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페이지 정보

산울림

본문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시인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시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지리산, 그중에서도 뱀사골, 그리고 봄이다. 그의 시집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지리산의 봄’(1987년)이다. 오늘의 시는 그 유명한 시집 가운데서 골랐다. 시집에는 ‘편지 연작’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연작 10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10번을 사람들은 일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는 제목 때문일 것이다.

이 제목 앞에서 ‘멈칫’하지 않을 사람은 적다. 생은 생각보다 길고, 우리는 사람을 생각보다 쉽게 잃는다. 우리는 오늘도 일어나 세수를 하고, 하루의 일과를 보내면서 잃은 사람을 잊고 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잊었던 그 얼굴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다. 시인은 그것을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차오르면 속수무책이다. 그리워 그냥 울밖에. 시에서 그 사람 보고 싶어 꾹꾹 참아가며 우는 모양이 참으로 애잔하다. 아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서점에 들르신다면 고정희의 지리산의 봄을 들춰 보시길 바란다. 바쁘시다면, 시집의 뒤표지만이라도 돌아보시라 추천드린다. 시인의 말이 실려 있다. 바쁠 당신이 아쉬워 조금만 옮겨 드린다. “아무리 우리 사는 세상이 어둡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름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꼭 울게 됩니다.”

내년엔 전부들 부자들 되십시요


https://youtu.be/p3HRzE9M-Xc

추천 1

작성일2022-12-26 12:03

자몽님의 댓글

자몽
산울림님도 대박 나시길

산울림님의 댓글

산울림
감사합니다
자몽씨 댁내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 드립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990 내로남불 개쩜...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 댓글[1] 인기글 1 pike 2019-05-17 1656
33989 아재의 분노.. 인기글 pike 2019-11-08 1656
33988 요즘엔 닭요리 중인데, 전엔 닭도리탕을 이번에는 닭갈비를 해봣더니.. 댓글[2] 인기글첨부파일 하얀눈 2020-06-23 1656
33987 이게 진짜 백선엽 댓글[8] 인기글 2 진리 2020-07-18 1656
33986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의 위험성 인기글 1 pike 2020-09-18 1656
33985 2021년 1월중 영주권 문호 인기글첨부파일 크리스틴박 2020-12-23 1656
33984 영국의 기업문화 인기글 pike 2021-02-23 1656
33983 김치 판매하려면 `파오차이` 표기 의무화"…치밀한 中 `김치공정 인기글 pike 2021-03-12 1656
33982 與 부대변인 “이재용이 사면 안되는 이유...‘삼성어천가’ 토할 것 같아????? 댓글[1] 인기글 1 pike 2021-04-28 1656
33981 전공별 대학생 연예 경험 인기글 pike 2021-06-17 1656
33980 혈압약 드시나요?"..기억력 향상에 도움된다 인기글 pike 2021-06-23 1656
33979 성폭력 혐의` 빌 코스비 2년만 석방 현장, 풀려난 이유는 인기글 pike 2021-06-30 1656
33978 호박잎의 놀라운 효능 10가지 댓글[5] 인기글 1 자몽 2021-07-19 1656
33977 베니스에서 돌체엔 가바나 패션쇼 도중 폭우 쏟아져 철수하는 모델들 인기글 pike 2021-08-31 1656
33976 리라화 폭락한 터키 근황 댓글[3] 인기글 4 원조다안다 2021-12-05 1656
33975 의외로 유명하지 않는 사람 인기글 pike 2022-10-03 1656
33974 실시간 손흥민 골 ㄷㄷㄷㄷㄷㄷ 인기글 1 pike 2021-12-26 1656
33973 2022년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와 바바반가 댓글[1]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2-01-15 1656
33972 이재명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댓글[6] 인기글 2 원조진리 2022-03-10 1656
33971 다들 부모님이 좀 이상하다 싶음 무조건 병원 가 인기글 6 원조다안다 2022-04-20 1656
33970 바이든 대통령이 탑승한 리무진 옵션 댓글[1]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2-05-20 1656
33969 원본 이름이 따로 있던 과자 인기글 pike 2022-07-17 1656
33968 힘차게 날아라 하얀 다람쥐 인기글첨부파일 1 샤랄라2020 2022-07-25 1656
33967 캘리자몽이 나를 2차까지 고소햇다 (변호사가 말하는 악플 쓰면 안되는 이유) 댓글[2] 인기글 10 원조다안다 2022-09-02 1656
33966 NIW 취업이민 2순위(National Interest Waiver) 인기글첨부파일 미이민 2022-09-08 1656
33965 젊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만난 마를린 먼로 인기글 pike 2022-09-09 1656
33964 누군가 매일 수시로 도어락 비번을 누름 ㄷㄷ 인기글 1 pike 2022-09-15 1656
33963 역대급 오심 그리고 선수의 대처 인기글 7 원조다안다 2022-12-17 1656
열람중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댓글[2] 인기글첨부파일 1 산울림 2022-12-26 1656
33961 미국 교도소에 수감 되었던 전직 한인 갱단원 인기글 충무공 2023-01-04 1656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