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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감옥 가면 밥은 주잖아요"..우리 시대 서글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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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돈이 없어서 감옥 가는 사람들 / 감옥 안 가려 안간힘 쓰는 고위층과 대조 / 절도 줄어도 10만원 이하 절도는 늘어나 / 감옥 '형벌' 의미 잃어 극단 범죄 우려도 / 검, '조건부기소유예' 등 긍정적인 흐름 / "소외 계층의 제도권 유입 노력 필요해"




‘딸랑’


지난 10일 오전 3시45분 서울 수서동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새벽의 적막을 깼다. 앳띤 얼굴의 청년이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편의점에 들어섰다. 지방의 한 작은 섬에 살던 A(19)군은 며칠 전 연고도 없는 서울에 무작정 올라와 청소년 쉼터를 전전했다. 땡전 한 푼 없었던 A군은 이날 문구용 커터칼을 품에 챙긴 채 편의점을 찾았다. 돈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보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칼 보이죠? 저도 제가 어떻게 할 지 몰라요.”


그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던 알바생에게 준비한 칼을 꺼내 보였다. 당황해 얼어 붙은 알바생에게 다가간 A군은 “여기 민증 둘게요”라며 선뜻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사실 그가 범행을 계획한 것은 교도소에 다시 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앞서 비슷한 범죄로 10개월간 복역하고 지난달 19일 출소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고교를 일찌감치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그동안 나쁜 짓도 많이 했다. 시간이 흘렀고, 19살 소년은 절도 등 전과 11범이 돼 있었다.





A군에게 바깥 세상은 감옥보다 더 추운 곳이었다. 출소한 뒤 게임에서 알게 된 또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지만, 이름 모를 그에게 휴대폰과 수중의 현금을 모두 빼앗겼다. 돈 한 푼 없이 며칠 간 청소년 쉼터를 전전한 A군의 머릿 속에 ‘교도소에 가면 잘 데 걱정없이 밥은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찾은 게 이곳이었다.


“…” “이것만 가져갈게요.”


편의점 간이금고엔 현금 30만원가량이 들어 있었지만 A군은 대충 손에 집히는 몇장만 주머니에 챙겼다. 그가 이날 편의점에서 훔친 돈은 7만원. 돈을 다 가져가지 않았던 것은 과거 자신이 알바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이후 신고를 접수받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틀 뒤 A군을 붙잡았고, A군은 그의 바람대로 구속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가면 알바생이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할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깥보다 감옥이 낫다”…우리 시대의 자화상





A군처럼 돈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감옥에 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달 2일 충북 음성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를 든 20대 남성이 강도행각을 벌였다. 일반적인 강도 사건과 달랐던 것은 범인이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단 점. 평소 편의점 ‘단골’이었던 주민 김모(25)씨는 이날 담배 한 갑과 현금 10만7000원을 빼앗은 뒤 종업원에게 “112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먹고살기 막막해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 이틑날 부산 사하구의 한 편의점에서도 흉기를 훔친 허모(3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편의점 종업원에게 “교도소에 가고 싶다. 112에 신고하라”며 “은행에 가서 사람을 위협해 돈을 빼앗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옥은 누구나 가기 싫은 곳이다. 행여나 한 번이라도 다녀오면 지울 수 없는 ‘낙인’이 평생 동안 졸졸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제발로 감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물론 저마다 관점은 다르겠지만,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수많은 고위층 인사들이 어떻게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버티고, 거액의 돈을 들여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임에 분명하다.



◆감옥이 형벌 의미 잃으면… 더 큰 범죄 우려도



‘차라리 감옥에…’, ‘배가 고파서’ 등 이른바 ‘생계형 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절도범죄 검거인원은 2011년 11만4000명에서 2015년 10만70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만원 이하,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는 각각 1만563건→1만4810건, 3만9566건→5만1551건으로 되레 늘었다.





특히 노인 범죄가 두드러졌는데, 2011년 6927명이었던 60대 이상 절도 범죄자는 2015년 1만619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노인들의 절도 범죄 재범률(61.9%)은 다른 범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데, 이는 고령의 전과자가 출소 후 경제적 어려움이 잇따르면서 ‘교도소가 낫다’며 경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일각에선 ‘생계형’이 아니라, ‘생존형’ 범죄라고 불러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죗값을 치르도록 만든 감옥에 자진해서 가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형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단 의미로 풀이된다. 사람들에게 바깥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감옥에 있는 것보다 더 큰 형벌로 느껴진단 뜻이기도 하다. ‘자발적 감옥행’은 그래서 더 서글프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연민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몇몇 개인의 일탈 때문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그만큼 망가져 있단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옥이 형벌로써의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경우, ‘어차피’, ‘까짓것’이란 생각 탓에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이다. 최근 수년 간 ‘자포자기형’ 혹은 ‘묻지마형’ 강력 범죄가 계속해 발생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발생은 경제상황과 복지제도 등 구조적인 문제와도 밀접하다”라며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방면에서 디테일한 접근 필요”



한 분야만을 콕찝어 접근하기엔 복잡한 문제지만, 지난해 검찰에서 도입한 생계형 범죄자 등에게 직업훈련 참가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해 주는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등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최근 청주지검은 충북지역에서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36명이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17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나머지 19명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제도가 생계형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하고 올해도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대검찰청에 성과를 보고해 전국적으로 확산 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겨울 전국의 지자체, 복지단체와 함께 긴급생활보장, 긴급복지 등으로 도움이 시급한 34만3000명에게 각종 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민단체인 인권연대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신용 조회 없이 무담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장발장 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처럼 소외계층에 대한 여러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은 범죄예방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전과자나 범죄 우려가 있는 소외계층 중에 도움이 절실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이 있다는 등 이유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법무복지공단 등에서 출소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단기적이거나, 임시적인 것에 그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출소자들의 재범 위험성, 재활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기존 복지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필요하다면 추천대상으로 편입시켜주는 등 소외계층의 제도권 유입을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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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4-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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