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그는 왜 50년 해로한 아내 죽였나 - 일흔넷 남편 ‘황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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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상태는 악화되고
매달 병원비 120만원 대는
자식들 고통도 보기 미안해
본인까지 아프자 극단 선택
[일러스트 심수휘]
저는 지금 차가운 쇠창살 안에 갇혀 있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죄목입니다.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아내였습니다. 2년 전 겨울은 다시 떠올리기도 몸서리쳐집니다. 제 나이 일흔넷. 우린 50년을 서로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자식 둘을 대학에 보냈고 출가도 시켰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평온한 황혼을 맞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운명은 도둑처럼 찾아왔습니다. 한밤중에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내는 중증 치매란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내는 하루하루 낯선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험한 말 한마디 입에 담지 못하던 사람이 “이 새끼야”라고 욕을 해댔습니다. 음식을 먹일 때마다 몸부림을 쳐 양손을 침대에 묶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변해가는 아내의 모습을 저는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오히려 죄인의 심정이 돼야 했습니다. 매달 120만원씩 드는 병원비를 대는 자식들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밤낮없이 아내의 기저귀를 갈고 음식을 먹이다 설상가상 저까지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마저 쓰러지면”이란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우다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장례식장이며 헌옷·가구 매입하는 곳까지 알아보고 꼼꼼하게 메모도 남겼습니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경황이 없을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유서를 썼습니다.
7년 뒤 치매 환자 100만 명
가족간병 … 가정파괴 악순환
“사랑하는 아들·딸아. 우리 인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너희에게 남겨줄 것이 적어 미안하구나.”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아내의 목을 눌렀습니다. 저도 농약을 들이켰습니다. 아내 없이 사는 삶에 더 이상 미련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대신 아내를 살해한 피고인으로 난생처음 법정에 섰습니다. 징역 3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런 비극이 우리 부부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생의 연마저 끊어 놓는 황혼의 비극, 치매. 정녕 가족에게만 내려진 천형인가요.
(※위 사례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A씨가 재판 과정에서 했던 증언 등을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가정 해체하는 치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 수는 2016년 68만 명으로 집계됐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20년 84만 명, 2024년 100만 명, 2050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치매 간병이 가족 몫으로 치부돼 가정 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인천 부평에서 고모(84)씨가 중증 치매 부인 나모(88)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60년이 된 부부로 슬하에 9남매(4남5녀)를 두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고씨의 부인은 4년 전 뇌병변과 치매가 발병했다. 고씨는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밥도 손수 먹이고 대소변도 받아냈다. 하지만 고령인 고씨에게도 1년 전부터 치매 의심 증세가 나타났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가 하면 최근 있었던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요양보호사가 오전 시간 방문해 부부를 돌봤지만 저녁 시간에는 고씨 혼자 아내를 간병해야 했다.
현재 고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다. 검찰은 고씨를 치료감호소로 보내 정신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도 70대 부인이 치매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부도 2012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최근 6년간 일어난 황혼 살인 판례 18건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실제 환자와 가족의 체감 수준은 낮았다.
◆ 특별취재팀=이동현(팀장)·김현예·최모란·이유정 기자, 정유정(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인턴기자 peoplemic@peoplemic.com
매달 병원비 120만원 대는
자식들 고통도 보기 미안해
본인까지 아프자 극단 선택
[일러스트 심수휘]
저는 지금 차가운 쇠창살 안에 갇혀 있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죄목입니다.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아내였습니다. 2년 전 겨울은 다시 떠올리기도 몸서리쳐집니다. 제 나이 일흔넷. 우린 50년을 서로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자식 둘을 대학에 보냈고 출가도 시켰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평온한 황혼을 맞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운명은 도둑처럼 찾아왔습니다. 한밤중에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내는 중증 치매란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내는 하루하루 낯선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험한 말 한마디 입에 담지 못하던 사람이 “이 새끼야”라고 욕을 해댔습니다. 음식을 먹일 때마다 몸부림을 쳐 양손을 침대에 묶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변해가는 아내의 모습을 저는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오히려 죄인의 심정이 돼야 했습니다. 매달 120만원씩 드는 병원비를 대는 자식들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밤낮없이 아내의 기저귀를 갈고 음식을 먹이다 설상가상 저까지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마저 쓰러지면”이란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우다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아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장례식장이며 헌옷·가구 매입하는 곳까지 알아보고 꼼꼼하게 메모도 남겼습니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경황이 없을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유서를 썼습니다.
7년 뒤 치매 환자 100만 명
가족간병 … 가정파괴 악순환
“사랑하는 아들·딸아. 우리 인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너희에게 남겨줄 것이 적어 미안하구나.”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아내의 목을 눌렀습니다. 저도 농약을 들이켰습니다. 아내 없이 사는 삶에 더 이상 미련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대신 아내를 살해한 피고인으로 난생처음 법정에 섰습니다. 징역 3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런 비극이 우리 부부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생의 연마저 끊어 놓는 황혼의 비극, 치매. 정녕 가족에게만 내려진 천형인가요.
(※위 사례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A씨가 재판 과정에서 했던 증언 등을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가정 해체하는 치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 수는 2016년 68만 명으로 집계됐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20년 84만 명, 2024년 100만 명, 2050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치매 간병이 가족 몫으로 치부돼 가정 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인천 부평에서 고모(84)씨가 중증 치매 부인 나모(88)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60년이 된 부부로 슬하에 9남매(4남5녀)를 두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고씨의 부인은 4년 전 뇌병변과 치매가 발병했다. 고씨는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밥도 손수 먹이고 대소변도 받아냈다. 하지만 고령인 고씨에게도 1년 전부터 치매 의심 증세가 나타났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가 하면 최근 있었던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요양보호사가 오전 시간 방문해 부부를 돌봤지만 저녁 시간에는 고씨 혼자 아내를 간병해야 했다.
현재 고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다. 검찰은 고씨를 치료감호소로 보내 정신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도 70대 부인이 치매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부도 2012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최근 6년간 일어난 황혼 살인 판례 18건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실제 환자와 가족의 체감 수준은 낮았다.
◆ 특별취재팀=이동현(팀장)·김현예·최모란·이유정 기자, 정유정(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인턴기자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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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3-03 11:40
결론은미친짓이다님의 댓글
결론은미친짓이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라는 말이 저주란 것을 알기엔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라..
내가 간경변 진단을 받아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와인 한잔 하며 즐기던 교류도 끊고
자숙의 시간을 갖을 때 였다..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고 했더만..
그동안 내가 동생처럼 잘 챙겨주었던 자에게 들은 한마디로 그 자와는 연을 끊었는데..
그 한마디가 바로..
"이제와서 살면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술도 끊고 그렇게 바둥바둥 살려하느냐.." 였다
난 오래 살려고 술을 끊은 것이 아니었다..
계속 술을 마시다 보면 건강은 악화가 될 것이고
그리하면 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수고와 민폐를 끼칠 것이 분명하니
내 운명이 짧던 길던 내가 사는 동안에 건강하게 살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지 않는 것이 내 바램이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노모가 치매로 고생하는 젊은사람들이 몇 있다..
정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는 정말 늘상 911의 멤버처럼 살지 않으면 안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들을 효자 효녀라고 부르기엔 그들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
나는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솔직히 어떻게 할 것이다 라는 대책이 없다
나의 식구들이..
나라의 행정이..
나를 내뜻대로 가만히 놔둘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을 외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
라는 말이 저주란 것을 알기엔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라..
내가 간경변 진단을 받아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와인 한잔 하며 즐기던 교류도 끊고
자숙의 시간을 갖을 때 였다..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고 했더만..
그동안 내가 동생처럼 잘 챙겨주었던 자에게 들은 한마디로 그 자와는 연을 끊었는데..
그 한마디가 바로..
"이제와서 살면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술도 끊고 그렇게 바둥바둥 살려하느냐.." 였다
난 오래 살려고 술을 끊은 것이 아니었다..
계속 술을 마시다 보면 건강은 악화가 될 것이고
그리하면 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수고와 민폐를 끼칠 것이 분명하니
내 운명이 짧던 길던 내가 사는 동안에 건강하게 살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지 않는 것이 내 바램이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노모가 치매로 고생하는 젊은사람들이 몇 있다..
정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는 정말 늘상 911의 멤버처럼 살지 않으면 안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들을 효자 효녀라고 부르기엔 그들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
나는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솔직히 어떻게 할 것이다 라는 대책이 없다
나의 식구들이..
나라의 행정이..
나를 내뜻대로 가만히 놔둘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을 외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