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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넘긴 삼남매 국가유공자… "우리 바람은 편안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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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재훈·재희 삼남매가 겪은 대한민국의 역사

구순을 넘긴 국가유공자 삼남매 김재훈·재명·재희(왼쪽부터)씨. 저마다 호국영웅기장을 목에 걸고 국가유공자증서를 들었다. /이진한 기자

만나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다. 구순(九旬) 넘긴 삼남매는 국가유공자였다. 모두 전선(戰線)에서 싸운 사람은 아니다. 6·25 전쟁 때 김재명(96)씨는 철도 공무원이었고 둘째 재훈(94)씨는 경찰관, 여동생 재희(90)씨는 간호사였다.

삼남매가 지난 13일 경기 부천 한 아파트에 오랜만에 모였다. 70대 큰아들이 모시고 사는 재명씨 집이었다. 재훈씨는 서울 금천구에서, 재희씨는 멀리 경기 용인에서 달려왔다. 이들은 조선일보에 "우리 국가유공자 삼남매 이야기를 신문에 실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었다.

"국가유공자 삼남매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저마다 주어진 자리를 지켰습니다. 폐허를 딛고 이렇게 발전한 나라를 봤으니 그보다 큰 보람이 있겠습니까. 이젠 더 바랄 게 없어요." 재명씨는 움직일 때 지팡이가 필요했다. 그와 재희씨는 당뇨를 앓고 있었다. 고령에도 삼남매 모두 건강이 아주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재훈씨는 허리가, 재희씨는 고관절이 좀 불편하다고 했다.


삼남매가 겪은 6·25전쟁


삼남매는 강원 철원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 전에는 그쪽이 이북이었다. 광복 후에 공산주의를 피해서 서울로 이사했다. 1950년 6월 25일 재명씨는 서울 영등포역에서 운전 조역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역장을 보좌하며 열차 출발과 도착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날 오전 폭격을 맞아 철로가 끊어졌어요. 다행히 복선이라 다 부서지진 않았지요. 철야 근무를 마치고 인천 관사에 있는 가족을 찾아갔어요. 수인선 철길을 따라 걸어서 피란길에 올랐지요."

재훈씨는 영등포경찰서 정보과에서 사상범 감시하는 일을 하다 6·25를 맞았다. 영등포에 방직공장이 많았는데 좌익 계통의 전평노조(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가 활동하고 있었단다. 전쟁이 터지자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6월 28일 수원을 시작으로 천안, 대전으로 밀려났다. 9·28 수복 후 복귀했다. 그는 "돌아온 서울 시내는 폐허처럼 엉망이었다"며 "영등포경찰서 두 건물 중 덜 부서진 건물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재희씨는 1944년 경성교통병원 간호부 양성소를 졸업했는데 광복 후 서울교통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용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전쟁 소식을 접했다. 6월 27일 저녁에 퇴근하고 기숙사에 있는데 "남쪽에 연고지 있는 사람은 가라"는 방송이 나왔다. 영등포 작은 오빠 집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몇 시간 뒤 새벽에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한강대교(인도교)를 폭파한 것이었다.

수원으로 가는 기차는 지붕까지 피란길로 그득했다. 폭격 사이렌이 울리면 기차에서 내려 지하도로 숨었다가 다시 올라탔다. 인천에서 온 가족을 수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재희씨는 "이북 출신들은 다 죽인다는 소문이 돌아 계속 남쪽으로 걷다가 천안에서 화물열차를 타고 대전을 거쳐 부산까지 갔다"며 "폭탄이 떨어지면 어른들은 땅에 엎드리는데 어린 조카들은 철없이 뛰어놀던 생각이 난다"고 술회했다.

재명씨는 천안에서 교통부(철도청) 동료들을 만나 합류했다. 부산·대구·영천 등에서 근무하며 군인과 군수물자를 수송했다. 그는 "1951년 1·4 후퇴 때는 영등포역에서 피란민 실어 보내고 미군·국군과 10량짜리 마지막 열차를 탔다"며 "눈앞에 포탄이 떨어져 군인 다리가 절단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한강 이북에서 적군이 쏘아대던 대포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후퇴할 때 마지막으로 쫓겨 내려가는 기분은 말이 아닌데 무찌르고 다시 올라올 때는 선발대라서 참 좋았다"고도 했다.

재훈씨는 1·4 후퇴 때 경북 문경에 주둔하며 빨치산을 토벌했다. 재희씨는 부산 거제동에 있던 교통병원에서 피란민에게 주사를 놓으며 치료를 도왔다. 영양실조나 말라리아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간호사 일은 1951년 말 결혼하면서 그만뒀다. 재희씨는 "큰오빠가 원서를 넣으라고 해서 경성교통병원에 지원했는데 뽑히지 않았다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국가유공자증서는 우리 집 가보


재명씨는 철도청에서 30년 근무하고 1970년 퇴직했다. 1952년에 6·25 종군기장, 1960년에 대통령 정려포장을 받았다. 재훈씨는 1967년 내무부장관 표창, 1971년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25년간 입었던 경찰복을 1973년에 벗었다.

삼남매는 2000년대 들어 국가유공자가 됐다. 재명씨가 2008년에 받은 국가유공자증서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 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 정신의 귀감으로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해 이 증서를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받았을 때 기분을 묻자 "그냥 좋았죠. 뭐"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1948년생으로 전쟁 때 업혀서 피란 갔던 재명씨 큰아들 경호씨는 "친구분들 앞에서는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재희씨가 나섰다. "6·25 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국가유공자증서를 받고 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겅중겅중 뛰었죠. 국가유고는 별로 없잖아요. 용인에는 저를 포함해 세 명뿐이라니 이게 우리 집 가보(家寶)예요. 가보."

재훈씨는 "우리가 그때 고생해서 대한민국이 이만큼 번창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정치인들이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명씨는 "해마다 6월이면 전쟁 통에 겪은 일들이 생각난다"며 "부디 나라가 편안하고 잘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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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6-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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