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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러시아서 의병잡던 일제 밀정 34명 명단 첫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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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효 명예교수, ‘親日 밀정 외교문서’ 국내 첫 공개

“두만강 북쪽의 러시아, 중국 접경지역인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의병활동의 본거지였다. 일본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낸 러시아 외교문서에 기록된 34명의 친일 한국인 밀정(密偵) 명단이 그 증거다. 봉급까지 줘가면서 조직적으로 스파이를 관리·운영했다.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의병과 스파이의 역사는 반드시 재조명돼야 한다.”

박종효(80·사진) 러시아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명예교수가 친일 한국인 스파이 이름이 적힌 러시아 외교문서를 문화일보에 최초 공개했다. 그는 27일 “일제 비밀 첩보원의 실명이 적힌 러시아 정부의 외교문서 사본을 입수했다”면서 “그동안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분실했는데 최근 문서를 다시 정리하면서 되찾아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박 명예교수는 1993∼2005년까지 모스크바대에서 재직했다. 이어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연구교수로 지내며 한·러 관계사를 연구했다. 이 외교문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국립극동역사문서보관소에서 직접 찾아냈다.

이 문서는 한일합병 이후인 1912년 3월 러시아 외교부가 작성한 것이다. 아무르강 남쪽에서 두만강 북쪽에 이르는 연해주,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지린(吉林)성 훈춘(琿春) 일대를 배경으로 일본의 스파이로 활동하던 한국인과 중국인(9명)의 명단이다.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 등이 적혀 있다. 러시아어로 쓰인 이름 옆에 한자와 한글이 병기돼 있다. 나이는 21∼47세까지 다양하다. 특이한 것은 봉급 기록이다. 적게는 15엔부터 많게는 70엔까지 지급됐다. 당시 70엔이면 공무원 봉급의 2배가 넘는다.

박 명예교수는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들 스파이는 훈춘 주재 일본 부영사에게 고용됐다. 연해주 노보키옙스크(현 크라스키노)에 거주하면서 일본군의 지령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와 다른 지방을 왕래했다. 러시아 기관원들은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간 러시아에서 연구하면서 찾아내 국내에 소개한 것은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한국현대사에서 한·러 관계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문서를 살펴본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러시아 의병 및 스파이 활동에 대한 국내 기록은 거의 없다. 이번 자료는 러시아 외교부에서 처음 나온 문서이며, 규모도 30여 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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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2-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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