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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간첩으로 몰아죽인 또한명의 세계적인 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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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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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초 박노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하바드 법과대학으로 부터 교수초빙 제안을 받습니다. 그 제의를 수락하고 그해 2월 신변정리를 위해 가족을 이끌고 한국에 입국을 합니다. 그리고 2달 뒤 하바드 대학이 있는 미국 보스톤으로 떠나려는 찬라,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박노수 부부를 체포하여 고문을 가하고 간첩혐의를 씌워 박노수 교수는 사형, 부인은 7년 징역형을 선고합니다. 1970년 박정희 정권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구명요청을 무시한체 박노수 교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합니다. 한국인 최초의 하바드대학 법과대학원 국제법교수 임용역사가 박정희 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간첩의 딸’. 평생 나를 지겹게 따라다닌 주홍글씨다. 내가 네 살 때인 1972년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려 서대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씌워진 굴레다.

 내 아버지 이름은 박노수(1933~72).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교수였다. ‘그 사건’은 내가 생후 6개월 때 터졌다. 1968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나는 이듬해 2월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다. 69년 4월 어느 날,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집에 들이닥쳐 부모님을 남산으로 끌고 갔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케임브리지대 근무 시절 동베를린을 오가며 북한 공작원을 만나고 노동당에 입당, 간첩 지령을 받은 뒤 입국해 청와대에 침투하려 했다”는 혐의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소했다. 그해 11월 1심에서 아버지는 사형, 어머니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70년 대법원은 아버지의 사형을 확정했고 2년 뒤 집행됐다. 항소심에서 3년형으로 감형돼 1년6개월 복역 중 사면으로 풀려난 어머니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시댁과 불화를 겪다 서울의 친정으로 돌아가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세상엔 나 혼자였다. 더욱이 할아버지가 화병으로 돌아가신 12세부터는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아버지 얘기를 처음 들은 건 중학교 입학 전에 만난 어머니에게서였다. 아버지가 유명한 학자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그저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평범한 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빨갱이 핏줄이 그러면 그렇지”란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그래서 ‘모범생’으로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일부러 애국가도 누구보다 큰 소리로 부르고 국민의례 때 자세를 꼿꼿이 세웠다. 친구들에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다.

  집안 어른들이 “이념(理念)과 전혀 관계없는 공부를 하라”고 해서 대학에선 관심도 없던 화학을 전공했다.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도 꾸리고 싶었지만 선보는 자리에서 내 배경을 알게 된 이들은 황망히 자리를 뜨곤 했다. 유일한 직계 혈육이던 어머니는 캐나다인과 결혼해 이민을 갔다. 내 나이 스무 살, 집을 나와 정처 없이 떠돌았다.



누우면 발끝이 닿는 좁은 월세 단칸방에서 지냈다. 시간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50만~60만원의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나는 지금 지방의 한 고등학교 화학 교사로 10여 년째 재직 중이다. 정신없이 살다가 아버지의 기억이 다시 살아난 건 2006년. ‘유럽간첩단’ 사건이 재조명을 받으면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박노수에게 총을 겨누면서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너 하나 죽여도 아무도 모른다’고 협박을 했어요.”(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이모씨)

 “막대기를 무릎 사이에 끼워 통닭처럼 매달아서 턱 쪽으로 물을 계속 붓는데,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고통스러웠죠. 고문하다 죽으면 ‘휴전선 철책 안에 던져 놓으면 그만이다’고 협박했습니다.”(김판수씨)


1967년 케임브리지 대학 교정에서. 왼쪽부터 김신근 씨. 박노수씨 부부. 임민식 씨, 김판수 씨

 조사보고서의 내용은 참혹했다. 아버지는 얼마나 가슴을 치고 원통해했을까를 생각하니 목이 메었다. 2009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3년 1월 첫 공판이 열렸고 4차 공판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피고인들의 당시 진술은 위력과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68년 아버지의 방북(訪北)을 근거로 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해 10월. 서울고법은 마침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상고했다.

2014년 11월 벽안의 노신사와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간첩단 사건 당시 아버지의 케임브리지대 제자였던 데이비드 보게트(77) 전 교토 사카이대 교수였다. 당시 케임브리지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보게트 교수는 69년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아버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구명운동에 참여했다. 보게트 교수는 나를 보자마자 “아버지를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던 학자였어. 50년대 후반 한·일 양국에서 독도 문제가 불거지자 영토분쟁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셨지. 미국 하버드대에서 교수 영입 제안을 받고 신변을 정리하러 한국에 들어간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사진으로만 봤던 아버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듯했다. 보게트 교수는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나를 다독였다.

 지난해 12월 23일. 대법원은 아버지의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형 집행 43년 만이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김규남(72년 사형) 민주공화당 전 국회의원과 김판수(74·당시 징역 5년형 선고)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간첩 취급을 당하며 입 다물고 참아온 세월 때문일까. 방청석의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내 눈에선 뜨거운 눈물만이 흘렀다. 6년의 재심(再審) 절차는 그렇게 끝났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재심 준비 과정을 끝까지 함께 했던 조의정 변호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그런데 왜 이리 허무하기만 할까요. 내 청춘은 이미 다 지나가 버려선가요….”

  올여름, 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갈 계획이다. 아버지는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저서·학술 논문들과 연구 자료들을 모두 케임브리지대에 기증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현재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 아버지의 연구 기록물 4000여 점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나는 국제법 관련 학회에도 학문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를 의뢰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이제 교사로서 내가 할 일은 이 땅의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가르치는 것 아닐까.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이 기사는 박노수 교수의 외동딸 박경희(48·가명)씨와 조의정 변호사 인터뷰,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3aXq&articleno=15854595
추천 6

작성일2017-04-22 12:06

진리님의 댓글

진리
이번 박근혜 탄핵으로 박정희의 망령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나쁜점은 있지만 그래도 박정희가
경제를 부흥시켰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데 총맞어서 죽었을때 쯤에
한국경제가 거의 바닥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시대에서 계속 경제를 성장,발전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박정희시대의 마지막에는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모순점이 나타나고 리더쉽이 결핍된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지않고
박정희는 마치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독재정권 전두환시절에 우리나라의
기초적인 경제체계의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다행이도 전두환은 박정희처럼 자기가
조정을 하지않고 경제를 전문가에 전적으로 무소불위한 권한을
주고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몇년 후 아웅산테러 때문에
 서석준 경제 부총리,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등 당시 한국의 경제를 책임지던 주요 인사들과
경제통들이 한꺼번에 가 버리는 바람에 이후 한국 경제가 기울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특히 김재익 경제수석의 경우 전두환 정부의 가장 뛰어난 경제정책통이자
사실상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습니다.

dongsoola님의 댓글

dongsoola
박정희 - 권력맛을 보고 악마로 변한인간.

꾸리님의 댓글

꾸리
원조 빨갱이에 친일분자,쿠테다범 살인자에 강간범, 천문학적 부정축재자,3선개헌범,유신독재범, 역사는 다시 정리해야 한다

내리는빗물님의 댓글

내리는빗물
빡정희야말로 찢어죽였어야할 놈이었다.

친구님의 댓글

친구
이동네엔 박정희에 강간당한 처자의 가족들이 많이 이민 와있나 보구나... 원한이 하늘을 찌른다...

대구시님의 댓글

대구시
어이 친구, 위 글을 읽고 강간당한 처자 얘기나 한다면 넌 개10새끼여, 그거 알어?

캘리님의 댓글

캘리
그런것 보면 참 그쪽 시민들이 이민 많이 오긴 왔나베..

이제는 한국이 좌파일색이니 살기좋은 한국으로 되 돌아들 가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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