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이 청년실업이 늘고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시기를 ’취업 이후’로까지 늘려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0∼50대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은 결과 ‘취업할 때까지’라는 응답이 23.6%로 8년 전 같은 조사 때(14.7%)보다 8.9%포인트 늘었다.

이어 △결혼할 때까지라는 응답이 2008년 10.2%에서 12.0%로 △결혼 후 기반이 마련되고 안정될 때까지는 0.6%에서 3.0%로 △평생 언제라도는 0.6%에서 2.3%로 각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학 입학 전까지’라는 답변은 11.2%에서 9.9%로,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62.6%에서 49.3%로 각각 줄었다.

8년 전만 해도 자녀가 대학 입학과 졸업을 기준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 갈수록 취업이나 결혼 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자녀 양육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응답자도 상당했다.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 수행이 ‘충분하다’는 답변은 2008년 35.7%에서 지난해 26.7%로 준 반면에 ‘부족하다’는 비율은 19.8%에서 23.9%로 늘었다.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을 더 중시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자녀의 성장에 부모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2008년 44.7%에서 지난해 57%로 증가한 반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51.1%에서 41.1%로 감소했다.

이 같은 인식의 바탕에는 예나 지금이나 교육열이 핵심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10년 전이나 부모시대의 양육문화와 변하지 않은 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5%가 ‘교육열’을 꼽았고 △자녀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 표현 방법(20%), 자녀에 대한 기대치(6.8%), 자녀에 대한 부모의 희생(5.3%) 등이 뒤를 이었다.

육아정책연구소 문무경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초혼 시기가 미뤄지면서 부모와 거주하는 성인이 증가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성인 자녀의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증가하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