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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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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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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고향꿈을 꾸었다.
간만에.

지금은
마른먼지 풀풀나는 이곳에서

비쪼가리에 젖은듯한 인생

런더리에
넌덜머리나게 말려가며 살지만

내 유년의 추억은
고향 충청도 논산에  다 묻어두고 왔다.

어제 꿈은
그 옛날처럼 옆집 영규와 같이
학교 마치고
소 먹이러 산에 가는 꿈이었다.

당시엔 우리 동네 사람들의 논 밭이
다 훈련소 산자락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에 출입할 땐 민간인들은
다 신분증 제시를 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민간인들은 자기 논에 일하러가도
항상 검문을 받고 들어갔었다.

근데 어른도 아닌 아그들도
일일이 초병들한테 검문(?)을 받았는데,
시꺼먼 군바리들의 목적은
오로지 우리 동네

누나들 소개

받는거였다.

우리 꼬멩이들은
군바리들의 속셈을 아는터라
맨날 잡힐 때마다 팔자에도 없는
 
성냥공장 다니는 누나 자랑을 하고
서울 유학간 대학생 누나 자랑을 하고,

휴가나 방학때 내려오면
소개시키준다 어쩐다 쌩구라치고,

군바리들은
그 거짓말 속아주는 재미에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다.

각설하고,

영규는 우리 옆집 옆집에 살았던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군데

왜 어제 갑자기 내 꿈에 나타났을까?

이색휘가 혹시 죽었나?
죽은 게 아님 디졌나?

버얼써 서울로 장가가서
서울내기 다마내기 다 됐다던데......
.
.
.
.
.
영규나 나나 또 다른 친구나
지금은 거의 다 고향을 등졌다.

지금 옛날 우리 동네는
다들 외지 사람들이 살지도 않으면서 땅주인이어서
도무지 고향맛이 안 난다.

우리 고향집 뒷 논은
이맘때면
이삭 줍는 철새들이 파도처럼
바람에 웅성거리곤 했는데......
.
.
.
.
.
영규는 나보다
공부나 운동이나 다 뒤떨어졌는데
유독 한가지 재주만은
내가 흉내조차도 못냈다.

팽이 깎는 것과
썰매 만드는 것.

손재주가 어찌나 좋은지

팽이 하나 얻어 팰려고
썰매 하나 얻어 지칠려고
겨울방학이 되기 얼마 전부터는
책가방을 들어 주며
충실히 아부를 했었는데.

뭐든지 손만 갔다하면
예술품으로 바뀌곤 했었다.

몽당연필도 어찌나 예쁘게 잘 깎아서
모나미 볼펜 밑구멍에 끼워
끝까지 쓸 수 있게 만드는지.

연필을 아주 잘 깎는 놈였는데도
4학년때까지
나머지 공부를 하곤 했었다.ㅋㅋㅋㅋㅋ

그런 이노마가
갑자기 꿈에 나랑
공동주연으로 나타나다니......

내 평생 꿈에 한번도
(까메오 역으로도) 출연 안 한 놈인데,

영규야 너 혹시 많이 아프냐?

서울가 돈 많이 벌었다고
고향에 노인회관도 지어 주고
봄 가을로 관광버스 불러
어르신들 효도관광을 빼먹지 않고 시켜드리는 착한 영규,

기부 많이하면 빨갱이라는데
너 혹시 잡혀간거냐?

명절만 되면 고향에 내려와서
내 안부 물어쌌는다더마는

무정한 나는
너한테 한 번도 연락 안 하고......

이수익씨의 시
<우울한 샹송>이 생각난다.

***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온다 ***

이 부분만 겨우
기억에 잡힌다.

이수익씨가 우리보다
훨 오래된 사람이니
당빠
그때 당시 우체국을
기쁨과 희망,
낭만의 메신저로 봤겠지만

당금의 우체국은 없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고?

어림없다
.
미쳤나?
폰 때리거나
카톡이나
이메일 보내면 되는데.

그런데도 너한테
낭만의 편진 고사하고
전화 한 통 때리지 못하고
메일 한 통 때리지 못하고

미안하다 영규야.

부디 아프지마라.

내 한국가면 꼭 연락할께.
내 너 찾아갈 때까지
제발 살아 있어라.
어이~?

내 사랑하는 꼬치친구야.~~~
추천 0

작성일2016-11-25 15:57

이인좌님의 댓글

이인좌
저는 칼님의 글을 읽고 이수익님의 우울한 샹송보다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라는 시가 뒷통수를 치고 지나갔습니다.

지나간 여자는 가슴속에 커다란 돌맹이를 하나 집어넣고 떠나가지만
지나간 친구는 가슴속에 아련한 추억의 바람을 불게하는 것 같습니다.

편지..
늘 마음으로는 쓰지만 차마 부치지를 못한 편지는 많이 써왔습니다.

이제 편지도 추억으로 남는 진부한 명사가 되는 것같아 졸라 쓸쓸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졸라 추운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감동먹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이인좌님의 댓글

이인좌
우울한 샹송이라 하시니
에디뜨 삐아프의 라 비앙 로즈라는 노래가 역시 뒤통수를 치고 지나갑니다.
이 노래를 주제로한 영화도 있다고 하던데 돈이 없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에 노래는 녀인네들에게 차일때마다 막걸리에 며루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수백, 아니 수천번을 들었을겁니다.
오늘 밤.... 또 이노래를 들을겁니다만..
막걸리에 며루치가 없어서 기분이 어떨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인좌님의 댓글

이인좌
제 부로큰 프렌치에 혹 뭔 노랜줄 몰라 못 들으실까봐
원어로 적어 봅니다 'Edith Piaf,La vie en rose'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음악부터 서둘어 찾아 봤지요.

천 오백 오십여 뷰.

귀가
아련하게 기억을 더듬어내는 음악입니다.

머리는
흑백영화의 배경음악쯤으로 그림을 그리고요.

내용은 모르겠지만
가을밤에 진짜 막걸리에 마른멸치 걸치고 싶어지는 음악입니다.

감솨.~~~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어젠 명절이라고
행복한 시간 많이 누리셨는지요.



사돈의 팔촌과
처가식구들 몽땅과
멕시코, 파라과이, 과테말라, 엘살바로드 애덜과
저희 집에서 함께 했는데 좀 허전하더라고요.

의자 하날 남겨뒀었는데
이인좌님 껄루.ㅋㅋㅋㅋㅋ

담에 한 번 뭉칩시다요.~~~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편지도 추억으로 남는 진부한 명사
.
.
.
.
.
끝내주는 대사고요.~~~

이인좌님의 댓글

이인좌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는 늘 비 죽죽 내리는 흑백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선명하고 화려하지 못해 우울함에 아련함을 더하는 목소리가 그녀의 매력이랄까..

노래 내용은 뭐 있겠습니까
졸라 사랑했다가 아프게 헤어지고 그래서 지금 졸라 슬프다..
뭐 이런 내용이겠지요.

어제는 KFC 50% coupon이 있어서 3pc combo set 사다가
김 빠진 콜라랑 함께 먹구서 뒹굴뒹굴 하다가
졸려서 싸구려 커피 한 잔 타먹구서 또 뒹굴뒹굴 했습니다..

초대장도 안보내시고 의자만 딸랑 갖다 놓으시면 당연히 제가 못가지요.
담에 한번 뭉치는 진기명기는 소질이 없으니
담장 같은데 말고 칼님 댁 뒷마당 같은데서 의자에 앉아서 뭐 읃어 먹어보기를 소원합니다.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하하하하하

전 또 뭔 소린가
10분 후에 깨달았다는ㅋㅋㅋㅋㅋ

담장 같은 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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