란 시구패션 인기글 pike 2024-03-17 969
103842 식료품비가 미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네바다 주 인기글 pike 2024-03-17 926
103841 세계 도넛 순위 인기글 pike 2024-03-17 867
103840 국대의 품위 풀럼전 후 손흥민 인터뷰 인기글 1 pike 2024-03-17 597
103839 오늘 난리가 난 박지원-황대헌 선수 충돌사건 인기글 pike 2024-03-17 822
103838 부동산 수수료 6%가 없어진다. 댓글[2] 인기글 1 산타밸리 2024-03-17 817
103837 덴버에 폭설 사진을 보내온 우리 아이들 댓글[1] 인기글첨부파일 자몽 2024-03-17 819
103836 올해도 매실청은 물건너 간듯 댓글[1] 인기글첨부파일 1 자몽 2024-03-17 574
103835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종 소득순위 인기글 pike 2024-03-17 954
103834 권나라가 PC방 가면 먹는 음식 인기글 pike 2024-03-17 907
103833 요즘 빅토리아 시크릿 인기글 pike 2024-03-17 1059
103832 미녀에서 남자로 성전환 댓글[1] 인기글 pike 2024-03-17 1030
103831 한국 방문중인 LA다저스 선수단 와이프들도 못참은 곳 인기글 pike 2024-03-17 996
103830 지혜( 10 층 아파트 ) (080회) 댓글[1] 인기글 Mason할배 2024-03-17 400
103829 여자애들은 정말 지구 어디나 똑같음 인기글 Gymlife2 2024-03-16 807
103828 중국애들은 확실히 우리랑 정서가 통하는 댓글[1] 인기글 1 Gymlife2 2024-03-16 532
103827 오타니,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아내와 좋은 추억 될 것 같다 댓글[1] 인기글 1 pike 2024-03-16 766
103826 한국 시고르자브종 같은 카이아 거버 강아지 인기글 1 pike 2024-03-16 783
103825 요즘 뉴욕 지하철 근황 @@@ 댓글[1] 인기글 pike 2024-03-16 1091
103824 손흥민 오늘 경기후 인터뷰...손가락 인기글 1 pike 2024-03-16 838
103823 저녁 식사 - 오타니 부부 인기글 pike 2024-03-16 1083
103822 블랙핑크 리사, 큐티 섹시의 표본 (불가리 행사장) 인기글 pike 2024-03-16 818
103821 이수만, 33년 마무리 학전 위해 쾌적한 돈은 1억원 이상… “김민기 형님 일이라면 인기글 pike 2024-03-16 669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