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딸이 납치됐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제주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하고 신속한 국제 공조를 펼쳐 사기피해를 막아낸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신고 5분 전인 9시5분께 딸로부터 납치당했다는 보이스톡 전화를 받았다. AI로 만든 가짜 목소리였다.

이어서 전화를 건네받은 협박범은 ‘현금 1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딸에게 해코지를 하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보이스피싱범의 수법은 치밀했다. 그는 A씨 부부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한 자리에 모아두고 남편 B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도록 지시했다. 다행히 B씨가 경찰 신고를 한 후였다.

경찰은 출동 최고 단계인 ‘코드 0’를 발동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한편 B씨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자 최근 피싱범죄 수법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위치추적과 통신수사를 실시했다.

A씨 부부를 만난 경찰은 극도로 불안해하는 이들을 진정시키고, 딸이 당일 학교 행사 일정으로 시카고에서 대만행 항공기에 탑승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은 곧바로 미국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을 시도했다. 지속적인 연락 끝에 딸이 안전하게 항공기에 탑승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A씨 부부는 대만에 도착한 딸과 전화로 신변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끝에야 안도할 수 있었다.

A씨 부부는 “딸아이의 안전을 확인해 정신적인 안정을 찾게 해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리고, 현장에서 뛰고 계시는 모든 경찰 관계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건강히 국민을 잘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 출동했던 양진모 안덕파출소 경위는 “최근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연락이 쉽게 닿지 않는 해외거주 가족을 사칭한 피싱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