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페이지 정보

원조다안다

본문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걔 그렇게 성공했대”의 ‘걔’가 되고 싶어서




“…되게 열심히 사네?”


인스타나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계정을 발견하면 괜히 나이를 찾아본다. 나보다 언니일 때는 안심하고, 어리거나 동갑일 때는 그 페이지를 얼른 닫아버린다. 내 열등감을 그 사람들이 알아채기라도 할 듯이 잽싸게. 나보다 어린, 혹은 동갑인 사람들의 성취는 나를 우울하게 한다. 이런 감정이 들 때마다 나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너보다 어리면 뭐? 얼굴도 이름도 방금 알게 된, 너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왜 열등감을 느껴? 왜 그 사람이 너의 우울의 원천이 되는 거야?

나도 모르겠다. 왜 이런 허상의 열등감을 느끼는지…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나는 내가 아주 특별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갑자기 성공할 것 같고, 주변인들에게 “너 진짜 멋있다”라는 소리를 밥 먹듯 듣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유퀴즈’에 나오기도 하는…… “걔 그렇게 성공했대”의 ‘걔’가 될 거라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물론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니까 그런 것 같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받을 줄 알았던 스포트라이트가 죄다 그 사람한테 옮겨간 것 같달까?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음침한 걸까.

모든 사람이 이런 게 아니라면, 내가 이런 이유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던 경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그래서 면학실에도 기숙사에도 들어갔고, 선생님들도 나를 좋아했으니까… 그때부터 ‘난 특별하니까 어찌됐건 성공할 거야!’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자랐을지도 모른다.

근데 현실은 아니었던 거다. 세상에는 주인공이 되려면 갖추어야 하는 요소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사회성도 좋아야 하고(고등학교 때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개념이다), 글도 잘 써야 하고, (대외활동 하려면) 패션으로 자기 개성도 나타낼 줄 알아야 한다. 공부 잘하고, 친구 많은 것이 평가 기준의 전부였던 19살의 우물에서 빨리 벗어났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인정하자니 또 반발심이 생긴다. ‘왜 내가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정의해야 해?’하고. 그래서 내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허상의 열등감을 계속 느낄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열등감을 긍정적인 자극으로 바꿀 것인지.

답은 정말 뻔하고 간단했다. ‘남과의 비교’라는 전제조건을 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냥 나 자체로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그만. 특별하다는 건 제로섬게임이 아니니까, 남이 나보다 열심히 산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갑자기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그 사람과 운명의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도 다 다를 텐데 뭐 하러 비교를 했을까, 의미 없이.

어차피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스물세 살은 될 수 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사는 사람을 수없이 만나게 될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땅굴을 파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그냥 나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면 된다. 매일같이 밤을 새는 후배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말자. 어차피 나는 밤도 못 새는 체질이고, 차라리 밥 안 먹고 안 쉬면서 일을 일찍 끝내버리는 타입이니까. 벌써 취업계를 내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기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말자. 애초에 걔랑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다른걸.

‘비교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살면 돼’ 같은 진부한 말을 새삼스레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날들이 있다. 오늘처럼. 이런 말을 하나둘씩 체화하며 내가 한층 성장했다는 생각을 할 때면, 어른들이 왜 그토록 뻔한 말을 조언이랍시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만 해도 이 뻔한 말을 에세이라며 쓰고 있으니까.
추천 4

작성일2024-05-03 20:07

슬기로운사생활님의 댓글

슬기로운사생활
이효리가 언급했던
이상순의 자격지심 없음에
결혼까지 한거라는 거..

그만큼
자존감이 높다는 말인데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만 강하면 이렇게 돼....
..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5450 누나가 준 피아노에서 발견한 물건 댓글[2] 인기글 8 원조다안다 2024-05-14 927
105449 자연인이 되고 싶다는 분 댓글[2] 인기글 5 원조다안다 2024-05-14 598
105448 가난한 집안 출신의 기생충 관람평 댓글[3] 인기글 5 원조다안다 2024-05-14 578
105447 기후변화로 물관리에 나서야 하는 선진국들 댓글[1] 인기글 3 원조다안다 2024-05-14 525
105446 2차대전 당시 짬밥 먹는 군인들 인기글 3 원조다안다 2024-05-14 631
105445 중국 BYD 신 전기차 몰다가 혼수상태 인기글 2 pike 2024-05-14 724
105444 fast food 순위 인기글 pike 2024-05-14 843
105443 엄마를 신고한 아들 댓글[1] 인기글 pike 2024-05-14 832
105442 경남 함안에서 재배중인 참외+멜론 교배 과일 인기글 pike 2024-05-14 699
105441 아침식사하러 구내식당에 온 여직원 댓글[2] 인기글 1 pike 2024-05-14 1109
105440 23살에 3억 대출 받아서 차 구입 인기글 pike 2024-05-14 915
105439 싱글벙글 중국 워터파크 댓글[3] 인기글 pike 2024-05-14 858
105438 1983년 공항에서 제임스본드를만난 7살 소년의 잊지못할 추억 댓글[2] 인기글 1 황금알 2024-05-14 480
105437 전설의 고든렘지판 골목식당 댓글[1] 인기글 9 원조다안다 2024-05-14 737
105436 인명진 목사, "부처님 오신 날 없어지길 기도한다" 댓글[2] 인기글 10 원조다안다 2024-05-14 573
105435 귀신 보는 할머니 인터뷰 댓글[1] 인기글 4 원조다안다 2024-05-14 677
105434 전설의 영업사원 인기글 5 원조다안다 2024-05-14 619
105433 "인간에게 '거짓말'하는 AI 확인됐다"..제거하려 하자 '죽은 척'까지 댓글[1] 인기글 4 원조다안다 2024-05-14 481
105432 혈세 7천만 원 투입하게 한 민원인의 최후 인기글 5 원조다안다 2024-05-14 592
105431 할머니집에서 찾으면 대박인 컵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4-05-14 624
105430 속옷 광고 찍어서 퇴학 당한 여고생 근황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4-05-14 921
105429 기은세 수영복 인스타 인기글 pike 2024-05-14 802
105428 미국 랩탑 도난 53초마다 1대 도난 당한다 by FBI Report 인기글 Fremont7 2024-05-14 420
105427 결혼한 사람만 먹을 수 있는 국들 인기글 pike 2024-05-14 874
105426 흰 티에 노브라로 집을 나온 여성 인기글 pike 2024-05-14 1077
105425 논산 40대 여성 성폭행한 중딩 근황 인기글 pike 2024-05-14 933
105424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가정집에 무차별 총기난사 인기글 pike 2024-05-14 740
105423 아저씨 제발요. 안돼요" 삶을 포기하려던 40대 살린 고등학생 인기글 pike 2024-05-14 567
105422 400만 원에 아기 팔아… "키울 능력 없었다"던 30대 부부 등 12년 만에 적발 인기글 pike 2024-05-14 476
105421 웨딩드레스 6만원이면 OK”…美MZ ‘저렴이 웨딩’ 열풍 인기글 pike 2024-05-14 559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