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잡기
페이지 정보
찢어진구두관련링크
본문
회한의 장 // 이상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 숨바꼭질 마음을 숨기기 위해 숨바꼭질을 했다. 번번히 들키고야 마는 숨바꼭질을 늘 했지만 난 술레가 될수는 없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찾아 나서기에는 내 심장은 너무나 작고 내 다리는 너무 약했다. 마침내 술레에 지친 세상은 나를 포기했다. 나는 이렇게 내 마음을 숨을 죽이고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나를 포기한 세상은 해 지는 언덕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내 손에 마음을 들고 사라지는 세상의 뒷모습을 처다만 보았다. 눈물 한방울 내 마음에 떨어지고 포기라는 무거움이 어깨를 누르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쳐다 보았다. 별 하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숨길수도 없는 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를 곰곰히 생각을 해볼일이다. 오늘 밤은 아주 긴 밤이 될 것이다.
추천 0
작성일2015-07-31 23:18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