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閻羅大王)


불교에서 지옥의 판관인 '시왕(十王)' 중 하나.

범어로 यमराज(야마라자)를 한자로 음차하면 염마라사(閻魔羅闍)인데,
그걸 줄여서 염라.


원래는 힌두교에서 죽음의 신인데,
그게 불교에 흡수되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대.
원래는 최초로 죽어서 지옥의 왕이 되었다는 힌두교 신이야.


이름에 '왕'이라 해서 진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라 착각하기 쉬운데
실상 알고보면 임기직 판사임.





한국신화의 세계관을 보면 천상과 지하, 저승, 이승으로 나뉘어.


지옥은 저승에 속한 한 구역이야.
일종의 거대한 감옥이라 생각하면 쉬워.


원래 지옥이랑 극락은 한국신화의 요소가 아닌데, 불교에서 유입되어 저렇게 퉁치는 경우가 많아.
미륵이나 석가 이름이 붙어서 원래 이름을 잃은 한국신화 속 신도 있어.


시왕은 저 지옥에서 죽은 영혼들을 심판하고 형벌을 내리는 열 명의 판관이야.
쉽게 말해 판사.


한국 신화에서 저승은 거대한 지역이라, 그 안에서도 여러 나라와 신들이 있어.
이건 천상, 지하, 이승도 마찬가지야.
무가나 본풀이같은 걸 보면 별의별 나라가 죄다 나와ㅋㅋ


하지만 저승신은 흔히 아는 바리공주야. (무조신이기도 함)
바리공주가 나오는 무가(巫歌)를 보면 바리는 저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해.
영혼을 천도하고, 뛰어난 의술로 죽은 자를 살리고, 사령을 관장하고...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92046&cid=41708&categoryId=41711


바리데기 신화 역시 불교색이 끼얹어진 것도 있어.
한국신화 자체가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구전된 것이다 보니 판본이 많아.


그리스 신화나 기독교에 대입하다보니 저승의 이미지가 섞인 모양인데,
한국 신화의 저승은 지옥이 아니라 '생명이 탄생하고 순환하는 장소'야.
그러니 저승신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저승 그 자체를 상징해야 해.


저승에는 아기를 점지하는 삼신할미, 운명신 감은장아기, 죽은 아이를 돌보는 저승할미,
서천꽃밭 꽃감관인 사라도령과 한락궁이, 원천강의 사계절을 세상에 전하는 오늘이 등 다양한 신이 있어.


여기서 할미는 할머니가 아니라 여자 신에 대한 존칭이야.
한국신화 속 신들은 이름만 쓰거나, 할미, 아기, 도령, 부인같은 말이 붙어.
(그러니 무슨 대왕같은 식의 이름은 당연히 외부 유입이겠지.)


하늘신은 환인, 천제, 옥황상제, 제석천 등 이름이 많아.
저렇게 이름과 정체성이 많은 건 고유의 신화소와 외부에서 유입된 개념이 섞인 거야.
(환단고기는 당연히 고... 그냥 천신으로서.)
제석천하고도 혼동되는 바람에 모든 신령의 우두머리이자 온갖 만물의 신으로도 나와.(제석본풀이)
흔히 아는 천지왕은 제주도에서만 전승되는 신화야. (천지왕본풀이)


한국 신화에서 염라는 지옥에서 재판하는 열 명의 판관인 시왕 중 한 명이야.
그 중에서 제 5지옥인 발설지옥을 담당해.
혀를 잡아빼는 지옥이야.
(어디서는 보업으로 혀를 간다고 함.)


바리데기 신화 중에서는 바리의 아들들이 시왕 역할을 했다고도 하고
(바리공주의 자식은 전승마다 인원 수가 달라.)
바리공주 아들 셋+노가단풍자지명왕 아들 셋+ 버물왕 아들 셋이라고도 하고
버전은 아주 다양한데, 어째 한두 명은 비어.
그런데 임기직이야. (남염부주지 등)


제1 도산지옥, 진광대왕 = 칼산 등반
제2 화탕지옥, 초강대왕 = 끓는 물에 퐁당
제3 한빙지옥, 송제대왕 = 얼음 속에 가둠
제4 검수지옥, 오관대왕 = 칼로 몸 베기
제5 발설지옥, 염라대왕 = 혀를 잡아빼기
제6 독사지옥, 변성대왕 = 독사한테 물리기
제7 거해지옥, 태산대왕 = 톱으로 뼈를 켜기
제8 철상지옥, 평등대왕 = 몸에 쇠못을 박거나, 쇠못이 박힌 곳에 눕혀 굴린다고 함.
제9 풍도지옥, 도시대왕 = 칼바람 맞기
제10 흑암지옥, 오도전륜대왕 = 완전히 새카만 암흑에 가두기


지옥불같은 거 한국신화엔 없다


도산지옥은 깊은 물에 다리를 놓거나 굶주린 자에게 밥을 준 적이 없는 자가,
화탕지옥은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거나 헐벗은 자에게 옷을 준 적이 없는 자가,
한빙지옥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고, 동네 어른을 존경하지 않은 자가,
검수지옥은 함정에 빠진 자를 구하지 않거나 막힌 길을 뚫어준 공덕이 없는 자가,
발설지옥은 조상이나 부모의 말에 불손하게 대꾸하거나 입으로 가정의 화목을 깨뜨린 자와 동네 어른을 박대한 자가,
독사지옥은 살인, 반역, 강도, 절도, 고문을 저지른 자가,
거해지옥은 돈을 많이 받고도 구린 음식을 제공한 자나 쌀을 팔 때 되(단위)를 속여 적게 판 자가,
철상지옥은 사기를 치거나 부당하게 축적한 재물로 떵떵거리며 산 자가,
풍도지옥은 불륜남녀가,
흑암지옥은 자식을 못 낳은 자가 갔다고 해.

시대가 옛날이다 보니 현대에는 말이 안되는 기준도 있어..


죽은지 일주일이 되는 날부터 49일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심판을 받아.
49일이 되는 날에는 제 7지옥인 거해지옥에 가겠지.
사후 100일이 되면 철상지옥, 1년이 되면 풍도지옥, 3년이 되면 흑암지옥에서 재판을 받았대.


그러니 염라대왕은 저승의 왕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혀를 뽑을지 말지 결정하는 임기직 재판관이야.

저승신은 바리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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