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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밥 먹다가 펑펑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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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다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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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난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대학교 4학년임...

정신적, 물리적으로 학대당한 적도 없고
뭐 엄청난 금수저도 아닌 걍 평범 그 자체야


근데 우리 가족이 좀 개인주의임



내가 대학을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미래 꿈은 뭔지 이런거 하나도 안궁금해하심


막 서로 사랑해요 엄마아빠 이런거 없고
부모님도 약간 나한테 별 관심이 없었음..


나도 이게 편했어
뭐 통금 있고 부모님이 사사건건 간섭하는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함


글고 물질적으로 지원을 안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 집 얻어주시고 매달 생활비에 등록금까지 다 대주심



어릴때 조금 섭섭했던 기억이 하나 있긴 함

내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다 똑같은 애들 올라오는
동네에서 자랐는데 고등학교는 뺑뺑이라
새로운 애들을 처음 만난거야

고 1 1학기때 새학기 눈치싸움도 너무 당황스럽고
애들끼리 기싸움 이런것도 적응 안되어가지구
좀 힘들어했거든

그래서 엄마한테 고민상담 겸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조금 귀찮아 하는거야...
그래서 좀 머쓱해가지고 근데 괜차너~ㅋㅋ 하고
걍 넘어감



물론 지금은 별로 신경 안쓰임




말이 넘 길어졌네..
여튼 각설하고 어제 친구집을 갔거든


친구가 걍 밖에 나가지 말고 자기 집에서 놀자길래
콜 해서 과자 이런거 사들고 감


점심 때라 일단 밥부터 먹자고 하는거임

걔가 우리집 잡곡밥인데 너 콩 먹어?? 아 내가 콩 싫다고 했는데
울 엄마 맨날 콩이랑 이상한거 다 넣어.. 하면서
약간 민망해하길래 걍 나 다 잘먹는다고 함


그러고 뭐 도와줄거 없나 서성이는데
냉장고에 걔네 엄마가 쓴 쪽지가 붙어있었음


< 갈비 해놨으니까 데워먹고 비타민이 중요하니까
밥 먹고 과일 먹어. 베이킹 소다에 깨끗하게 씻어둠 >


이렇게...


예쁜 포스트잇도 아니고 그냥 공책 찢어서
배달 자석으로 냉장고에 붙여두심


친구가 갈비랑 국 데워주고 소세지도 볶아줬어


너랑 나랑 안먹으면 저녁에 오빠랑 먹어야하는데
그 새끼 먹는 속도 개빨라서
자기 거의 못먹는다고 지금 볶아서 우리가 다 먹자고 함


글고 걔가 이거 울 할머니 김치인데
너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고
가끔 남의 집 김치 못먹는 애들 있다고 하면서
입에 안맞으면 억지로 먹지 말래

그러면서 보리차같은거
냉장고에서 꺼내가지고 컵에 따라주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 펑펑 쏟음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개놀라서 야 뭐야 왜울어 이러고ㅠㅠ
ㅋㅋㅋㅋㅋㅋ 갈비 싫어하냐? 뿌링클 사줘?
막 일부러 이런 웃긴 말 하는데
더 눈물 나서 분위기 난리남...






사실 부엌에 들어설 때부터 눈물 날 거 같았음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할머니 김치 이런거 한번도 안먹어봄.
우리집은 김치 다 사서 먹었어
글고 자취하면서는 김치 소분된거 사가지고
밥 먹을때 하나씩 먹고... 쌀 씻고 이런거 귀찮아서
햇반 사다놓고 먹고
물도 삼다수 아이시스 페트째로 쌓아놓고 마심



국도 내가 해먹을 때도 있지만
울 아빠가 오뚜기,청정원 이런 식품회사 다니셔서
맨날 김치 소분된거랑 인스턴트 국 같은거 내가 보내달라고 함
그럼 아빠가 용돈에서 그 가격 빼고
직원가로 싸게 사서 보내주셔.


걔네 집 식탁에 딱 앉아있는데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드는거야


진짜 펑펑 울었음


햇반이라고 인스턴트 국이라고 부모님의 사랑이 안느껴지고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냥 솔직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잖아

부엌도 아니고 걔네 집 들어서는 순간 딱 알겠더라고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애정이 묻어 있는데
나는 이런 느낌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봤거든



내리사랑이라는거 이러이러한 감정이겠구나-
대충 감만 잡고 있다가
그 애정의 실체를 확인하니까
너무 기분이 이상했음


파란색이란 넓고 청량한 바다나
시원하고 드높은 하늘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로만 듣던 시각장애인이 어느 날 딱 눈을 떠서
파란색을 직접 봤을때의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수련회 가서 부모님의 사랑, 희생 이런거 들으면서 울때도
나는 한번도 우리 부모님 생각해본적이 없어

그냥 책이나 티비에서 봤던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감동이
지난 수년간 학습되어져 저절로 눈물이 났지,
내 경험에서 나온 눈물이 아니었단말임


여튼.. 부모님이 주는 사랑과 가정의 울타리가
주는 따뜻함은 이런거구나를 온 감각으로 느끼고
너무 충격이었는데 그 가운데서 애정을 오롯이 받은
내 친구는 당연히 익숙한 모습이라
그냥 막 눈물이 났던거같음


친구한테는 생리중이라서 감정 조절이 안된다고
개 면서 얼버무리고
어색하게 밥 먹고..
그 뒤엔 다시 신나게 놀았음



근데 집에 와서도 한숨도 못자고 계속
그 순간이 생각이 나네


새벽 내내 잠 못들고 자취방에 앉아
햇반 박스랑 페트병들을 가만히 보게됨


자취 시작하고 본가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음..
대학교 1학년 추석때 한번 내려갔는데
울 부모님은 같이 시댁가고 친정가고 그런거 없거든
개인플레이라...
그래서 집에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아무도 없는거임


둘 다 다른 약속 다녀온건지
따로 오고 나 봐도 별로 반가워하시는 모습은 아니길래
그냥 과제 있다고 첫차타고 서울 왔고
그 뒤로 한번도 안내려갔어


카톡방 보면 아빠한테는 용돈 받은거랑
이번달에 반찬 뭐뭐 보내주세요
알았다. 이 말 밖에 없음.

진짜로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취 시작하고 4년동안 카톡한게 그거야..
엄마도 비슷함..
따로 잘 지내냐 이런 전화 온 적 단 한 번도 없어



벌써 해가 떴는데 도저히 잠이 안와서 글 적어봄...
나는 내가 지독한 개인주의이고
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마음 한 구석에선 어버이날 챙겨드리고
가족여행 가고 그런 동화같은?
가정을 꿈꿨나봄



왜 하필 또 5월은 가정의 달이라서 사람을 힘들게 할까...

오늘따라 너무 힘들고 답답하고 외롭다


드라마에서 샤넬백 내팽개치며 이런거 말고 오늘 생일인데
그냥 같이 있어만 주면 안되겠냐고
우는 금수저들 마음이 약간 이해가 간다

물론 나는 금수저가 아니라 내팽개칠
샤넬백조차 없다는게 유머라면 유머네ㅋㅋㅋㅋㅋㅠㅠ



추천 3

작성일2024-04-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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