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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 되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가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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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일을 하는 사람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 노인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쓴 소준철 씨는 이 보고서를 쓴 이유가 “쓰레기 줍는 여성 노인이 눈에 더 많이 띄어서”라고 말합니다.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이 주로 폐지 수집에 나서는 데 대한 그의 이 의문은 ‘노후 이전의 삶’에 주목하면서 풀렸습니다.

폐지 줍는 여성 노인 김순자 씨의 이야기입니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했다. 암태도에 사는 남자를 중매로 만났다. 형제들이 도시로 떠날 때 장남도 아닌 남편은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고향에 남았다. 김씨의 셋째 아이가 백일이 됐을 무렵, 바다로 일을 나갔던 남편은 돌아오지 못했다. 함께 있던 동네 사람들 말에 따르면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섬이라 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논농사, 밭농사를 지어서 시부모를 봉양하고 세 아이를 키웠다.

1997년께 서울에 왔다. 김씨 나이 쉰세 살이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은 암태도를 떠나 인천 등지에서 살고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밥 해주는 일자리를 얻었다. 그 병원에서 먹고 자며 7년을 일했다. 그곳에서 일하며 시골에서 농사지을 때부터 안 좋았던 허리가 더 나빠졌다. 2005년에는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폐지 수집 노인들에 대한 뭇사람들의 시선을 알지만 “부끄러울 거 없다”라고 말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폐지 줍는 할머니의 삶과 빈곤", . 2018년 12월 18일 자
김순자 씨의 이야기.





우리는 젊은 시절의 성실함이 노후의 안정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김순자 씨의 이야기를 보듯 성실성이 꼭 안정적 노후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은 남성보다 더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여성 고령자는 남성에 비해 빈곤층으로 추락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면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더 빈곤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 노인 빈곤 문제는 두 가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 남성의 사회 활동에 의존해 대가 없는 가사노동만 해온 여성들이 노인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경우입니다. 위 사례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죠. 현재 폐지 줍는 여성 노인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빈곤에 빠집니다.

또 하나는 노동시장 내의 성차별이 만드는 남녀의 임금 격차가 자산과 국민연금 격차로 나타나면서 결국 빈곤으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사회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재 20~30대 여성들이 맞닥뜨릴 미래가 될 것입니다.



"폐지 줍는 할머니의 삶과 빈곤", . 2018년 12월 18일 자.




“생애를 살펴보면 남성 노인들은 젊었을 때 기술에 기반을 두어 직장을 갖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운전면허라도 있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은퇴하면서 노후에 접어든다. 반면 여성들은 주부로 지내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거나, 식당 종업원 같은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다 노년을 맞는다. 별다른 기술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 (2015)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소준철씨(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의 인터뷰 -



한편, 임금 격차와 같은 경제적 문제는 숫자로 쉽게 변별될 수 있지만, 여성 노인의 빈곤에는 지표로 드러나기 어려운, 성차별이 원인이 되어 스며들어 있는 심리적·정서적 문제 또한 존재합니다.
가령, 여성은 남성보다 ‘노인이 되었다’고 자각하고 혹은 사회적으로 구분되는 시기가 빠릅니다. 가정 내 역할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역할의 모호함을 경험하게 되고, 주체적 의사 결정에서 일찌감치 밀려나며 소외되기 쉽습니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병치레나 사별 등 특정한 생애 사건에서 요구되는 여성의 성역할 부담도 큽니다.

또한 여성 노인 빈곤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돌봄노동 문제인데요.
현재 많은 여성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는 가사노동과 육아를 도맡고 나이 들어서는 배우자를 위한 돌봄노동을 일차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돌봄노동을 받아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의 돌봄노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정 내 돌봄노동을 담당하던 여성 노인은 점차 사회적으로 배제되면서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버립니다.

이렇듯, 근로소득의 기회가 상실되거나,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리거나, 혹은 가사와 돌봄노동에 떠밀린 여성 노인은 사회관계망도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여가 활동과 같은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못하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경제적 활동을 하는 비혼이지만, 비혼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부양과 간병을 도맡아하는 경우가 주변에서 종종 보입니다. 한 사람의 여성 빈곤이 다시 자녀의 여성 빈곤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노인 문제 중 핵심은 여성 노인의 빈곤 현상이다.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추가로 10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한다. 남편의 간호는 부인이 하는데 부인의 간호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외롭게 살다가 노후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질병에 시달리면 스스로 간호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노후 문제는 여성 노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우재룡(한국은퇴연구소 소장)의 인터뷰 -



지금까지 노인 빈곤을 비롯한 노인 문제는 남성 노인을 기본 대상으로 하는 노인복지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어왔습니다. 사회가 남성 빈곤을 여성의 그것에 비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온 경향이 있고, 거기에는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인식하는 반면 여성은 독립된 개인이 아닌 의존적인 피부양자로만 인식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00세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노인 문제의 핵심은 여성 노인 빈곤 현상이라고까지 할 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고령화 시대의 과제입니다.
추천 6

작성일2024-02-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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