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아…"납치는 갱단의 돈벌이 수단" 중남미·중동 등 위험 지역 여행하며 갱단 만나와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무법천지 아이티에서 갱단 두목에게 납치됐다가 감금당한 미국인 유튜버가 결국 풀려났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갱단 두목을 인터뷰하겠다며 아이티로 떠났다가 감금당한 레바논계 미국인 유튜버 에디슨 피에르 말루프(26)가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다.
말루프의 아버지 피에르는 석방을 위해 갱단에 몸값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티의 갱단은 납치를 통해 돈을 번다"며 "몸값을 지불하면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확한 몸값의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사건에 정통한 한 보안관계자에 따르면 말루프의 가족들은 갱단이 요구한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에르는 "말루프는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며 "나는 갱단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첨언했다.
구독자 140만명의 유튜버인 말루프는 앞서 아이티에서 폭력 사태를 벌이고 있는 갱단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를 인터뷰하겠다며 지난 14일 아이티에 입국했다.
그러나 말루프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인근에서 다른 갱단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루프는 소셜미디어에 "갱단 두목에게 납치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외딴 콘크리트 오두막집에 갇혔다"며 "집에 갈 때까지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현장에서 말루프의 가이드로 동행했던 아이티 언론인 장 사크라 숀 루벤스도 함께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지난 31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말루프와 루벤스가 갱단 지도자인 조셉 윌슨과 소파에 앉아 포옹을 주고받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윌슨은 "그들의 의사에 반해 구금됐지만 좋은 대우를 했다"고 설명했다.
루벤스는 석방 이후 인터뷰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어 윌슨에게 우호적으로 행동하는 척했다"며 "이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털어놨다.
말루프의 아버지 피에르는 "사건에 대해 뉴스가 보도되자 셰리지에가 분노했고, 해당 갱단이 압력을 받아 물러났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최근 국민들에게 아이티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해 왔으며, 전용기를 띄워 아이티 내 미국인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말루프의 납치 사실에 대해 "아이티에서 미국 시민이 납치됐다는 보고를 인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한편 자신을 비디오 제작자, 여행가, 스토리텔러 등으로 소개한 말루프는 브라질과 멕시코, 중동 등지의 무장 단체를 방문하는 동영상을 게시해 왔다. 그는 최근 SNS 게시물에서 "나는 세계에서 위험하고 문서화되지 않은 장소를 탐험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탈 때가 내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