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송평인 칼럼] 왜 프랑스는 쇠하고 독일은 흥했나

페이지 정보

유샤인

본문

    

[송평인 칼럼]왜 프랑스는 쇠하고 독일은 흥했나


20년 전 지도자 잘못 만난 프랑스
지난 10년간 폐지 노력 다 실패 
같은 시기 노동 유연성 늘린 독일… 오늘날 메르켈의 황금시대 열어
경쟁력만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프랑스와 독일을 흔히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라고 부른다. 과연 두 나라는 여전히 쌍두마차인가. 두 나라의 경제력은 2000년대에 들어와 역사상 선례가 없을 정도로 격차가 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랑스가 법으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강제한 것은 2000년부터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좋은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더 많이 일하려고 해도 일할 수 없게 만들어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랑스 경제의 질곡이 되고 있다. 

2007년 집권한 공화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노조의 반발로 실패했다. 2012년 집권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비록 자기 당이 도입한 제도이지만 폐해를 인정하고 폐지를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올랑드 정부의 경제장관으로 있다가 뛰쳐나온 것이 주 35시간 노동제 폐지가 좌절돼서다. 마크롱이 신생 정당을 창당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공화당으로도 안 되고 사회당으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당선이 새로운 프랑스의 시작인지는 잘 모르겠고 무능한 프랑스가 맞은 파탄의 ‘화려한 피날레’인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가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 주도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하던 무렵 독일에선 사회민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상급 노조에 의한 집단적인 임금 인상 관행이 줄어들고 기업별로 임금과 노동시간 협상이 이뤄지는 새 관행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의 연장이 2003년 발표된 ‘2010 어젠다’다. 기독민주당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0 어젠다’를 이어받아 독일의 최전성기를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에서 헤매던 2000년 무렵은 두 나라에 아주 중요한 시점이었다. 유럽연합(EU)은 1999년 단일 화폐 유로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시장 통합을 이뤘다. 역내 환율이 없어져 한 국가의 경쟁력은 직접 다른 나라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계적으로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거대한 시장이 열렸다. 이 시점에 프랑스는 조스팽이라는 전철수(轉轍手)를 만나고 독일은 슈뢰더라는 전철수를 만난 것이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


두 나라의 장기 대차대조표는 실업률과 무역수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의 실업률은 2005년 11.7%로 최고치를 쳤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4.1%까지 내려갔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2010년 독일을 추월해 2013년 10%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 무역흑자와 프랑스 무역적자의 격차는 1990년 100억 유로에서 지난해 32배인 3200억 유로로 벌어졌다. 이 액수는 일자리로 따지면 약 320만 개에 해당한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랑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일자리를 줄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본래 프랑스 제품은 디자인을 제외하고 질과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독일 제품에 뒤떨어졌다. 프랑스는 뒤떨어지는 제품 경쟁력을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에 의한 가격 경쟁력으로 따라잡았다. 그러나 제 주제도 모르고 세계 최초로 주 35시간 노동제를 실시함으로써 그 경쟁력마저 사라졌다. 

이제 프랑스에 남은 거의 유일한 경쟁력은 원전을 토대로 한 값싼 전기료 정도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라지는 경쟁력 때문에 프랑스는 원전을 포기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반면 독일은 전기료 부담을 안고서라도 원전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구할 만큼 경쟁력에 자신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초과 근로시간도 줄이겠다고 한다. 우리 산업의 어떤 경쟁력을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성장의 원동력은 경쟁력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경쟁력은 아랑곳없는 소득 주도 성장은 훗날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조스팽의 주장만큼이나 어리석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추천 3

작성일2017-08-08 23:33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3193 비행기 놓친 뒤 112에 "폭탄 있다" 광주공항 193명 발 묶여 인기글 pike 2018-05-05 1979
63192 서울 전셋값↓지방 집값↓..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 시작? 인기글 pike 2018-06-02 1979
63191 WANTED - 조현철 댓글[9] 인기글첨부파일 1 진리 2018-07-26 1979
63190 왜 내 전 남친 만나" 또래친구 폭행한 여고생들 구속 댓글[1] 인기글 pike 2018-07-30 1979
63189 [펌] 뜻밖의 래프팅 인기글첨부파일 미라니 2018-10-22 1979
63188 귀엽고 요염한 뒤태 - pike 올리는거 따라하기 댓글[1] 인기글첨부파일 dongsoola 2018-11-16 1979
63187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댓글[13] 인기글 6 목멘천사 2018-12-30 1979
63186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타인종에 임대 거부’ 한인집주인 피소 인기글 pike 2019-04-29 1979
63185 주사맞기 싫은 멍뭉이 인기글 2 pike 2019-05-08 1979
63184 불매운동 주도하는 대통령 비서 인기글 pike 2019-07-08 1979
63183 다람쥐와 도토리에 대한 몇가지 사실 인기글 pike 2019-09-01 1979
63182 900억 파워볼 당첨된 할아버지...자식 7명 손주 21명이 함께 받으러 옴 인기글 pike 2019-10-24 1979
63181 홍콩 시위...퇴근하는 쁘락치들 댓글[1] 인기글 pike 2019-11-16 1979
63180 동반자가 아닌 후손을 낳키위한 결혼개념. 댓글[2] 인기글 dongsoola 2020-01-13 1979
63179 "아기가 나와요" 달려온 시민들..응급조치 '척척' 인기글 pike 2020-04-06 1979
63178 미 전체 노동력의 18.4% 실직 댓글[1] 인기글 pike 2020-04-30 1979
63177 누나들과 함께 운동하는 댕댕 인기글 2 pike 2020-06-01 1979
63176 의자 빼는 종업원 댓글[1] 인기글 3 원조다안다 2020-07-11 1979
63175 다 내꼬야~~ 댓글[1] 인기글 3 원조다안다 2020-07-25 1979
63174 바이든 취임 이후에는 어떤일이 벌어질까. 댓글[5] 인기글 2 jokane 2021-01-10 1979
63173 희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11] 인기글 3 jokane 2021-01-16 1979
63172 어제 뉴욕에서 납치 당할뻔 한 아이 인기글 pike 2021-07-16 1979
63171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출퇴근 시간 인기글 pike 2021-12-12 1979
63170 ❤️❤️속보-캘리자몽 카톡 내용 전격 공개❤️❤️ 댓글[3] 인기글 9 원조다안다 2021-12-14 1979
63169 미국에서 뷰가 이쁜 레스토랑 30 인기글 pike 2021-12-18 1979
63168 늑대 사진을 찍는 작가 인기글 pike 2022-01-08 1979
63167 아마존,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 139달러로 17% 인상 인기글 pike 2022-02-04 1979
63166 폭발하는 반중감정 댓글[3] 인기글 bsss 2022-02-10 1979
63165 CG같은 네덜란드의 튜울립 밭 인기글 pike 2022-03-11 1979
63164 프랑스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털어버린 와인 대혁명 인기글 2 원조다안다 2022-05-17 1979
게시물 검색
* 게시일 1년씩 검색합니다. '이전검색','다음검색'으로 계속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