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제 1500만원대 샤넬 백 한개 가격이면 구형 중고 벤츠까지 살 수 있겠어요."

지난해 4차례나 가격을 올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올해 두 번째 가격을 인상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 멘 소리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2020년 3차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3월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6%가량 올렸다.

여기서 또 한차례 6% 안팎의 가격 인상이 '웨딩 시즌'인 5월 단행됐다. 혼수품으로도 많이 찾는 샤넬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라지' 가격은 지난번 인상으로 1500만원에 육박했는데 이제 1600만원을 향해 간다.

이번 인상으로 클래식 플랩백 라지 가격은 148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약 5.73% 올랐고,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가격은 6.07% 올라 1367만원에서 1450만원이 됐다. 클래식 플랩백 스몰은 1311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5.68% 올랐다. 급격한 가격 인상 소식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명품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가격을 올리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명품 관련 모 커뮤니티에서는 샤넬의 이번 가격 인상을 두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성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중고 수입차 수준으로 터무니없이 올리는데 마케팅은 10~20대 소비자가 쉽게 살 수 없는 걸그룹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우니 뭘 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가방 하나에 1000만원이 훌쩍 넘는데 샤넬이 브랜드 얼굴로 내세운 앰버서더는 아이돌이 대부분이다.

샤넬은 지난 2월 걸그룹 뉴진스 민지를 샤넬 뷰티·패션·워치&주얼리 부문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했는데 민지는 올해 19살이다.

블랙핑크의 제니는 2017년부터 샤넬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인간 샤넬'이란 별명도 붙었는데 그의 나이 21살 때부터 샤넬의 얼굴이었던 셈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꺾이기 마련이지만, 명품 시장에선 여전히 샤넬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행위)이 벌어지고 가격이 더 오르기 전 하나라도 더 사야 한다는 심리도 존재하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명품 시장 과열 현상은 리셀 시장 성장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고 시장에서도 샤넬 명품 인기는 여전하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명품 전문관을 운영 중인 캉카스백화점의 새 상품급 내장칩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가격은 125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상태에 따라 1000만원대에 파는 제품도 있다.

새 상품급 내장칩 클래식 스몰 플랩백 가격은 캉카스백화점에서 1100만원대, 온라인 카페에선 약 1290만원대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캉카스백화점 관계자는 "신품이든 중고품이든 인상 전에 구매한 사람이 이득을 본 셈"이라며 "구매 계획이 있다면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속설이 입증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미선 기자(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