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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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길 돌아봐도 돌아갈수 없는 이 길에 서 있음에 이 길위에 혼자 앉아 슬픔처럼 아련한 안개꽃같은 추억을 꺾을수 있음에 눈물이 흐를 것 같으면 하늘의 별을 보며 눈물을 목구멍으로 넘길수 있음에 바람은 늘 거꾸로 불어 그리움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음에 나 이제 막다른 이 길위에 주저 앉아 절망을 업보로 알며 천 년, 만 년을 살아갈 바위가 되련다 나무가 되련다 화석처럼 굳은 그리움은 가슴을 깨어내도 보이지 않도록 안으로, 안으로 잊혀진 전설처럼 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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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2-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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