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드리기

황원경 2017.07.13 12:45 

시아버지께서 인생의 마지막 며칠을 남겨놓고 계시다. 올해로 74세이시다. 부쩍 최근들어 만성 신부전증의 합병증들이 심해지셨다. 2년 가까이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을 넘기신 분이시라, 2년 전부터 시골집에 장례절차가 이미 준비되어있는 분이시다. 다만 의사인 내 남편이 자신의 아버지를 지탱하고 이제까지 안놔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남편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돌아가실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다한것 같아."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처음이다.


드시고 싶은 것.... 어리고 젊어서는 가난해서 못드시고, 먹고 살만하니까 아프게 되고,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아껴가며 무조건 벌기만 했었는데, 늙으니까 아껴둔 돈을 병원비로만 쓴다. 즐겨 드시는 것은 고생했을때 즐겨 드셨던 그 것들.. 그대로다. 안 드셔봐서 못 드시고, 생소해서도 못 드신다.


보통, 남자는 인생을 두 번 산다.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고나와 세상을 살고, 여자와 결혼하여 살림을 차리면서 자신의 가정을 위해 돈 벌며 또 다른 인생을 산다. 인생이 편 경우도 있고, 인생이 망가진 경우도 있다.


보통, 여자는 인생을 세 번 산다.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고나와 세상을 살고,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자식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인생을 산다. 그리고는 평생 같이산 남편이 죽고난 후에는 또또 다른 인생을 산다. 인생이 편 경우도 있고, 인생이 망가진 경우도 있다.


겨우 80살도 못사는 우리의 인생이 이렇다. 살면서 뭐든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고, 할 만큼 다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우리는 손을 놓는다. 강하게 부여잡던 욕심과 욕망의 ..미련많은 그 손을 놓는거다. Let it go.  놓아진 그 손에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허공 뿐이다.


인생을 대쪽같이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온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오늘도 서울구치소 503호에서 퉁퉁부은 자신의 발을 부여잡고 버티고  계시다. 이 분은 인생을 5번 사신 분이다. 첫번째는 육영수여사의 장녀로  태어나 누린 생이고, 두번째는 육영수여사의 죽음후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 살아가신 생이고, 세번째는 박정희대통령의 죽음후 17년간 소시민으로 살아가신 생이고, 네번째는 정계입문후 대통령까지 되셔서 탄핵받기 전까지의 생이고, 다섯번째는 대통령으로 탄핵되신 후의 생이다. 일반여성과는 전혀 다른 몇 번의 치열한 생을 살고 계시다.


이 가련한 분을 굳이 탄핵사유에도 없던 롯데 면세점까지 쑤셔가며 죄를 찾아내려고 안달하는 대한민국, .... 차라리 대한민국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오늘 아침에는 든다. Let her go back home.


출처: http://keepitalive70.tistory.com/198 [생명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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