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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3-29 21:04

결론은미친짓이다님의 댓글

결론은미친짓이다
부녀자 가출 방지기간
순이suni


저런 현수막이 있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웃기는 사진이지만
40년 전에는 “무작정 상경” 이라는 단어가 매일 신문에 오를 정도로
시골소녀 상경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때가 있었습니다.
소설가 이호철님이 1966년 동아일보의 연재로 인기를 모았던

“서울은 만원이다.” 라는 소설에 “무작정 상경”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던 것에서도 짐작되듯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농촌 처녀들이

무작정 하고 서울로 올라 와, 유흥가로 빠져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 움직이기도 쉽고 춘궁기라 먹을 것도

부족해서 서울에 대한 동경은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사진을 보고 단순히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연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인데 옆집에는 초등학교 여선생님이 사셨고 여선생님의 세 자녀를
돌보는 식모언니가(그 당시는 식모라고 했습니다.)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내가 학교에 다녀오다 보면 그 식모언니는 아이들을 대리고 골목에 나와 놀고 있는데
4살쯤 되는 여자아이는 흙을 주워 먹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흙바닥에 입을 대기도 하고 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흙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말리지 않고 그걸 쳐다만 보고 있기에
식모언니에게 "언니! 아기가 흙을 먹고 있는데 못 먹게 해야지?" 라고 해도
식모언니는 "제는 원래 그래" 라며 시큰둥하고 말리지 않았습니다.
아기는 매일 흙을 먹으며 놀았나 봅니다.
나중에 아기 배변에서 회충이 나오고 아기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는 등
며칠 아이를 살펴보다가 그 사실을 엄마가(여 선생님이) 알게 되어
식모언니는 매도 맞고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 언니는 나보다 한살 밖에 많지 않았지만 이미 시골에서 도시로 식모살이를 나온 처지라

조금은 담력이 있고 이미 눈칫밥을 먹고 산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똘똘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식모언니는 골목 입구에서 학교를 다녀오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종아리를 맞아서 절룩거리며 걷던 식모언니는 나에게 서울을 가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그날도 등록금을 제때 못 내어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귀가하는 길이라
그 말이 얼마나 솔깃한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서울 가서 돈을 많이 벌면 (서울만 가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아버지 어머니 고생도 덜 수 있고 동생들도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고 ...
이런 청사진이 머리에 그려지자 더 망설일 수 없었습니다.
언니는 서울에 아는 사람 있어?
서울엔 나쁜 사람들이 많다며?
뭐 타고 가?
서울에 가면 뭐하는데,
학교는 다닐 수 있어?
언니 언제 갈까?
한살 많은 언니가 뭘 알겠다고 그렇게 많은 것을 물었는지? ^^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은 선생님이 집에 있으니 집밖을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며
식모언니는 월요일에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자고 했습니다.
언니는 시장을 가는 듯이 집을 나오고 나는 학교에 가는척하고 집을 나와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약속 했습니다.


월요일이 되었는데 나는 일단 학교를 가야했습니다.
금요일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있어서 반납을 해야 하는 날이라
도서관이 문을 여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비록 가출은 하려고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남의 책을 가져가면
안 될 것 같고 나를 예뻐해 주시던 교감선생님을 실망시키기는 싫어서 입니다.
"다독상"을 받을 정도로 도서관을 애용하고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 담당 교감선생님이 나를 예뻐하셔서 "학원"이라는 잡지가
도서관에 들어오면 나에게 먼저 보라고 주시곤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도서관 문이 열리고, 책을 반납하러 갔더니 교감선생님이
새로 나온 "학원"을 주시면서 “보고 내일 가지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그 책을 받아서 읽다가 가출하려고 했던 약속을 다
잊어버리고 쉬는 시간마다 그 책을 보고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도 보고
하다가 종례 시간이 되어서야 기차역에서 기다릴 식모언니가 생각났습니다.
가출도 못하고 집에 와서 보니 아버지가 화가나계셨습니다.


식모언니는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옆집 친척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잡혀 와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으니까 "옆집 학생 수니가 가출하자고
꼬여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옆집 여선생님이 아버지께 항의하는 과정에서
가출을 시도하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되신 것입니다.
그날 아버지도 쇼크를 받으셨는지 가출하면 안 되는 이유를 귀가 아프도록 하셨고
야단을 엄청 맞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에 도착했다고 해도 나는 영민하거나 처세에 밝지 못하니
청량리역에서 울다가 잡혀 집으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게을러서 남의 집 식모살이도 못했을 것이고
성격이 무뚝뚝하니 무슨 서비스업종에 종사도 어려웠을 것이고
어디 공장에 가서 일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가출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삶이 어땠을까?
가끔 상상을 해보면 학원이라는 잡지책이 아니더라도
나는 가출로 성공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통계를 보면 가출사건은 67년엔 6.800명이었던 것이
68년엔 13.100명으로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 숫자는 상담소에 들어온 처녀들만을 친 것이고
알음알음으로 또는 친구 따라 서울에 잠입하는 수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매년 배 이상의 무작정 상경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청량리역이나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 서울역 등에는 가출 부녀자만 노리는
전문 직업인이(?)) 상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이런 노래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작정 상경이라는 단어는 없어지고 그것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도 없지만
한때는 정말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였습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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