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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 없이 도시락을 먹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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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뉴스] 내가 생각 없이 도시락을 먹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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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냉동 식품이야?” “넌 맨날 계란말이만 먹니?”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들고 교실 한 구석으로 가버렸습니다. 친구들의 반찬을 얻어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타버린 계란말이와 차게 식은 냉동 식품이 가득찬 도시락. 나는 그런 도시락이 부끄러웠고, 친구들의 예쁜 도시락이 부러웠습니다.


엄마가 집을 나가버린 후 나의 점심 도시락은 온전히 아빠의 몫이었습니다.

 

아빠는 회사 일을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새벽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셨습니다.


어느새 고등학교 3년이 지나 아빠의 마지막 도시락을 먹는 날.


뚜껑을 열고 깜짝 놀랐습니다. 친구들이 몰려들어 탄성을 질렀습니다.


10가지가 넘는 반찬이 정성스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과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나에게 처음 싸줬던 그 도시락 사진과 아빠의 손편지였습니다.


딸아, 삼 년간 부족한 도시락을 먹어줘서 고맙다. 우리 딸은 맛이 없어도 항상 맛있게 먹어줬어. 아빠 요리 실력도 좀 는 것 같지않아? 


가끔 아빠가 만든 도시락때문에 배탈이 나거나 반찬이 부실해 친구한테 얻어먹을 때도 있었을 텐데. 아빠가 정말로 미안해. 

   

대학교에 가면 이제 학식을 먹겠지? 가끔은 아빠의 도시락 먹어줘~ 대학 입학 축하한다. ^^


생각해보니 아빠의 도시락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맛있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도시락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이 마지막 도시락을 위해 밤을 꼴딱 새셨던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생각없이 먹었던 도시락에 아빠의 사랑이 담겨 있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 도시락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이 무뚝뚝한 딸은 처음으로 아빠에게 고백했습니다.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3년 동안 수고하셨어요. 사랑해요, 아빠.


(기획 하대석, 김유진 인턴 / 그래픽 김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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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2-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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