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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잔칫상 단골손님,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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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잔칫상 단골손님, 홍어

홍어를 자르는 김성심(61)씨의 칼은 빠르고 거침없었다. 목포에서 아침에 잡아 올렸다는 홍어는 거대했다. 서울 역삼동 '해남천일관' 이화영 대표는 "한 12㎏ 나가려나?" 했다. 홍어는 8㎏ 이상을 최고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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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독특한 냄새 나지만, 영양분 풍부해

 
해남천일관 홍어 /양수열 기자


암컷 홍어만이 이만한 크기로 나온다. 수컷은 5㎏ 이상이 드물다. 8㎏을 '1번지' 7㎏을 '2번지', 그 밑으로 ㎏당 순위가 떨어진다. 맛과 가격도 달라진다. 12㎏이면 '0번지', 그야말로 순위를 매길 수 없는 특상품이다. 떨리기도 하련만, 김씨는 "20년간 천일관 주방에서 일하면서 이만한 홍어를 매주 한두 마리씩은 자른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홍어는 선사시대 유적에서 뼈가 발굴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먹었다. 특히 전라도에서 사랑받았다. 고향이 광주인 음식칼럼니스트 주영욱씨는 "전라도에서는 잔칫상에서 홍어가 빠지지 않는다"며 "어떤 홍어가 나왔느냐를 두고 손님들이 '이 집은 손님 대접을 하네, 못하네' 수근거린다"고 했다. "20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바로 다음 날 어머니가 장례식장에서 쓸 홍어 구하러 나가셨죠. 그만큼 홍어에 신경 쓰셨죠."


홍어의 부위

홍어는 연중 내내 나오지만 이른 봄 이맘때 나오는 걸 최고로 친다. "5월이 다가오면 산란기 암컷은 새끼 낳느라 비쩍 마르고 맛이 떨어집니다." 홍어는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 암놈은 겉에서 볼 때는 산문(産門)이 하나지만 몸속으로 들어가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가운데 것은 창자로 연결되고, 양쪽 것은 애기집이다. 애기집에는 알이 붙어 있다. 이 알이 없어지면서 태가 형성되고 새끼가 만들어진다.

홍어는 크게 코·날개·몸통·꼬리·애(내장)로 해체된다. 김성심씨는 가장 먼저 꼬리를 잘라냈다. 홍어 전문점들은 보통 꼬리를 다져서 내지만, 해남천일관에서는 가시가 있어 먹기 힘든 꼬리를 버린다.

*해남천일관: 1924년 전남 해남에 문 연 유서 깊은 남도 한정식집 ‘천일식당’의 서울 지점.

◇홍어애는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 꼬리에 이어 김씨는 홍어 코를 잘랐다. 마니아들이 코를 최고로 꼽는 건 톡 쏘는 맛이 가장 강렬하기 때문이다. “코는 죽는 순간부터 제일 먼저 삭아요.”

거침없던 김씨의 칼 놀림이 신중해졌다. 칼끝으로 홍어의 아랫배 쪽 불룩한 부분의 껍질을 둥그렇게 도려냈다. 껍질을 살살 벗기자 연분홍빛 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가 터지면 쓸 수가 없어요.” 김씨가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애를 두 손으로 꺼냈다. 대접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컸다.

홍어 대가리 양옆에서는 동그란 살덩어리 두 점을 떼어냈다. “볼살이에요. 전라도에서는 ‘볼딱살’ ‘뽈때기살’이라고도 부르죠.” 코와 애, 볼살 이렇게 세 부위를 홍어 특수 부위라 부른다.

◇홍어회 삭혀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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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살과 날개는 상에 내기 직전 자른다. 김씨가 껍질에 묻은 물을 깨끗한 거즈로 닦아낸 다음, 두툼하고 누르스름한 종이로 쌌다. “쌀포대 안쪽 종이예요. 이게 홍어 삭히는 데는 최고더라고요. 수분을 적당히 빨아들여 너무 축축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게 보관할 수 있어요.”

해남천일관에서는 홍어회를 삭히지 않고 내기도 한다. 이 대표는 “원래 우리 집에서는 홍어를 삭혀 먹지 않았다”고 했다. 싱싱한 홍어를 구할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는 홍어를 삭히지 않았다. 홍어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흑산도에서도 얼마 전까지 삭힌 홍어를 먹지 않았다.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된 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다. 고려 말 섬주민들은 왜구에 시달렸다. 정부는 공도(空島) 정책을 실시한다. 주민들을 뭍으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는 정책이었다. 흑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에 정착해 살다가 왜구가 잠잠해지면 흑산도로 돌아가곤 했다.

흑산도에서 나주에 닿으려면 보름이 걸렸다. 냉동·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다른 고기는 썩었다. 홍어는 발효됐다. 삭힌 홍어는 이렇게 탄생했고, 나주와 인근 지역에서 별미로 즐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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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작성일2017-04-08 17:08

캘리님의 댓글

캘리
이좋은 음식을 왜 특정 지역에 비유하는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올린것이니 다른 오해는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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