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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새엄마로 지내는게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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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다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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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남편과 결혼했어요. 저는 초혼이였고 남편은 재혼이였죠. 딸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그때가 5살이였는데 얼마나 예쁘던지요..
전 와이프는 아이를 낳자마자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떠났다 하더라구요. 엄마 젖 한번 못먹고 자란 아이라는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결혼을 생각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죠.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닌데 사랑해줄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제가 잘할수 있을것만 같았어요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보자마자 내 아이인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주변의 반대와 부모님의 반대속에도 결국 결혼했어요.
남편은 더없이 다정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아이는 말이 없는 편이긴 하더라구요. 처음엔
좀 놀랐어요. 원래 이맘때 여자애들 떼도 잘 쓰고 울고 말도 많이 한다던데, 과묵하고 어른스러운 다섯살배기 모습에 남편도 저도 고민이 많았고 상담센터도 꾸준하게 다녔어요.
그런데도 영 저한테 곁을 안내주는거 같아서 스스로 많이 자책도 했었거든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싶었어요. 친정부모님도 지금은
친손주보다도 더 예뻐하시는데 할머니,할아버지한테는 곧잘 안기고 먹고 싶은것,갖고 싶은것을 얘기하는데 유독 저한테만 어색해하고 손을 잡아도 땅만 보고 걷는다던지, 먹고 싶은게 있어도 말을 안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다던지, 갖고 싶은 물건도 만지작 거리다가 제가 알은체를 하면 깜짝 놀라서 아무렇지 않은척 조용해지고..
뭐 사달라,먹고 싶다 떼쓴적 한번 없네요.
조금 더 기다리면 곁을 내주겠지, 싶어서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러다가, 오늘 아이가 학원에서 소풍을 간다길래 도시락을 싸서 보냈거든요.
도시락을 처음 싸보는거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했어요.
인터넷 레시피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주먹밥에 김으로 얼굴도 만들어보고 토끼 귀도 달아보고 소세지도 문어모양으로 하고
참깨로 눈도 콕 찍어보고, 방울토마토랑 딸기도 먹기 편하게 손질해서 싸줬어요.
점심때 도시락 보고 기뻐해주면 좋겠단 생각으로 도시락 싸서 보냈지요...
그렇게 세시 좀 넘어서 아이가 돌아왔길래
도시락 어땠냐구..물어보니 제 눈치를 보다가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더라구요.
가방에서 도시락을 찾아 꺼내는데 과일은 다 먹고 도시락은 거의 안먹었더라구요.
그 도시락을 보는데 바보처럼 눈물이 났어요. 제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화도나고,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겠다고 다짐해놓고 아이한테 미운 마음까지 들더라구요. 저 정말 나쁜 엄마지요..
거실에 울면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아이가 나오더라구요.
눈물을 닦고 아무렇지 않게 말해야한다는걸 알았는데
기운이 쭉 빠져서 못본척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제 옆에와서 슬쩍 앉고는 하는말이...
그 말이 정말 너무 미안하고 제가 어른인데도 아이보다도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슬프고 속상하고 고맙고 여러가지 감정이 북받쳐서 그대로 아이 끌어안고 소리내서 울어버렸어요.

도시락 맛이 없어서 안먹은게 아니라 아까워서 못먹었어요
울지마세요. 고마워요 엄마

세상에..어떻게 아홉살짜리가 이런말을 하나요... 그대로 끌어안고 엉엉 울다가 아이는 지쳐서 지금 잠든 상태고,
저는 자는 아이 모습 바라보다가 이렇게 글을 써요.
엄마가 된다는건 , 특히나 새엄마로 산다는건 너무 힘든일인거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라는거
많이 느끼는 하루네요. 아이가 서서히 저한테 마음을 열어주는구나 싶어서 가슴이 벅차요.
그리고 제가 많이 모자라는 엄마 구나 싶어서, 남편이 돌아오면
상의해서 아이가 학교 다니는동안 육아 공부를 해볼까 싶어요.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싶네요. 못난 엄마지만, 앞으로는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세식구 더욱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천사같은 아이에게, 그리고 늘 미워했던 아이의 친모에게까지도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저 잘할 수 있겠죠? 저 좀 응원해주세요. ㅠㅠ
추천 7

작성일2024-05-06 19:57

sanfo님의 댓글

sanfo
이 아름다운 모성애 얘기 여기서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것이 나은정 보다 기른정이 더 깊을수 있다는것이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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